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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젊은 백수의 구질구질한 일상 노래
[우리시대의 명반·명곡] 장기하 '싸구려 커피' 2008년 붕가붕가 레코드
데뷔 1년 만에 '인디음악계의 서태지'로
'장기하식 랩'과 해학적 가사 묘한 중독성 폭넓은 공감대 형성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이들로 인해 대중음악계는 주류와 인디음악의 경계가 붕괴되고 ‘루저문화’라는 새로운 트렌드까지 형성되고 있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80년대에도 있었다.

조용필의 1인 독주시대였던 당시에도 들국화, 김현식, 따로또같이,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약진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하며 찬란한 대중음악 전성시대를 꽃피웠었다.

바람직한 훈풍을 몰고 온 장기하의 싱글 ‘싸구려 커피’는 이 모든 것의 중심이다. 무표정하고 진지한 얼굴로 노래하는 그의 모습과 해학적인 노래가사는 묘한 화학작용을 통해 대중에게 큰 웃음과 더불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시켰다. 대개의 명곡이 그렇듯 이 노래의 수용 층도 어린아이부터 중장년층까지 꽤나 폭이 넓다.

일단 정규앨범에 앞서 미끼로 던져진 밑밥의 효능은 확실했기에 금년 2월에 발매된 정규 1집 ‘별일 없이 산다’ 또한 대어를 낚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1992년 서태지가 일으켰던 신드롬에 비견되는 돌풍의 주역 장기하는 데뷔 1년 만에 ‘인디음악계의 서태지’로 불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그는 서울대 스쿨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드러머로 음악활동을 시작하면서 산울림, 송골매 등 무수한 70~80년대 음악을 접했다. 당시 서울대에는 ‘붕가붕가 중창단’이라는 노래집단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 그가 소속된 인디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의 곰사장, 밴드 ‘눈뜨고 코베인’과 ‘청년실업’의 이기타 등이 멤버였다.

그러다 인디밴드 ‘그림자 궁전’의 리더 송재경등 같은 학교 밴드들이 의기투합해 컴필레이션 앨범 ‘뺀드뺀드짠짠’을 발표했다. 장기하가 소속된 인디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의 탄생 배경이다.

장기하는 군 입대 후 공백기를 가졌다. 제대 후인 2008년 3월 정중엽(베이스), 이민기(기타), 김현호(드럼), 2인조 미미시스터즈(댄스, 코러스)로 구성된 6인조 포크록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결성했다. 3개월 후 작곡, 작사, 연주를 혼자 도맡은 솔로 싱글 ‘싸구려 커피’를 발표했다.

홈 레코딩 방식으로 녹음한 이 음반은 컴퓨터로 한 장 한 장 구어 일일이 라벨을 붙이고 손으로 케이스에 넣어 하나의 음반을 완성시키는 소위 가내수공업 공법으로 제작되었다. 이 시대 젊은이들의 슬픈 자화상을 솔직하고 코믹하게 대변한 3곡의 수록곡은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중독성을 품고 있다.

그가 많은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이끌어낸 무대는 2008년 10회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일 것이다. 밴드와 함께 등장한 그는 뭔가 다른 음악스타일을 선보였다. 장기하 음악스타일의 기조는 복고사운드다. 중얼거리는 독백처럼 느껴지는 ‘장기하식 랩’은 익숙하게 들어왔던 그것들과 확실히 이질적이다. 단순한 낭송으로 폄하하기에는 독특한 내용과 리듬감이 탁월한 새롭고 흥미로운 그만의 스타일은 매력적이다.

7080식 낭만과 촌스러움이 가득 찬 그의 노래가 지닌 최대 미덕은 순박함과 해학적 이미지다. 이색적인 구어체 가사를 통한 그 만의 음악어법은 실로 귀에 착착 감겨온다. 하지만 처음 등장했을 당시 일부 평론가들은 독창성에서는 공감했지만 장밋빛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 자세를 취했다.

이후 EBS TV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 오른 그의 공연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며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사실도 대중적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예상되었던 수순이 진행되었다. 각종 공중파 TV 음악프로, 라디오, 신문과 잡지에 사진과 인터뷰가 무수하게 실렸던 것.

이에 인디음반으로는 이례적인 1만장을 넘는 대중적 수요가 이어지자 소속사는 한번에 7장을 구울 수 있는 CD 라이터를 장만해 대량생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20대 청년백수의 구질구질한 일상을 노래한 ‘싸구려 커피’는 2009년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 최우수 록 노래, 네티즌이 선정한 올해의 남자 뮤지션 등 3관왕을 차지하며 새로운 우리시대의 명곡으로 공식 인증서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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