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명곡] 한음파 '독감' 2009년 트리퍼사운드 上네이버 '이주의 국내음반'에 선정10곡의 창작곡에 독특·기괴한 감성과 10년 음악공력 담아

옛날 옛적 80년대에는 록밴드들이 공중파방송을 장악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TV 가요차트에서 5주 연속 1위를 기록한 송골매와 벗님들 같은 대중친화적 밴드부터 전설적인 들국화나 마그마, 백두산, 시나위, 무당 같은 헤비메탈 밴드까지 실로 다채로운 밴드들이 군웅할거하며 록음악의 시대를 만개시켰다.

90년대 이후 랩 댄스장르에 권좌를 내 준 록은 오랜 기간 숨죽이며 ‘부활’을 꿈꿔왔다. 가능성이 없어 보였던 오랜 부활의 염원은 요즘 들어 실현가능성이 강력하게 체감되고 있다. 최근 인디음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함께 개체수가 급격하게 불어난 록밴드의 뛰어난 앨범들은 부활의 원동력이다.

이중 록밴드 한음파의 첫 정규앨범 <獨感>은 록마니아들의 주목을 한껏 받는 뛰어난 록 앨범이다. 진지하고도 독특한 음지의 분위기를 다채로운 사운드로 담은 이 앨범은 네이버 ‘이주의 국내앨범’에 선정될 만큼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앨범 발표 후 대중적 반응은 ‘금년에 발표된 록 음반 중 최고’라는 호평과 ‘난해하다’로 극단적으로 나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사실 예견된 자연스런 결과다. 인상적인 독특한 분위기의 사운드와 격정적이고 강한 비트를 담고 있지만 춤을 추며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아닌 감상용 음악이기 때문이다. 이점에선 ‘신중현과 뮤직파워’의 음악과 형제관계다.

거장 조동진은 1979년 데뷔앨범 발표까지 장구한 세월이 필요했던 뮤지션이다. 준비기간이 길었던 만큼 탄탄한 음악공력을 담보했던 그의 데뷔앨범은 시대를 구분하는 좌표로 평가되는 음악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데뷔앨범이 이미 신인의 그것이 아니었듯 한음파의 첫 정규앨범 역시 어느 정도 닮은꼴이다. 사실 이들은 ‘루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밴드는 아니다. 1999년 홍대 앞 클럽 활동을 시작했으니 이미 10년의 관록을 지닌 밴드다.

한음파의 라인업 중심에는 가사쓰기를 전담하고 몽고 전통악기 마두금과 기타를 연주하는 리드보컬 이정훈이 있다. 그는 탁월한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이장혁의 친동생이다. 그리고 리드기타 박종근, 베이스 장혁조, 드럼 백승엽까지 4인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고등학생 시절에 만나 음악적 공감대를 형성해 오고 있는 오랜 친구 사이다. 공식 데뷔 이전 메탈리카의 정규2집 수록곡인 ‘Creeping Death’, 그리고 심장병을 고치는 사람이란 뜻의 ‘심고사’ 란 팀명으로 메탈리카와 펄 잼, 너바다, 도어즈의 카피음악으로 활동했었다.

이들이 창작곡을 본격적으로 만들며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군 제대 후 ‘한음파’라는 이름으로 다시 뭉친 1999년부터다. 당시 인디밴드로는 처음으로 선보인 독특한 퍼포먼스로 꽤나 주목을 받았다.

리드보컬 이정훈은 “당시 홍대 라이브클럽에서 공연할 때 알콜에 콜라를 타서 불을 붙이는 쇼를 했는데 미친 짓이었다. 내가 채찍질로 퍼포머를 때리면 거미로 변하는 거미춤 쇼도 했었다.”고 말한다.

2년 후 가내수공업 공법으로 EP '한음파'를 1천장 발매했지만 무반응으로 인해 활동구심점을 찾지 못했다. 연습실에서 쫓겨나는 좌절까지 맛본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긴 동면에 들어갔던 이들은 2008년 두 번째 EP ‘5호 계획’으로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과거는 잊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관심밖에 두었던 신인뮤지션들의 경연대회인 EBS 2008 헬로 루키 출전은 그 결과물이다. 대상은 국카스텐에게 돌아갔지만 당시 한음파는 장기하와 얼굴들, 고고스타 등과 자웅을 겨뤄 특별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음파는 첫 정규앨범을 통해 ‘무중력’등 10곡의 창작곡에 독특하고 기괴한 자신들의 감성과 10년간 응축된 음악공력을 담아냈다. 잼 형식으로 멤버 모두가 공동으로 창작 작업을 하는 이들의 음악스타일을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분명한 것은 주류음악의 관습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굳이 정의한다면 60-70년대의 싸이키델릭과 80-90년대의 얼터너티브에 뿌리를 둔 록과 월드뮤직의 경계를 부유하는 독특한 사운드쯤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