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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버스' 성적 소수자들의 공동체 엿보기
존 카메론 미첼 감독
2006년 칸영화제 호평… 등급 판정 법정공방 끝 국내 상영





김시무 영화평론가



존 카메론 미첼(John Cameron Mitchell) 감독의 <숏버스 Shortbus>는 무척이나 도발적인 영화다. 지난 2006년 미국에서 제작되어 그해 칸느국제영화제 비공식 부문에서 상영되어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숏버스>는 그 여세로 국내에 수입이 되었으나 상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두 번 씩이나. 수입사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영등위 측은 "이 영화가 발기되고 젖은 남성 성기의 클로즈업, 여성 성기의 클로즈업, 집단 성교, 혼음, 남녀 자위행위 등이 리얼하게 '여과 없이' 묘사되어 있는 등 성적 쾌락 추구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 및 사회 윤리를 크게 해치고 음란성 등으로 인하여 건전한 가정생활과 아동 및 청소년 보호에 위해하고 미풍양속을 해하는 비윤리적인 내용이어서 제한상영가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고, 피고 측인 영등위는 서울고법과 대법원에 잇달아 항소 했지만 기각되었다. 수입사 측은 올해 초 다시 심의를 신청했고, 마침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냄으로써 비로소 일반관객에게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자유의 여신상이 클로즈업되면서 뉴욕의 전경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그 거대 도시 뉴욕의 한 구석에 있는 '숏버스'라는 이름의 살롱이 영화의 주요 무대가 된다.

영화는 사실 초반부터 매우 강렬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알몸의 한 남자가 거의 요가에 가까운 자세로 자신의 성기를 자기 입으로 빨려고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장면이 바뀌면 한 부부가 거의 묘기에 가까운 다양한 체위(體位)를 구사하면서 성관계에 탐닉하고 있다.

또 장면이 바뀌면 이번에는 한 젊은 남자가 한 젊은 여자한테 피학적으로 성적 쾌감을 추구하고 있는 모습이 연출된다. 영화의 도입부는 각기 다른 세 가지 상황들이 교차 편집되다가 쾌감이 절정에 이르러 거의 동시적으로 사정(射精)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자가 성애를 시도하던 남자 제임스(폴 도슨)는 동성애자로 제이미(P. J. 드보이)라는 애인과 동거하고 있지만, 웬일인지 자살을 꿈꾼다.

성적으로 트러블이 있는 부부들을 상담해주는 일명 섹스치료사인 소피아(숙인 리)는 그러나 정작 자신은 한 번도 오르가슴에 도달해본 적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남편과 그토록 다양한 체위로 성관계를 갖고 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건만, 그것은 다 부부관계의 유지를 위한 허망한 제스처일 따름이었다.

남자들의 가학적-피학적 섹스 상대가 돼주면서 연명하는 세브린(린지 비미시)은 그러나 늘 고독에 빠져있다. 맘을 털어놓을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숏버스'라는 공간에 합류하면서 펼쳐지게 되는 다양한 성적 체험 및 나아가 새로운 인간관계의 형성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숏버스'란 일반 대형 스쿨버스에 탑승할 수 없는 장애자 등을 지칭하는 은어이다. 이 영화에서는 성적 소수자인 게이나 레즈비언, 성생활에서 천대받는 노인, 일상생활에서는 성적 쾌감(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를 의미하는데, 뉴욕에는 실제로 그와 같은 공간들이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 공간에서는 보다 놀라운 광경들이 펼쳐진다. 심의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집단 성교, 혼음 등이 외관상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으니 말이다.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도 있다. 불감증 치료차 남편과 함께 숏버스에 들른 소피아는 원격으로 조작하는 바이브레이터를 은밀한 곳에 삽입했다가 다른 남자가 TV 리모컨으로 오인하여 마구잡이로 버튼을 눌러대는 바람에 혼쭐이 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특히 논란이 됐던 부분은 숏버스에서 또 한명의 섹스 파트너 세스(제이 브래넌)를 물색한 제임스-제이미 커플이 집으로 장소를 옮겨 쓰리섬(threesome)을 갖는 장면이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영등위가 주장한 '여과 없이 상기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다'는 대목이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영등위가 문제로 지적한 "발기되고 젖은 남성 성기의 클로즈업, 여성 성기의 클로즈업"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모두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애당초 미첼 감독이 만든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적나라하게 다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상영버전에서는 국민적 정서(?)를 고려하여 가릴 것은 다 가리고 심의를 신청했고, 그 버전마저 영등위는 제한적으로 상영토록 했던 것이다.

문제로 삼고자 하는 점은 바로 이것이다. 수입사에서 자체 검열을 통해 대대적으로 '여과'를 한 작품을 가지고 두 번씩이나 상영을 제한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요, 코미디라는 얘기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법원에서 이 영화가 음란하다는 영등위의 주장을 뒤엎었다는 것이다.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 요지는 이렇다. "우선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성기 노출 부분 등을 가림처리(모자이크 처리)했고, 성교 장면 등도 드라마의 전체 맥락상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으므로 음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대다수 외국의 경우 15세 이상 또는 18세 이상 관객이 볼 수가 있고, 국제영화제 등에서 예술성을 인정받았으므로 음란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게다가 실질적으로 제한상영관이 부재한 상태에서 제한상영가 등급 결정을 내린 것은 관람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한 것으로 피고(영등위) 측의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으로 판단된다."

마지막 대목은 특히 중요하다. 이 사건의 소송을 맡았던 윤지영 변호사에 따르면, 제한상영관이 거의 전무한 현 상황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은 관람권을 제한하는 사실상의 상영금지에 해당하므로 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헌법에 반(反)하는 규정이라는 것.

원고 측은 음란성을 따지기 이전에 법 규정 자체가 모호함을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영등위는 현 실정과 거리가 먼 무용한 규정에 매달려 음란성 주장을 법정에서 관철시키지 못한 채 등급 판정을 번복해야 하는 수모를 겪은 셈이다.

따라서 이제 막 심의를 통과하고 무제한 상영이 가능해진 <숏버스>의 국내 버전으로는 음란성 여부를 제대로 가려낼 수가 없다고 본다. 이 영화는 그저 성적 쾌락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는 보통사람들의 다소 유별난 취향을 역동적으로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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