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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희 '안개', 국내 최초 국제가요제 입상 쾌거
[우리시대의 명반·명곡] 1967년 신세기 레코드
노래·영화·소설 트리플 걸작 신화
팝 스타일 멜로디·운치 있는 노랫말·정훈희 음색 대중 사로잡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대중가요에는 '안개'를 소재로 빅히트를 터뜨린 명곡이 무수하다. 그중 이봉조가 작곡하고 정훈희가 노래한 '안개'는 국내 최초로 국제가요제에 입상한 명곡이다.

사실 '안개'의 오리지널 버전은 가사가 완벽하지 않은 미완성 형태였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정훈희 이전에 남성사중창단 쟈니브라더스가 먼저 취입한 노래다. 이봉조의 섹스폰 연주와 함께 허밍과 '안개'만을 수없이 반복되는 다소 코믹스러운 버전이다. 그 오리지널 버전은 차중락의 '사랑의 종말'이 타이틀인 신세기레코드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담겨있다.

17살 여고 1학년생이었던 정훈희는 1967년 여름방학 때 노래를 부르고 싶어 무작정 상경해 서울 그랜드호텔 나이트클럽 밤무대에 섰다. 그때 '안개'를 부를 가수를 물색 중이던 작곡가 이봉조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단박에 반해 "가시나, 쪼깐한 게 건방지게 노래 잘하네"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자리에서 이봉조는 미완성 버전 '안개'의 LP를 건네며 멜로디를 익히게 했고 mbc라디오 박진현 음악PD에게 가사를 의뢰해 부랴부랴 노래를 완성시켰다.

릴 테이프 데모음반으로 만들어진 정훈희의 '안개'는 당대의 방송3사 KBS, MBC, 동아방송에 보내졌다. mbc라디오를 통해 첫 전파를 탄 '안개'는 그 날부터 팬들의 신청곡 요청이 쇄도했다. 당대의 주류음악인 트롯과 차별되는 팝 스타일의 멜로디와 운치 있는 노랫말 그리고 정훈희의 비음 섞인 고운 음색이 대중에게 단번에 먹혀들었던 것.

이례적으로 방송국 PD들의 열화와 같은 음반취입 재촉이 이어졌다. 예상치 못한 반응을 접하자 며칠 만에 정훈희는 '안개'와 '숙명'을 타이틀로 해 '별아 내가슴에', '낙엽', '내 마음 나도 몰라' 등 총 5곡을 발 빠르게 녹음해 데뷔앨범을 발표했다.

컴필레이션 형식으로 발표된 음반은 차중락, 유주용의 기존 노래들과 이봉조의 연주곡을 함께 묶어 총 12곡이 수록되었다. 음반의 재킷사진은 정훈희의 얼굴사진 한 장 없이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장식되었다. 이 곡은 김수용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신성일 윤정희가 주연으로 등장했던 동명의 영화OST다.

영화 속에서는 여주인공 윤정희가 립싱크로 정훈희의 '안개'를 노래한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영화화한 이 영화는 서울 개봉관인 아카데미 극장의 관객집계로만 1만 3,600명을 기록한 당대의 흥행작이다. 또한 한국영화의 표현영역을 한 차원 높인 수준 높은 작품성으로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어 "노래도 걸작", "영화도 걸작", "소설도 걸작"이라는 '트리플 걸작'의 신화를 남겼다.

정훈희의 데뷔앨범은 발매 즉시 재발매를 거듭하며 무려 40만장이 팔려나갔다. 단숨에 신인유망주로 떠오른 그녀는 데뷔 4개월 만에 서울신문의 무궁화상, 대구ㆍ대전 MBC의 10대가수상, 국제신보, 영남일보의 신인상 등 5개의 상을 연거푸 수상하는 초고속 인기행진을 벌였다.

최대 하이라이트는 노래 발표 3년 후인 1970년 11월 20일 38개국 44개 팀이 경연한 제1회 도쿄국제가요제일 것이다. 정훈희는 국내가수로는 최초로 국제가요제에 출전해 데뷔곡 '안개'를 열창해 '월드 베스트10'에 입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단숨에 국내 최초의 국제가요제 수상자로 등극했던 것.

흥미로운 대목은 그 대회에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혼성보컬 그룹 아바가 참가했었다는 사실이다. 데뷔 초기였긴 했지만 아바는 입상권에 들지도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이후 정훈희-이봉조 콤비는 1972년 그리스 아테네 국제가요제, 1975년과 1979년의 칠레 국제가요제 등 무려 6번이나 국제가요제에 입상했다. 정훈희에게는 '국가대표 가수'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게 되었다.

정훈희의 '안개'는 세대를 뛰어넘어 국내에서는 트윈폴리오, 현미, 한명숙, 패티김, 문주란, 유수일, 이미배, 조관우 등이 외국에서는 프랑스 샹송가수 이베트 지로와 일본 혼성트리오 하파니스, 일본 섹스폰 연주가 다카오카 겐지가 리메이크 열풍을 일으켰다. 또한 40년의 세월이 흐른 2007년 이명세감독의 영화 M의 OST로 재사용된 불후의 명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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