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클릭] 영화 '마린보이' 유리 역 "시나리오 읽고 바로 하고 싶었다"



배우 박시연은 한 가지 색깔로 표현되지 않는다. 커다란 눈망울, 오똑한 코, 야무진 입술….화사해 보이는 외모지만 눈빛 어딘가에 슬픔이 깃들어 보인다. 언뜻 서구적으로 보이지만 느릿하고 조심스러운 말투는 동양의 것이다.

박시연의 오묘한 매력은 지난해 MBC 드라마 <달콤한 인생>의 홍다애 역을 통해 대중에게 각인됐다. 스칼렛 오하라처럼 불꽃 같은 삶을 원하는 쥬얼리 디자이너를 맡아 이동욱을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동시에 정보석과 불륜을 저지르는 두 얼굴을 보여줬다.

어쩌면 박시연이라는 배우의 매력은 그 두가지 이미지를 오가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 <사랑>이 순도 깊은 영혼을 보여주는 쪽이었다면, 2월5일 개봉되는 영화 <마린보이>(감독 윤종석ㆍ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에서 도발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쪽이다.

올해 서른살의 박시연은 “연기 인생을 등산으로 친다면 아직 반도 오지 못했어요”라고 겸손해 했다. 지난해 <달콤한 인생>과 <다찌마와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이후 박시연은 부쩍 성장한 듯 보였다. <마린보이>의 유리 역에 대해 “시나리오를 읽으며 이미 유리가 되어 있었어요. 이유 없이 하고 싶었던 첫 작품이 아닐까 해요”라고 말했다.

유리의 마음보다 몸이 힘들어

박시연이 맡은 유리는 강사장(조재현)에게 보살핌을 받으며 물질적으로 풍부한 삶을 살지만 답답하다고 느끼는 인물이다.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되는 천수(김강우)에게 목적을 갖고 접근한다는 점에서 ‘팜므파탈’로 묘사되곤 했다.

“유리는 팜므파탈이 아니에요, 호호. 스토리 전개상 두 남자를 파멸로 이끌긴 하지만 눈빛을 요염하게 한다든가 옷을 화려하게 입는 식으로 팜므파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거든요. 워낙 강한 역이라 오히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게 연기를 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초반에 감독님이 ‘세상에 무관심하다는 의미로 계속 선글라스를 끼고 나오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내셨을 정도죠. 호호.”

박시연은 유리의 감정을 연기하는 것보다 액션을 소화하는 게 더 힘이 들었다. 납을 허리에 메단 채 와이어를 달고 크레인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30m를 떨어져 물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장면을 찍을 때는 공포를 느꼈다. 수십차례 반복하며 물 속으로 들어가는 공포,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껴야 했다.

사랑은 의리

박시연이 김강우와 베드신을 촬영했다는 소식은 단연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미리 공개된 스틸에서 박시연은 가슴골이 드러난 티셔츠를 입고 담배를 손에 쥐고 있는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박시연은 “<쌍화점> <미인도> 등에 비하면 말할 것이 못 되요”라고 눙친 뒤 “천수와 유리의 위험한 사랑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봐 주세요. 노출을 많이 한 것도 아니고요. 영화 촬영 전 미리 절충하고 타협해야 하는 장면이었고, 15세 관람가를 받았으니까요”라고 에둘렀다.

박시연은 유리의 사랑에 대해 ‘의리’라는 표현을 썼다.

“이용하기 위해 다가갔지만 결국 사랑을 택하죠. 저는 그걸 ‘의리’라고 표현하는데요. 유리는 의리 있는 스타일이에요. 남자만 의리가 있는 게 아니거든요. 사랑이란 감정 뿐 아니라 의리와 믿음도 중요한 것 아닐까요?”

영화 마린보이


패셔니스타 이미지는 거품

박시연은 지난해 <달콤한 인생> 출연 뒤 패션계의 주목을 받는 패셔니스타가 됐다. 해외 패션쇼에 초대돼 참석했다. 정작 박시연은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외국 패션쇼에 가 보니까 부담이 되더라고요. 제가 모델로 나선 것은 아니지만 괜히 한국을 대표해야 할 것 같고…. 저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도 없고 드라마와 영화만 해 왔는데 어느새 그런 이미지가 생겨 있더라구요. 그 이미지는 제 생각보다 훨씬 컸고요. 어쩌면 ‘거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생겨난 이미지니까요. 저는 드라마에서 쥬얼리 디자이너를 맡았고 그에 맞춰 옷을 입었을 뿐인 걸요.”

평소의 박시연은 털털하고 소박한 편이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온 집안을 청소하거나 집 근처의 서점에 들러 책을 읽는다. 최근 읽은 책은 .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져 두 번 읽었다.

“<마린보이> 촬영 끝나고 2개월 보름 정도 쉬었거든요. 제가 뭘 해야 즐거운지 몰라서 당황했어요. 동생이 운영하는 쥬얼리 샵에 자주 나가서 끄적여 보곤 했어요. 연애요? 요즘은 오래된 커플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어요. 긴장되는 순간도 지나고 친구처럼 익숙해 보이는 커플이 보기 좋더라고요.”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