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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화 감독의 '달콤한 거짓말'
첫사랑과 진정한 사랑의 옥석을 가리다
멜로드라마 틀 유지, 변장코미디 재미 부각





문학산 영화평론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시나리오를 집필한 작가는 아마 신봉승 선생일 것이다. 작가로서 전성기에는 우이동의 한 호텔에 방 네 개를 동시에 잡아서 서로 다른 네 편의 시나리오를 동시에 진행할 정도였다고 한다.

전 장르의 시나리오를 소화할만한 역량을 갖춘 다작의 작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편하게 집필하는 분야는 문예영화와 드라마 사극이었다고 한다. 신봉승 선생은 시나리오에는 세 가지가 갖추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첫 번째는 예술성, 두 번째는 사회성, 그리고 마지막은 오락성이다. 충무로 대중영화는 관객의 지지를 최우선 가치로 두기 때문에 오락성이 중심에 있다. 상업적 재미를 추구하는 장르 중에서 가장 선두 그룹에 코미디와 멜로 영화가 자리한다.

<달콤한 거짓말>은 코미디와 멜로영화를 딱 절반씩 혼합한 오락성을 위한 영화다. 이 영화의 코미디 요소는 변장코미디를 줄기로 하고 멜로적 성격은 첫사랑으로부터 사랑을 얻기 위한 한 여자의 노력과 그녀를 사랑하는 어릴 적 친구의 삼각관계로 설정되었다.

변장코미디와 삼각관계는 관객들이 때로는 웃고 때로는 사랑의 승리자가 누구일까라는 기대감으로 경마를 지켜보는 재미를 맛보게 될 것이다.

변장코미디는 여자가 남자로 변장하거나 왕자가 거지로 위장하여 주변인들을 속이다가 뒤늦게 정체가 밝혀지는 줄거리를 따른다. 이 작품은 첫사랑과 만난 지호가 기억상실증 환자로 주변인들을 속이면서 첫사랑의 민우와 사랑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이 영화의 성공과 실패는 지호(박진희 분)가 기억상실증 환자의 연기로 주변인들을 어떻게 속이느냐와 그의 정체가 어느 지점에서 탄로나느냐에 달려있다. 알프레드 히치콕 식으로 말하자면 지호는 시한폭탄이며 시한폭탄의 폭발은 지호 신분의 노출이다.

관객들은 지호라는 시한폭탄이 언제 터지느냐에 긴장감을 갖고 바라보며 감독은 최대한 긴장의 강도를 높여서 마지막 엔딩 시퀀스까지 끌고 가기 위해 온 힘을 다 할 것이다. 이 영화는 지호의 기억상실증 연기가 긴장의 꼭짓점까지 도달하기보다 최고봉의 등정에서 베이스캠프 정도에서 만족하고 만 것 같다.

멜로드라마의 삼각관계도 전반부는 이상적인 첫사랑인 민우(이기우 분)의 완승으로 기울다가 후반부는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지면 휴지를 들고 늘 찾아오는 유년시절의 친구이자 이웃사촌인 동식(조한선 분)의 역전승으로 마무리되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공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신인감독인 정정화 감독은 신인감독의 도전적 자세보다는 무리없는 마무리를 택한 것 같다. 완결된 결말은 관객과 소통을 위해 시나리오에 충실한 영화를 완결시켜야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반영된 것 같다.

흥행성과 예술성의 한 쪽에 손을 들기 보다는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선에서 첫 작품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성실성에 기운 것 같다. 한 편의 기획 코미디영화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연출과 편집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관철된 것이다.

사랑의 여러 유형 중에 ‘교통사고론’이 있다. 교통사고론은 사랑은 언제 어디서 시작된다는 예고 없이 예기치 않게 당한 교통사고처럼 시작된다는 사랑의 시작설이다. 이 영화도 우연성과 교통사고론에서 시작된다. 방송국 작가 지호는 방송국에서 나와 날치기를 당한다. 날치기를 뒤쫓던 지호는 그만 고급승용차와 충돌한다.

고급승용차의 주인은 바로 학교의 선배이자 지호의 첫사랑이었던 민우였다. 지호는 민우와 재회로 맞이한 사랑의 완성을 위해 기억상실증환자로 위장하여 민우의 집에 기거하게 된다. 멜로영화에서 공간을 공유한 두 남녀는 반드시 사랑하게 된다. 지호에 대해 민우는 쇼핑을 가고 산책을 하고 식사를 함께 하면서 특별한 친밀감을 갖게 된다.

전반부는 기억상실증 연기에 성공한 지호의 변장이 성공적으로 완수된다.

후반부는 지호가 쇼핑몰에서 친구 동식에게 걸리면서 시작된다. 이후 공간을 옮긴 지호는 동생과 동식 그리고 민우를 동시에 속이면서 민우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박진희의 시치미 떼는 연기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환자로 위장한 지호에 속는 주변인들이라는 상황의 희극성이 영화적 재미를 만들어낸다.

결국 지호는 거짓말을 싫어하는 민우에게 신분이 폭로되면서 결말로 치닫는다.

하지만 마지막 시퀀스의 반전이 싱겁게 끌날 변장코미디를 구해낸다. 지호는 영국으로 떠난 동식이 보낸 소포를 통해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했던 남자 동식을 발견하게 된다. 지호는 민우가 선물한 명품 구두에 발이 물집이 잡히는 것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의 부자연스러움을 드러낸다.

하지만 동식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그리고 현재 지호의 신발사이즈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발을 편하게 하는 운동화를 선물한다. 결국 이 영화는 이상적인 명품 구두와 현실적으로 발이 편안한 운동화의 대결에서 운동화의 승리로 귀결된다.

무지개를 찾아 떠난 주인공이 고향에 도착하여 가까이 존재한 무지개를 발견하는 우화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첫사랑은 늘 무지개처럼 하늘 위에 존재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가까이서 대면하고 호흡할 수 있는 산책로의 거목처럼 땅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치밀한 서사 구조와 완벽한 연기와 심오한 주제를 양보하고 변장코미디가 주는 소소한 재미를 선택한 신인감독의 냄새가 물씬한 대중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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