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위안부 문제는 삼일절이나 광복절 즈음에만 잠시 불붙었다 사라지는 기현상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위안부 문제는 항상 있어왔지만 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금세 꺼지고 만다. 이 영화는 위안부 문제가 시류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극복해가야 하는 문제임을 말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기존의 위안부 소재 영화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소재가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어두움의 굴레 대신 밝은 톤으로 주인공 송신도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루며 '피해자의 슬픔'에 초점이 맞춰진 기존 다큐멘터리들과 궤를 달리 한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건강함'이다.

송 할머니와 함께 이야기의 다른 축인 사람들은 할머니를 돕는 일본인과 재일 교포들, 즉 범(凡)일본인들이다. 그래서 영화는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분노보다는 전쟁 반대와 평화에 관한 연대의 이야기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