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명반·명곡] 송대관 '해뜰날' 1975년 오아시스레코드발표 1년 만에 '가수왕' 등극… 최근 리메이크로 세대 초월한 사랑

심각한 경제위기로 희망을 찾기 힘든 세상이다. 하지만 희망이 뭔가. 고통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빛을 발하는 단어가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송대관의 ‘해뜰날’이 발휘하는 노래의 힘은 엄청나다.

발표된 지 35년이 되어가는 이 노래는 지금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희망을 대변하는 국민가요다.

송대관 역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달걀조차 먹지 못하고 성장한 시골출신이다. 학비를 내지 못해 고교졸업장도 받지 못했던 그는 신문배달, 이발소 보조역 등 힘겨운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언젠가는 ‘쨍’하고 ‘뜰’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았다.

그가 직접 작사한 ‘해뜰날’은 인생의 전환기를 마련한 출세작이다. 흥미로운 것은 대마초 파동으로 중요 가수들이 모두 사라진 무주공산 시대의 최대 수혜자인 이 노래도 실은 힘겨운 삶을 표현한 가사 일부를 수정해 심의를 통과한 아픔이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J. Geils Band는 1982년 2월 6일부터 6주간이나 빌보드차트1위를 점령했던 ‘Centerfold’의 후렴구에서 ‘해뜰날’을 표절한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적이 있다. 당시 밴드의 리더가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다는 전력이 확인되면서 의혹설은 설득력이 더하면서 한국대중가요의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네 박자’도 비슷한 사례를 남겼다. 2000년 일본의 "아스미지로"라는 가수가 리메이크해 엔카 차트에서 1위를 해 일본인들에게도 익숙한 노래가 되었다. 미국 여가수 엥주 또한 ‘Sorry sorry I am sorry ’란 이름으로 리메이크해 국내 팬들 사이에 화제를 모았다. 이것은 송대관의 트롯 리듬에는 국제적으로 통용될 보편성을 담고 있다는 놀라운 증명이 아니겠는가.

고등학교 때 이미 전주방송의 전속가수였던 그는 서울에서 열린 노래경연대회 입상으로 지역에서 유명세를 탔다. 가수 김상희의 남편 유훈근은 그를 오아시스레코드에 소개해 1967년 ‘인정 많은 아저씨’로 공식 데뷔시켜준 소중한 인연이다. 21살 때 시작한 무명가수의 배고픈 시절은 이후 10년간 지루하게 이어졌다.

1975년 희망에 대한 자기 최면을 걸었던 ‘해뜰날’은 발표 1년 만에 그를 ‘가수왕’으로 등극시켰다. 같은 앨범에 함께 수록했던 ‘세월이 약이겠지요’도 동반히트를 했다. 이 노래 역시 그의 어머니가 병으로 고생할 때 제대로 치료를 조차 할 수 없는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대변했던 곡이다.

일약 가수왕에 등극한 송대관은 감격한 나머지 어머니와 함께 쓰던 방바닥에 만원 지폐를 잔뜩 깔아놓고 잠을 잔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반짝 인기의 감격은 결혼 후 하향곡선을 그렸다. 컬러TV가 나오자 주 수입원인 극장 리사이틀의 인기도 시들해져 잠실에 분식집을 냈다.

하지만 만삭의 아내가 배달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1980년 처가가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대중의 기억에서 한동안 지워졌던 그는 재기에 성공해 지금은 대한민국가수협회장은 물론 ‘트로트 4대 천왕’으로 불리며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가수와 배우의 인생은 자신이 불렀던 노래와 맡았던 역할을 따라간다는 속설이 있다. ‘산장의 여인’을 노래한 권혜경과 ‘완전히 새됐어’를 부른 싸이와 송대관은 이 속설을 입증하는 대표적 가수들이다.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해뜰날’은 송대관에게 ‘희망전도사’라는 별칭까지 안겨주었다. 최근 전라북도 정읍시는 내장산 문화광장에 ‘해뜰날’ 노래비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민선 2기 시절 '생존한 50대 가수의 노래비를 세울 수 없다'는 여론에 밀려 불발되었다가 결실을 보게 되었다.

사실 송대관의 노래들은 단순하고 다소 유치한 가사 그리고 트로트 장르라는 이유로 지금껏 음악적으로 정당한 평가를 획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대중은 따라 부르기 쉽고, 쉽게 공감할 노래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것이 사실 아니던가.

2008년 인기혼성그룹 코요테의 리메이크를 통해 세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는 그의 대표곡 ‘해뜰날’은 우리시대의 명곡으로 평가받을 자격이 있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