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에서 다루어지는 성은 언제나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해묵은 논쟁을 끊임없이 끄집어낸다. 쿠르베의 그림 '세계의 기원'은 오늘날에는 상징과 진실, 심지어 유물론의 맥락까지 읽어낼 수 있는 미적 인식이 있지만, 음란한 작품으로 여겨져 오랫동안 공개되지 못했다.

'음란'의 이유는 이 그림이 여성의 성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 그럼에도 이 작품은 현재 오르세미술관에 당당히 걸려 있다.

하지만 움직이는 영상에서의 성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것은 그림이나 문자처럼 제한된 상상력의 차원이 아니다. 그야말로 사실의 공감각적 재현. 영화에서의 성이 더욱 민감한 심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속 애정 행각의 과정에서 남녀의 성기나 체모가 노출되면 그 장면은 어김없이 삭제되거나 영화 자체에 상영금지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존 카메론 미첼의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국내 상영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 영화에서는 성기 노출은 기본이고 배우들이 실제로 성교를 하기까지 한다.

성을 다룬 영화와 포르노가 다른 것은 이 지점이다. 성기와 성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은 공통점이지만, 후자의 목적은 오로지 관객의 성적 흥분에 있다.

이 영화에서 성교 장면은 화려하지만 한편으론 밋밋하게 느껴지는 하나의 장식처럼 다가온다. 전작 '헤드윅'에서 성 정체성에 관한 파격적인 서사로 세상을 놀래켰던 존 카메론 미첼은 이 영화에서도 삶을 비추는 하나의 메타포로 '성'이라는 소재를 자유롭게 활용하며, 관객에게 성을 둘러싼 '관념'에서 자유로워질 것을 권유한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