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명반·명곡] 키보이스 특선 2집 '해변으로 가요' 1970년 유니버샬 레코드배호의 '파도' 넘어 지각변동 몰고와트로트 록의 친숙한 사운드 여름 휴가철만 되면 마술처럼 부활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는 대중가요 역사상 최강의 여름노래다. 1970년에 발표된 이 불멸의 여름가요는 그때까지 최고의 여름노래로 군림하고 있던 배호의 ‘파도'를 가볍게 넘어섰다.

사랑의 영원함을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했던 배호의 ‘파도’가 당대 대중문화의 주도세력인 기성세대의 정서를 대변했다면 신나고 경쾌한 멜로디로 젊은 세대의 감성을 대변한 ‘해변으로 가요’는 대중문화의 주도권에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누구나 여름철 노래에 얽힌 추억하나 쯤은 있을 것 같다. 여름휴가의 들뜬 기분을 상승시켜주는데 신나는 음악이 빠질 수는 없다. 여행 목적지로 떠나는 열차와 자동차는 물론이고 해변의 파라솔 밑에서 듣는 흥겨운 리듬의 대중음악은 일과 공부로 쌓인 스트레스를 한방에 해소시키는 청량제가 되었다.

여름노래로 사랑받기 위해선 일단 산뜻한 멜로디와 가사는 기본이고 무엇보다 빠르고 신나야 된다. 그 같은 요소를 몽땅 지닌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는 여름휴가철만 되면 마술처럼 부활해 전국 방방곡곡의 피서지 공간을 점령하고 유린하는 대표적인 노래다.

여름뿐 아니라 계절의 정취를 살려주는 대중가요는 많다. 계절 노래의 공통점은 한동안 들을 수 없다가 날씨의 변화와 함께 어김없이 부활한다는 점이다. 트로트 록 그러니까 소위 ‘록뽕’의 친숙한 사운드가 가득한 키보이스의 정규 2집에는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히트넘버로 기록된 ‘해변으로 가요’, ‘바닷가의 추억’, ‘뱃노래’, ‘정든 배’ 4곡은 모두 바다를 주제로 한 곡이다.

이 앨범은 ‘게이트 폴더’라 부르는 희귀한 더블재킷 초반과 재발매된 싱글재킷 음반이 있다. 1970년 6월 정규앨범으로 발표되었지만 제2회 플레이보이컵 쟁탈 전국 보컬그룹 경연대회에서 키보이스가 최고인기상 수상하자 한 달 후 기념음반을 다시 발매했기 때문이다.

계절 감각이 탁월했던 앨범은 발표 후 폭풍 같은 반응 속에 조영조, 박명수, 장영 등 5친조 후기 키보이스는 단숨에 여름철 가요의 황제로 등극했다. 이들은 개인적 기량이 출중했던 오리지널 멤버들과는 달리 탄탄한 팀워크로 구성된 연주와 구성진 하모니로 사랑 받았다. 현재 대중이 기억하는 키보이스의 히트곡들은 대부분 이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이다.

1970년에 최초로 발표된 초반을 보면 ‘해변으로 가요’의 창작자 크레딧이 모호하다. 구체적 개인이 아닌 ‘키보이스’ 작사 작곡 노래로 명기되어 있기 때문. 재발매음반에는 작사 작곡에 대한 부분이 빠지고 노래만 키보이스로 수정되어 있다. 이 부분은 발표 33년 후 송사로 이어지는 단초가 되었다.

2003년 8월 1일자 주간조선은 “‘해변으로 가요’는 재일동포 이철씨가 주축이 된 일본의 8인조 그룹 ‘아스트로 젯트’가 서울 시민회관에서 한국(키보이스),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의 보컬그룹을 초청해 열렸던 제1회 아시아 그룹사운드 페스티발에 출전했을 때 소설가 이호철씨가 가사를 한국어로 번안해 참가했던 곡이다.

원곡은 1965년에 요코하마해변을 배경으로 만들었던 ‘병변으로 가요(하마베에이꼬 (海邊~行~)’”라고 보도해 충격파를 날렸다. 지금도 방송에서 일본어 노래를 들을 수 없듯 1968년 당시 국내무대에서도 일본어 노래는 금기사항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다.

저작권 분쟁과는 상관없이 대중은 40년 동안 매년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이 노래를 찾아 들었다. 원곡을 들어보지 못해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키보이스가 들려준 시원한 버전은 아무리 들어도 지겹지 않은 불후의 여름 명곡임에 분명하다. 이 노래는 1983년 혼성트리오 딱따구리 앙상블을 시작으로 록밴드 송골매, 힙합트리오 DJ DOC, 인디밴드 노브레인, 갈갈이 패밀리, 이박사, 비쥬, 레인보우, 강촌사람들, 어린이가수 7공주, 베베퀸 등이 리메이크하며 명곡 인증서를 발급했다.

2000년대 한 TV방송의 여름 스페셜드라마의 제목은 ‘해변으로 가요’였다. 이 노래가 단순한 대중가요의 의미를 넘어 여름을 대변하는 아이콘임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