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허달림 1집 '기다림, 설레임' 2008년 뮤직 런뮤직 下절망·고통의 흔적 희망 메시지로 승화싱글 발표후 '사운드' 아쉬움 직접 앨범 제작사 세워 달래

그녀의 창작방식은 독특하다. 흥얼흥얼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멜로디를 녹음하기 위해 항상 카세트 녹음기를 가지고 다닌다. 창작의 물꼬를 튼 것은 1995년쯤 ‘독백’을 처음으로 만들면서부터. 1집 발표 전까지 ‘지하철 자유인’등 4곡의 노래를 완성시켰지만 발표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녀가 거친 모든 밴드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 그런 면에서 밴드 풀 문의 베이스 박순철은 그녀에게 ‘너만의 멜로디가 있다’며 가능성을 인정해 주고 독려했던 소중한 친구다. ‘춤이라도 춰볼까’ 리플은 그의 도움으로 완성한 곡이다.

2년간의 신촌블루스 활동 후 클럽을 맴도는 가수로 머물 것 같아 유학을 결심했다. 장충동의 한 찌개 집에서 하루 13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절치부심했다. 2005년 마침내 기회가 왔다. 카페 스튜디오70에서 그녀의 음악을 듣고 가능성을 발견한 기획사 ‘풀로 엮은 집’의 이윤호대표가 데뷔 음반을 제작했던 것.

프로듀싱 개념도 없이 스스로 모든 음악과정을 맡아 싱글EP ‘독백’을 발표했다. 비록 대중적 반향은 미미했지만 일부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에 여러 곳에서 정규앨범 제작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대부분 제작조건이 취약했다. 녹음진행 중에 뒤엎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은 싱글 앨범 발표 후 가장 아쉬움을 느낀 ‘사운드’의 질은 결코 양보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과 사랑에 대한 고심으로 가득 찼던 3년간의 공백 후 중대 결심을 했다. 스스로 자신의 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인디레이블 '런뮤직'을 창립했던 것. 10년째 옥탑 방에서 살며 모아놓은 돈과 모자라는 돈 2천만 원을 대출했다. 지인이 운영하는 강남 양재동의 텔레만 스튜디오에서 녹음비용을 1/3가격으로 후원해주었고 KBS 관현악단 멤버 남영국이 프로듀싱을 맡아주었다.

또한 언더그라운드 블루스 기타의 달인 채수영과 신촌블루스의 엄인호가 세션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2007년 3월에 제작에 들어간 1집은 이듬해 2월에야 가까스로 녹음을 끝냈다. 제작비가 부족해 녹음실, 프로듀서 스케줄에 맞춰가야 했기 때문.

강허달림의 1집은 짙은 향내가 진동하는 토종 블루스 명반이다. 이 앨범에는 그녀의 삶을 대변하는 12곡이 담겨 있다. 11곡은 그녀의 창작곡이고 ‘꿈꾸는 그대는’은 인천 노래패시절에 감명을 받은 소나무(윤대형)의 곡이다. 29살 때 만난 한 남자와의 만남과 이별의 과정은 기다림과 극복의 미학이라는 음악적 감성을 제공했다.

사랑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끝내 자존심만은 잃지 않는 여성특유의 인내를 담고 있는 타이틀 곡 '기다림, 설레임', 탁월한 감성의 보컬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미안해요’ 같은 창작곡들은 그 결과물이다. 또한 경쾌한 리듬감이 탁월한 첫 트랙 '춤이라도 춰 볼까', 결코 좌절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용기와 희망이 담긴 '독백'과 ‘옛 일기장’, 하늘과 바다‘는 쉽게 접하기 힘든 그녀의 명곡들이다.

그녀의 노래에는 슬픈 정서와 비트 강한 경쾌한 리듬이 공존하며 상호작용을 한다. 그래서 청자를 때론 서정적 분위기의 노래에 푹 빠져들게 하고 때론 어깨를 들썩이는 흥겨움으로 인도한다. 절망과 고통의 흔적은 탁월한 리듬을 통해 극복되고 이내 희망의 메시지로 거듭나게 하는 힘은 강허달림 노래만의 차별성이다.

강허달림은 1집에 대해 “속을 너무 많이 썩어 음반이 나왔을 때 보기도 싫었다. 프로듀서 이름이 첫 브클릿 인쇄에 누락되어 폐기시키고 다시 인쇄를 했다. 재킷도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의 작업을 거쳤다.”고 털어놓는다. ‘드러나지 않으면서 혼자 서있는 자아’를 표현한 1집의 독특한 이미지 재킷은 급히 소개받은 아트 디자이너 정경숙의 작품이다.

1집은 네이버 오늘의 뮤직 ‘이주의 앨범’에 선정되고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의 여러 부문의 후보에도 노미네이트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계속 늘어 현재 3판 제작에 들어가 있다. “블루스는 운명적인 장르지만 특정 음악장르에 매몰되기보다 좋은 노래를 찾아가는 음악여정을 오래 하고 싶다.”고 말하는 강허달림은 우리시대가 주목해야 될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