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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펼쳐진 새로운 영화언어



1, 2-CGV 4D 영화관
3-작년 제2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4-제3회 시네마디지털서울.
5-제3회 시네마디지털서울 개막식.


#1. 올해 1월 CGV 상암에는 ‘4D’ 영화관이 생겼다. 3D 입체영화에 촉각, 후각 효과까지 더한 것. 상영되고 있는 공포영화 <블러디 발렌타인>의 경우, 장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고 살이 타는 냄새가 난다. <해운대> 역시 쓰나미가 몰려오는 장면에서는 극장 내에 물이 뿜어져 나오고 천둥이 칠 때는 특수 조명이 작동하는 등의 효과와 함께 상영되고 있다.

#2. “들뢰즈가 <시네마 2: 시간-이미지>를 쓴 후 <리베라시옹>과 인터뷰를 했다. 기자가 “영화에 대한 책은 두 권으로 끝나나”라고 묻자 그는 “아니다, 세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 내용은 아마도 ‘이미지-디지털’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위대한 철학자도 이렇게 도래해야 할, 도래하고 있는 새로운 영화를 기대하고 있었음을 떠올릴 때 디지털 영화는 단지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시네마라는 개념 자체를 새롭게 확장하고 질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의 눈앞에는 들뢰즈가 쓰지 못한 세 번째 책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CinDi 정성일 집행위원장

디지털 기술의 등장 이후 ‘필름’과 거의 동의어였던 ‘영화’ 역시 그 공고한 물리적 기반의 흔들림을 겪어 왔고, 겪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이전의 영화 제작 방식을 바꾸어 놓았고, 새로운 질감과 운동감을 스크린에 불어 넣으며 혁명을 일으켰다.

3D 영화는 CGV의 ‘4D 영화관’처럼 상영관 자체를 테마파크화하는 수준으로까지 이어지는 반면, 그 기술에 잠재한 새로운 언어와 미학을 구체적으로 시도함으로써 ‘영화’ 개념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다음달 열리는 제66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3D 영화상’을 신설했고,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 디즈니-픽사의 3D 애니메이션영화 <업>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반영한다.

국내에서 새로운 영화 언어와 미학에 대한 관심과 논의의 수준은 어떨까. 새로운 영화를 표방하는 영화제들이 8월말~9월 내내 열린다.

디지털영화의 가능성, 시네마디지털서울

지난 19일 개막한 제3회 ‘시네마디지털서울’(‘CinDi’)은 디지털영화의 영화적 가능성을 탐색한다. 영화전문지 ‘로드쇼’와 ‘KINO’의 편집장을 역임한 정성일 영화평론가 감독과 한국영화아카데미 박기용 원장이 공동집행위원장이다.

영화제가 주목하는 것은 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디지털 영화. 비서구라는 지역적 특색 속에서 기동성 높고 프레임과 대상 간 거리감이 가까운 디지털 매체의 기술은 정치적으로나 미적으로 첨예한 언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성일 집행위원장은 리우 지아인 감독의 <옥스하이드 2>를 예로 들었다. 133분간 “밥상만 찍었는데 그게 얘기가 되는” 영화다. 등장인물도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가족이 전부다. “밥을 먹는 것만 보고도 그것이 중국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삶의 표현 방식인가, 이 집이 어떤 집인가를 알 수 있다.”

그 앎이 나아가 중국사회의 현재와 그곳에서의 삶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재훈 감독의 <호수길>에서도 디지털영화의 가능성이 발견된다. 감독 자신이 살던 동네가 재개발되는 과정을 끝끝내 담아낸 다큐멘터리영화다. 포클레인의 시선으로 부수고 또 부수는 광경을 보고 또 보는데 그 너머로 동네 주민들은 작게 밀려나고, 사라진다.

영화제는 한편 한국디지털영화의 흐름을 조망하는 시도도 한다. 지난 10년간 중요한 한국디지털영화를 정리하는 특별 섹션 ‘00/09; 21세기 한국디지털영화전’에서는 <눈물>, <죽어도 좋아>, <송환>, <상어>, <신성일의 행방불명> 등이 상영된다.

영화평론가이자 시네마테크부산의 원장인 허문영은 부대행사로 마련된 ‘CinDi 토크 1-디지털 시네마, 한국영화의 멋진 근심’의 발제문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 한국의 저예산 영화들이 ‘자기’를 사건화하고, 기계를 통한 소통의 불가능성을 제기하는 징후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김곡, 김선 감독의 영화들에서는 디지털 이미지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을 짚어내기도 한다.

“자본의 무자비한 본성을 비판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만든 <자본당 선언: 만국의 노동자여, 축적하라!>(2003)는 지루할 만큼 반복되는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그 반복은 자본의 욕망과 운동이 인간들에게 강요하는 족쇄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 반복이 마치 스타트 버튼을 다시 누르고 재시작할 수 있는 컴퓨터 게임처럼 등장인물이 마음만 먹으면 같은 세팅의 청므으로 돌아가 부분적 요소들만 바꾸면서 계속 진행된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그 세팅 자체는 벗어날 수 없으며, 그것이 컴퓨터 게임의 구조를 자본주의의 알레고리 혹은 시뮬레이터로 도입한 이 영화의 전언일 것이다.”



6-제3회 시네마디지털서울 경쟁작 <이태원 살인사건>
7-제3회 시네마디지털서울 경쟁작 <고소>
8-제3회 시네마디지털서울 경쟁작 <호수길>
9-제3회 시네마디지털서울 경쟁작 <옥스하이드 Ⅱ>


영화의 최전선, 서울국제실험영화제

다음달 10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제6회 서울국제실험영화제는 올해 슬로건을 ‘광장’으로 내걸고 다양한 형식과 매체가 융합되는 영화들을 선보인다. 박찬경 작가의 <신도안>과 요나스 메카스의 <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가 개막작으로서 영화제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신도안>은 민간 신앙이 융성했다가 군사정권 시절 미신을 억제하려는 정책에 의해 공군 본부가 들어선 계룡산의 종교 취락 신도안의 연원과 역사, 문화를 담은 영화다. 다양한 사료와 현지인의 증언을 모아 엮는다는 점에서는 다큐멘터리영화의 공식을 따르지만 그 세부적인 표현 양식에서는 디지털 기술적 상상력을 활발히 발휘하고 있다.

화면 자체가 계룡산 자락을 넘어 신도안에 도달하고, 그곳의 사당 안을 훑다가 빠져 나와 다시 길을 가는 듯 이어지는 오프닝은 실제 촬영분과 자료 사진, 디지털 기술로 조작한 이미지를 자유롭게 넘나든 것이다. 평면의 사진이 입체 영상으로 보이는가 하면 디지털 이미지와 실사 간의 경계가 매끄럽게 봉합된다.

이런 콜라주적 작법은 화면뿐 아니라 내러티브를 만드는 데에도 쓰인다. 영화의 마지막 씬은 ‘미래의 생존자’들이 신도안에서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 것인데, 호랑이 탈을 쓰거나 오리발을 낀 키치한 캐릭터들로 표현되는 미래라는 시간은 이전까지 카메라가 지나온 과거, 현재와 들쭉날쭉한 리듬감으로 접붙는다.

또다른 개막작 <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의 요나스 메카스는 ‘일기 영화’의 창시자로 알려진 작가다. 그의 홈페이지(www.jonasmekas.com)에서는 ‘365Films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매일 자신의 일상을 기록해 웹에 공개하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만 기록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는 1970년부터 80년까지 여러 차례 존 레넌과 오노 요코를 둘러싼 일들을 찍은 것으로 구성과 구도 등이 실험적으로 자유롭다.

이밖에도 작가가 필름 위에 스크래치를 내거나 그림을 그리는 ‘조각된 이미지’와 영상과 사운드가 분리되는 ‘불일치 시네마’를 특성으로 하는 ‘레트리즘Lettrism’ 영화들과 필름 상영과 퍼포먼스가 동시에 진행되는 ‘확장영화’ 등도 소개된다.

일상에 틈입하는 영화,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

“자동응답기에서 떠난 연인에게 하소연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중에 누군가가 방을 정리한다. 마침내 그가 짐을 다 싸서 나가버리는데, 텅 빈 방 안에 시체 한 구만 남아 있다. 실연한 남자가 헤어진 연인을 살인한 거다.”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 손광수 프로그래머는 ‘초단편영화’의 매력을 압축미와 도발적인 상상력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2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구로구 일대에서 처음 열리는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는 3분 이내의 영화들만 상영하는 영화제. 3분이라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만 가능한 이미지와 상황, 내러티브를 선보인다.

이 영화제에서 상영시간이 짧다는 것은 영화 상영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상영관 뿐 아니라 건물 벽, 버스 안 TV, 트럭에 부착된 전광판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관객과 만날 예정. 3분 이내 작품만 상영하는 프랑스의 ‘초단편영화제’와 지하철을 상영 공간으로 삼는 독일 베를린의 ‘지하철영화제’를 모델로 삼았다.

손광수 프로그래머는 “일상적 공공공간에서 미디어를 통한 시정 홍보, 광고, 뮤직비디오 등으로 침범 당하는 시간을 영화로 채워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어떤 영화들은 “보는 행위 자체가 현대영화의 경향 안으로 들어와서 논쟁하는 것”(정성일 CinDi 집행위원장)이다. 우리 앞에 펼쳐진 새로운 영화언어들은 영화에 대한 고정관념과 관습화된 시선을 버리고 그 가능성을 체험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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