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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넘게 사귄 여친 위해 만든 '다행이다'
[우리시대 명반·명곡] 이적 3집 '나무로 만든 노래' 2007년 뮤직팜
진정성 가득한 가사 이 시대 최고 작업송
아날로그 정서 그득한 앨범 2008 한국대중음악상 4관왕 차지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이적의 솔로 3집 <나무로 만든 노래>는 2007년 최고의 명반이다. 이 앨범은 실로 눈부신 성과를 일궈냈다. 타이틀 곡 ‘다행이다’가 이 시대 최고의 ‘작업송’으로 떠오른 것은 물론, 2008년 제5회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최우수 팝 음반, 최우수 팝 노래 등 4관왕을 독식하며 우리시대의 명곡 명반으로 공증되었다.

이적의 음악을 데뷔시절부터 들어왔다면 이 앨범은 이전과는 뭔가 이질적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트레이드인 통쾌감을 안겨주는 사회비판적인 직설적인 가사에서 빗겨난 삶에 대한 고백과 성찰 그리고 사랑을 향한 욕망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사실 맥이 빠질 수도 있다.

음악성향도 예전의 비트 강한 빠른 노래가 아닌 군더더기가 쭉 빠진 소박한 사운드니 더욱 그렇다. 머리로 쓴 곡들이 아니라 마음으로 쓴 노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감정의 완급조절이 인상적인 담백하고 솔직한 수록곡들은 오히려 폭넓은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미덕을 발휘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이적은 주류의 대중가요팬과 마니아들에게 공히 사랑받는 희귀한 뮤지션이다. 1995년 남성듀오 패닉으로 데뷔한 이래 그는 '카니발', '긱스' 그리고 솔로로 이어지고 있는 음악활동 뿐 아니라 소설「지문사냥꾼」의 베스트셀러 작가, 방송진행자로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발표한 방송, 소설은 물론이고 ‘달팽이’, ‘왼손잡이’, ‘그땐 그랬지’, ‘거위의 꿈’ 같은 히트곡들은 대중의 감성을 자극시켰다. 음반을 발표할 때 마다 “이적스럽다‘는 찬사가 따라다니는 것은 그만큼 깔끔한 음악을 꾸준히 생산해온 결과일 것이다.

앨범을 틀면 화장을 지운 맨 얼굴의 이적이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일기장 읽어주듯 소곤소곤 건네 온다. 논쟁을 불러오는 서사적 메시지가 아닌 편안한 그의 이야기는 진정 편안하다. 어린 시절 라디오를 들으며 음악과 인연을 맺었던 순간을 회상하는 첫 곡 '노래'부터, 마지막 곡 '무대'까지 총 12곡의 수록곡들은 따뜻하고 자연스런 아날로그의 정서로 그득하다.

일렉트릭 사운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심플한 악기 편곡 구성은 이 앨범이 편안한 어쿠스틱 분위기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앨범의 최고 트랙인 타이틀곡 ‘다행이다’는 5년 넘게 사귄 발레리나 여자 친구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든 이적의 작업송이다. 오리지널은 내밀한 개인 연애감정을 담은 1분 50초 정도의 짧은 곡이라 앨범에 수록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카니발 멤버 김동률의 추천으로 멜로디와 가사를 3분 30초로 늘려 타이틀곡이 되었다고 한다.

이 노래가 음악성과 대중성을 공히 인정받을 수 있었던 요인은 세련된 음악스타일이나 화려한 편곡보다 완성도 높은 단순한 가사가 주효했다. 진정성이 가득한 가사는 대중에게 감동을 안겼고 누군가에게 불러주고 싶고 누군가가 불러줬으면 하는 노래로 자리매김 될 수 있었다.

이처럼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닌 이 노래는 수많은 커플 탄생에 일조했고 그 자신에게도 결혼이란 선물을 제공하며 이 시대 최고의 ‘작업송’으로 떠올랐다.

잔잔한 어쿠스틱 분위기의 ‘소년’, ‘무대’도 치열한 일상에서 휴식을 안겨주는 트랙들이다. 빠르게 읊조리는 듯한 ‘자전거 바퀴만큼 큰 귀를 지닌’은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산재한 실험적인 노래고 ‘얘, 앞산에 꽃이 피면’도 그의 비범한 송라이팅 재능을 입증하는 곡들이다.

이처럼 이적이 제시한 새로운 방식의 사랑노래들은 한 곳에 머물러 썩기보단 잘 숙성된 자신의 진보된 음악공력의 구체적 발현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누구나 시끄럽고 자극적인 노래보다 편안한 노래에 마음이 가는 법이다. 자극성이 없고 편안하고 솔직해 인간적 향내가 진동하는 이 앨범은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꺼이 소장대열에 줄을 섰다. 아직 진정성 가득한 음악에 공감하는 대중이 많으니 참으로 다행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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