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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1969년 예그린
여대생 가수의 육감적 춤사위와 창법
'솔 사이키 가요' 탄생시키며 사랑받아
2면 수록곡 김선의 '떠나야 할 그사람' 이 앨범의 백미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40년 전인 1969년의 대중은 눈과 귀 모두 호사를 누렸을 것 같다. 미국에서는 우드스탁이란 전대미문의 야외 페스티발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국내에서는 영국가수 클리프 리차드가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들쑤셔 놓았다.

여기에다 당시로서는 대중음악 사상 가장 섹시한 여가수로 평가받는 김추자까지 그 해에 등장했다.

김추자의 등장은 펄시스터즈와 더불어 대중음악계의 체질 개선을 불러왔다. 뭇 남성들의 이목을 독식함은 당연했다.

그녀는 터질 것 같은 몸매를 여과 없이 드러낸 꽉 조이는 의상과 엉덩이를 현란하게 돌려대는 춤으로 비디오 시대 개막을 진두지휘했다. 신중현에 의해 주도되어 당대 젊은 세대의 트렌드로 급부상한 음악은 솔&사이키델릭이다. 신중현은 록밴드 덩키스 시절에 이미 국악을 사이키델릭에 접목하는 음악실험을 시도했다.

솔과 댄스음악의 선두주자였던 김추자의 음악적 뿌리는 사실 국악이다.

고등학교 때 춘천 향토제에 나가 <수심가>를 불러 3위에 입상한 경력의 그녀다. 이정화를 보컬로 내세워 발표한 덩키스의 첫 음반이 상업적으로 실패한 후 신중현은 밴드 이름을 '뉴 덩키스'로 일신했다.

전혀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마침 제 발로 찾아온 김추자는 창을 소화할 가창력을 겸비해 제격이었다.

1969년10월20일 출시된 김추자의 데뷔앨범 <늦기 전에/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는 독집이 아닌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총 10곡이 수록된 이 음반은 모두 신중현의 창작곡들로 포진되어 있다.

1면의 6곡은 모두 김추자의 노래고 4곡이 수록된 2면엔 훗날 ‘소주병 난자사건’으로 악연을 맺는 국가대표 레스링 선수출신 소윤석과 록밴드 바보스와 샤우터스 출신인 김선의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토속적 창법인 소윤석의 3곡은 이 앨범의 한국적 이미지에 일조했다. 처음 이 음반이 나왔을 때 대중은 반복적인 사이키델릭 멜로디와 창을 듣는 것 같은 묘한 사운드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여대생가수 김추자의 육감적인 춤사위와 창법은 ‘솔 사이키 가요’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대중적 사랑으로 이어졌다.

단숨에 신데렐라로 떠오른 김추자는 이 앨범을 통해 ‘나뭇잎이 떨어져서’ 등 3곡을 빅히트시켰다. 그중 가장 대중적으로 조명 받았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는 온 국민의 화두였던 월남전을 소재로 해 오랫동안 불리어진 명곡이다.

흥미로운 것은 타이틀 곡 '늦기 전에'와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 ‘나뭇잎이 떨어져서’ 2곡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사실. 대중적 조명은 받지 못했지만 이 앨범의 백미는 한국 사이키델릭 숨겨진 명곡인 2면 수록곡 김선의 '떠나야할 그 사람'이다.

미8군 클럽공연을 통해 김선의 가창력을 인정한 신중현은 그에게 자신의 창작 사이키델릭 곡 취입을 제의했다.

소름끼치는 감동을 선사하는 김선의 7분40초의 롱 버전은 익숙한 펄시스터즈, 트윈 폴리오 버전과는 확실히 차별적이다. 신중현이 직접 참여한 놀라운 가성의 화음, '뉴덩키스'의 꽹과리소리와 작렬하는 전자기타가 빚어내는 프로그레시브한 사운드는 압권이다. 하지만 이 곡은 김선, 신중현 모두에게 그다지 만족스런 노래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시 사이키델릭 보컬의 전형은 지미 핸드릭스나 아이론 버터플라이, 제니스 조플린으로 대변되는 거칠고 탁한 보컬이다.

영미 사이키델릭의 모방이 미덕이었던 당시. 김선의 맑은 미성은 자신은 물론 신중현 조차 사이키델릭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후 신중현 밴드의 객원보컬은 박인수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친 사이키델릭 보컬에 식상해서인가. 김선의 미성 보컬은 이제는 오히려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여러 차례 재발매를 거듭한 이 앨범의 초반은 예그린에서 제작한 더블 재킷이다. 신중현의 활동금지시절엔 ‘김추자 BEST'란 타이틀로 해적판까지 제작되었을 정도다. 김추자의 등장을 알린 기념비적인 의미에다 김선의 숨겨진 사이키델릭 명곡을 선사한 이 앨범은 친구처럼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은 명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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