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배경은 경북 봉화의 농촌. 주인공은 소와 노인 부부다. 카메라는 마흔 살된 늙은 소와 여든에 가까운 할아버지의 농촌에서의 일상을 담백하게 담아낸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이 소는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와 함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며 농사를 짓고 산을 오른다. 그래서 다른 친구가 없는 할아버지에게 소는 좋은 친구이며 편리한 이동수단이다.

소 역시 일어설 기운도 없지만 할아버지가 고삐를 잡으면 이내 힘을 내 따라나선다. 또 소 덕분에 아홉이나 되는 형제들이 모두 공부를 마쳤으니 할아버지가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 할아버지의 관심에서 제외된(?) 할머니가 소를 팔자고 투덜대는 것도 할아버지와 소의 돈독한 관계를 말해준다.

일견 평범한 이야기에 위기가 오는 것은 두 ‘친구’의 건강 문제. 할아버지는 나이에 비해 많은 노동량 때문에 의사에게서 일을 줄이라는 경고를 받는다. 보다 심각한 쪽은 소.

수의사에게 소가 올 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들은 할아버지는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한다. 자신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애써 웃으며 부인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관객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역동적인 사건이나 감정을 이끄는 내레이션도 없지만 이들의 소소한 일상은 관객의 마음을 쥐고 흔든다.

‘워낭소리’는 소의 귀에서 턱밑으로 늘여 단 방울의 소리를 뜻하는 말로, 독립영화계에서는 작년 한해 가장 많은 화제를 몰았던 다큐멘터리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