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명곡] SWALLOW 3집 IT 2009년 샤레이블 下최근 2년 동안 창작한 9곡 실려따뜻하고 밝은 사운드의 질감으로 전작의 어둡고 슬픈 감성 극복

스왈로우의 앨범엔 한결같은 원칙이 있다. 앨범 타이틀은 영어고 수록 곡수는 딱 9곡이다. 현학적인 어려운 말보다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기를 선호하는 그가 앨범 타이틀에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사이드 프로젝트 활동이기 때문이다.

스왈로우의 음악은 개인적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가슴속 깊숙이 감춰둔 외로움을 자극하는 마력이 있다. 1집 이 담백하면서도 낮은 소리였다면 2집 는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옛 추억을 되살려 주었고 이번에 발표된 3집 은 그 모든 요소들을 담고 있는 완결편이라 할 만하다. 가장 내밀한 감성을 담아낸 1집에 비해, 2집은 한결 여유롭고 포근하게 진보한 앨범이었다.

이번 3집은 전작들에 비해 한층 따뜻하고 밝은 사운드의 질감으로 어둡고 슬픈 감성을 극복한 더욱 발전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 앨범에서는 세상에 대한 분노, 슬픔으로 가득 찼던 어두운 분위기가 아닌 밝고 따뜻해진 얼굴로 면담을 요청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그의 음악을 들어온 청자에겐 다소 생소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의 일상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러울 수도 있다.

'우려'라는 표현을 한 것은 그의 음악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정서인 슬픔과 분노가 희석되어 그만이 들려준 치열하고 우울한 분위기가 혹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스왈로우 이기용이 개인적으로 가장 힘겨운 환경을 딛고 완성시킨 난산 끝에 탄생된 음반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앨범 녹음 중 그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두 번이나 강요당했다.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와의 영원한 이별에 이어 어머니의 암 판정이 그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작업종결을 아쉬워하며 상상할 수 없는 금액으로 녹음과 마스터링을 후원한 토마토스튜디오의 서포팅은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

이번 앨범은 스왈로우가 최근 2년 동안 창작한 9곡이 실렸다. 경쾌한 기타 스트로크가 귀에 감겨오는 첫 트랙 'Show'는 이 앨범이 스왈로우의 음악적 터닝 포인트임을 감지시킨다. 트레이드 같았던 영롱한 기타 아르페지오나 인상적인 리프가 아닌 간결하고 박력 넘치는 이 주법은 슬픈 노래가사로도 청자들의 마음을 달뜨게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탁월한 멜로디라인으로 추억의 정서를 어루만지는 두 번째 트랙 '두 사람'은 이 앨범의 백미다. 어린아이들의 효과음과 스왈로우 특유의 어쿠스틱 기타가 화학 작용하는 소박한 느낌의 'It'은 새로운 음악적 감흥에 들 뜬 마음을 진정 시키는 스왈로우 음악의 원형질을 들려준다.

이번 앨범엔 밝은 이미지의 노래들이 많다. 무거운 사회적 분위기를 담은 4번 트랙 '자이안트'는 온 국민을 우울 모드로 몰고 간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 뒤 만든 일종의 추모곡이다. 이미 멜로디까지 완성된 곡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눈물에서 발견한 절망이 아닌 희망의 메시지로 가사를 수정한 곡이다.

'Hey You', '하루', '비늘'은 슬픔을 치유하는 미덕을 보여주는 애틋한 곡들이다. 루네가 상큼하게 소화해낸 5번째 트랙 '눈온다'는 폭넓은 대중을 유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감각적인 언어와 회화적 이미지의 구현이 신선한 곡이다. 자신보다 더 음악적으로 적합하다는 이유로 루네에게 양보한 '나는 고요하다'는 스왈로우의 진보된 음악적 위상을 확인시키는 필청 트랙이다.

이기용은 곡을 창작할 때 항상 최우선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고목나무'다. 오랜 기간 한 자리에서 온갖 풍상을 견뎌온 그 쓸쓸하고 고고한 이미지를 그는 음악으로 완성하고 싶은 욕망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벽하게 그 느낌을 표현해 내지 못했기에 그는 "아직 음악적으로 갈 길이 멀다"고 고백한다. 그가 나이의 한계와 창작력의 고갈이라는 상관관계가 무색한 창작자임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3집은 스왈로우에게 음악은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대상에서 자신의 슬픔을 치유해줄 유일한 존재임을 인지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런 점에서 스왈로우 3집은 그의 진보한 음악 전환점을 넘어 창작 샘이 과연 언제 마를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흥미로운 앨범이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