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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영화 세상의 왕, 돌아오다

[Cinema]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황홀한 3D 영상과 단순하고 착한 이야기의 영리한 조합
'왕의 귀환' 다운 대접이다.

<타이타닉> 이후 12년 만에 돌아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한국 개봉 4일 만에 165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세계적인 흥행은 두말할 것 없다.

전 세계 31개국에서 부동의 박스 오피스 1위. 개봉 5일 만에 세계적으로 2억3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된다. SF 판타지 영화사상 최대라는 5억 달러(추정치) 제작비를 단 5일 만에 절반가량 회수한 셈이다.

12년 전, <타이타닉>의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11개 부문의 오스카 트로피를 한 아름 안은 그가 시상식장에 올라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는 농반진반의 수상소감을 밝힐 때만 해도, 코웃음을 쳤더랬다.

그의 팔에 주렁주렁 매달린 금빛 오스카는 아직도 깨지지 않은(더욱이 그 당시에는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을) 엄청난 흥행 성적에 대한 할리우드의 '백기'처럼 보였을 뿐이다. 하지만 <아바타>를 본 지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제임스 카메론은 엔터테인먼트 영화 세상의 왕이로소이다.

<아바타>는 가까운 미래, 지구의 한 광물회사가 4만4000 광년 떨어진 '판도라'라는 행성으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해군장교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는 갑작스레 사망한 쌍둥이 과학자 형을 대신해 '아바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판도라 행성은 지구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는 대체 광물자원 '언옵타늄'이 대량 매장된 보물창고지만, 인간에겐 독가스와 마찬가지인 대기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았던 것. 게다가 대부분의 '언옵타늄'이 나비족의 오랜 생활 터전 아래 매장되어 있는 탓에 채굴도 쉽지 않다.

과학자들이 생각해 낸 방법은 '아바타 프로젝트'다. 나비족의 DNA와 인간의 DNA를 혼합 배양해 인간의 정신으로 조종이 가능한 '아바타'로 토착민 사회에 침투해 정보를 빼내고 결과적으로 손쉽게 광물을 채굴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바타에 접속한 제이크는 아바타를 개발한 그레이스 박사(시고니 위버)와 판도라 밀림으로 첫 탐사를 떠났다가 사고로 고립되고, 나비족 여전사 네이티리(조 살다나)를 만나 목숨을 건진다.

그녀에게 나비족의 삶을 배우기 시작한 제이크는 자연과 교감을 중시하는 그들의 생활방식에 감화되기 시작하고, 네이티리와 사랑에 빠진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기라고? 맞다. 쉽게는 <늑대와 춤을> 혹은 <포카혼타스>를 떠올릴 만한 <아바타>의 줄거리는 통칭 '수정주의 서부극'의 전형이다.

1960년대 이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수정주의 서부극이란 서부 개척이 야만에 대한 문명의 승리가 아닌, 부의 축적을 위한 서구의 폭력적 침략전임을 폭로하는 영화다.

21세기에도 미국이 세계 곳곳에 '가상의 서부'(예를 들면,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를 지정해 놓고 '서부극'을 벌여온 통에, 언뜻 낡아 보이는 <아바타>의 이야기는 현재성을 획득한다. 여기에 '미래'를 입히는 건 제임스 카메론의 테크놀로지다.

단언하건대 당신이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을 고려해, 가장 큰 사이즈의 팝콘을 사들고 극장에 들어갔다면 반도 못 먹고 남길 게 분명하다.

전체 영화의 75%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한 3D 디지털 영화 <아바타>는 은근히, 동시에 급속도로 관객을 새로운 세상에 적응시켜 버린다.

2D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스머프 포르노"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던 나비족의 시퍼런 피부색을 비롯해, 거북할 만큼 도드라졌던 형광에 가까운 현란한 색채는 3D 편광 안경과 만나면서 적정 채도로 누그러진다.

코 위에 얹혀있는 편광안경의 이물감이 사라질 무렵, 관객들은 판도라 행성의 아름다움과 생명을 존중하는 나비족의 삶에 매혹당하고 만다. 그리고 어느 샌가 제이크와 마찬가지로 판도라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려는 인간을 자연스레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종생물'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거부감까지 무력화시킨 것은 <아바타>의 '이모션 캡쳐(E-motion capture)' 기술의 위력이다.

온 몸에 작은 카메라를 부착한 배우가 연기를 하면, 그 영상을 데이터로 전환해 3D 배우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모션 캡쳐' 기술은 세밀한 움직임까지 잡아내는 '퍼포먼스 캡쳐'를 넘어, 실제 배우가 3D 영상 값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연기할 수 있는 '이모션 캡쳐'까지 진화했다.

이 기술 덕에 관객은 시퍼런 외계 생명체가 마치 내 동족인양, 인간 군인을 허공으로 내동댕이칠 때 함께 환호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 몰입을 돕는 또 한 축은 3D 영상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의도적으로 3D 임을 과시하는 카메라 워크를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3D 영화의 목표는 "관객이 극장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었다면, <아바타> 3D의 목표는 현실의 밀도와 심도를 영화에 불어넣는 것이다.

감독은 객석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깜짝쇼 대신 비행기가 이륙할 때 활주로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나폴나폴 날아오르는 씨앗의 질감을 살리는 데 3D 기술을 사용한다. <슬램덩크>의 명대사를 따라 하자면, "3D는 거들 뿐"이다.

정리하자면 <아바타>는 단순하고 익숙한 스토리와 황홀한 3D 영상이 만난 영화다. 그렇다면 일간의 혹평처럼 <아바타>는 찬란한 테크놀로지의 치장만 벗겨내면 보잘 것 없는 속빈 강정인가? 비판의 지점은 이해할 만하다.

극도로 평면적인 악당 캐릭터부터 누구나 동의할 만한 생명 존중의 메시지까지, <아바타>의 이야기는 매우 쉽다. 하지만 이런 난이도는 감독의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아직 3D 입체영화의 풍부한 영상정보를 흡수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이 영화를 편안하게 즐기기에 버겁지 않도록 이야기를 단순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제이크가 인간의 것과 완벽히 다른 나비족의 생활방식을 '배운다'는 설정과 "나는 당신을 봅니다"라는 나비족 인사는 감독이 심어놓은 알리바이다.

<아바타>는 완벽히 새로운 영화 환경을 '배우는' 기회이며, '보는 자'만이 본질에 도달할 것이라는 자신만만한 발언이다. 그리고 여유롭게 마지막 장면에서 <아바타>의 숨겨진 의미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확인시킨다.

인간의 본체와 아바타의 대리체 사이의 구분이 사라지는 순간,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 속편에서 확인할 수 있길, 그래서 황홀한 판도라에 다시 한 번 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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