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로 팔라디니(난니 모레티)가 ‘학교 앞의 피에트로’가 된 사연은 기구하다. 어느 날 우연히 물에 빠진 여성들을 구하고 돌아왔는데, 정작 자신의 아내가 사고로 죽어 있었던 것.

성공한 사업가이자 행복한 가장으로 살아온 그의 완벽한 삶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딸 클로디아를 학교에 데려다 준 피에트로는 어쩐지 그 앞을 떠날 수가 없다. 결국 학교가 끝날 때까지 그녀를 기다리기로 한다. 하루, 이틀... 매일 학교 앞을 지키고 있는 피에트로는 지나가는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신문을 읽고 점심을 사먹으며 조용히, 별일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드라마틱한 내러티브 없이 이별을 받아들이고 극복해가는 한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는 영화. 자신이 연출한 영화 <아들의 방>에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를 연기했던 난니 모레티가 다시 한 번 상실을 겪는 인물을 맡았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