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포럼2009 남다은 프로그래머] 사회적 이슈 다룬 작품 줄고유머·위트·냉소로 한층 세련된 표현 늘어나

2004년에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한 남다은 평론가는 유독 독립영화와 인연이 깊다. 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잇따라 청탁되는 독립영화평을 쓰다가 거의 독립영화 전문평론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윤성호 감독을 비롯한 독립영화인들과 친분을 갖게 된 것도 이즈음의 일. 그래서 이번 인디포럼2009의 프로그래머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라있는 것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평론가가 아닌 프로그래머로서 독립영화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는 그를 만나 이번 행사와 인디포럼의 변화를 들어보았다.

- 올해 프로그래머들은 감독(윤성호)과 평론가(남다은)와 기자(프레시안 김숙현)가 고루 포진돼 있는데, 작품 선정 과정에서 마찰은 없었나

프로그래머들이 성격이 세면 싸울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았고, 또 윤성호 감독이 워낙 달변이라 설득이 잘 되는 게 있다(웃음). 그래도 동의가 안 되는 건 끝까지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확실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과 평론가나 기자의 입장이 다 다르고, 특히 김숙현 기자의 경우엔 프로그래밍이 처음이라 입장이 많이 다르기도 했다.

- 이번 출품작들의 특징이 있다면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영화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촛불집회도 계속 진행되고 있어서 작년보다 더 정치적인 작품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놀랍게도 그런 주제가 너무 없었다.

대신 이번 영화들은 아기자기한 것이 많다. 예전의 거대담론 대신 작은 이야기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유머러스라고 위트있고, 때론 냉소적이다. 대체로 한층 더 센스있어졌다고 보면 될 것이다.

- 비경쟁구도인 인디포럼에서는 ‘신작전(新作展)’이 중심인데, 어떤 점을 주목할 수 있나. 또 올해 어떤 변화가 생겼나

무엇보다 독창적인 재미가 있다. 한 마디로 뻔한 길을 안 가는 영화들이 대거 나왔다. 기존의 독립영화들은 사회적 이슈들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종종 함정에 빠졌다. 그것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할 때 좀 전형적인 형태로 전개되는 양상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들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령 ‘성적 소수자’라는 전통적인 소재를 가지고도 예전처럼 암울하고 절망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유머를 넣어서 그린다던가 하는 관점의 변화가 있다. 그래서 나는 올해도 올해지만 이런 변화들을 기점으로 해서 내년에는 어떻게 또 경향이 바뀌어나갈지 더 궁금해진다.

- ‘워낭소리’나 ‘똥파리’의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아직 인디포럼 같은 독립영화축제가 갈 길은 멀다. ‘그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우리들의’ 축제로 어필할 수 있는 내외적 방안은 없을까

결국은 관객들을 어떻게 더 참여시키느냐의 문제인데, 그렇다고 작품의 색깔을 관객을 의식하는 쪽으로만 맞출 수는 없는 것이다. 작품의 개성은 유지하되, 작품 외적 측면에서 영화사이트에서의 이벤트나 바자회 같은 행사나 섹션명을 친근하게 바꾸려는 노력들을 통해 보다 친숙한 독립영화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