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를 배경으로 한 멜로 영화를 구상하던 송일곤 감독은 사전 조사 중 그곳에 소수의 한인들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100년 전, 제물포항을 떠나 멕시코를 거쳐 쿠바로 흘러 들어간 한인들의 후손.

4년 동안 돈을 벌어 고국에 돌아가겠다는 희망은 한 세기가 지나도록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곳에서도 삶은 계속되었다. 서툴게나마 한국말을 하고 옛 노래를 기억하지만 체 게바라의 사상이 더 익숙하고 남미의 질박하고도 육감적인 리듬이 온 몸에 밴 쿠바의 한인들은 그동안 어떻게 살아 왔을까. 송일곤 감독의 카메라는 역사와 풍광을 배경으로 그들의 삶과 사랑을 시적으로 담아낸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