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독 거셌던 ‘꽃미남-동성애’ 코드 영화에 마침표를 찍었다. 꽃미남을 대표하는 두 배우 조인성, 주진모가 속살을 부딪치며 서로를 탐하는 장면이 대중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오래, 또 자세하게 스크린에 비춰진다.

두 남자배우들의 애정행각을 눈뜨고 보기 어려운 남자관객들을 위해서도 볼거리는 충분히 있다.

조인성이 ‘남친’ 주진모를 대신해 그의 안사람인 송지효와 또 한 번 상열지사를 치르는 과정도 있기 때문이다. 고려 말기라는 시대적 배경과 당시 정치적 상황 등은 이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충실한 밑밥이다.

사건은 어린 시절부터 왕의 연인으로 자라난 홍림(조인성 분)이 남자로서의 정체성에 눈을 뜨고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원에서 시집온 왕비(송지효 분)가 자식을 낳지 못하자 왕(주진모 분)은 아들을 얻기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홍림에게 왕비와 대리 합궁을 하게 한다.

‘거사’ 이후 홍림과 왕비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면서 삼각관계가 시작된다. 처음의 핑크빛 사랑은 원과 고려의 관계, 고려 조정 내의 분란이 더해지면서 핏빛으로 변해간다.

제목인 ‘쌍화점(雙花店)’은 동명의 고려가요에서 따온 것으로, ‘상화떡’을 파는 가게를 말한다. 상화(霜花)떡은 밀가루 피에 꿀팥으로 만든 소를 넣고 빚은 것으로, 오늘날 만두와 비슷한 떡이다.

고려시대에는 사랑하는 남녀가 이 떡을 먹으며 밀어를 속삭였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연적에서 연인의 관계가 된 홍림에게 왕비가 고향 풍습을 설명하며 쌍화떡을 건네며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이후 피바람을 예상케하는 의미심장한 장면이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