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명곡] 미연&박재천 Dreams From The Ancestor2008년 오디오가이 (上)'구성즉흥' 실험적 연주방식 제시2009 한국음악상 크로스오버 · 최우수 연주 부문 2관왕 차지

불안과 혼란으로 가득 찬 시대에 가치를 부여해줄 음악은 무엇일까? 순간적일지라도 재미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음악일까? 아님 팍팍한 세상과 삶에 대한 울부짖음으로 가득찬 광기의 음악일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주는 음악일까?

긴 삶의 여정에서 누구에게나 고비 고비마다 자신을 위로해 준 노래하나 둘 정도는 있게 마련이다. 세기가 바뀐 200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복고문화는 상품적 가치가 입증되어 대중문화, 광고, 상품, 건축, 인테리어, IT산업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만큼 과거의 문화유산은 보존할 가치가 있고 그리운 대상으로 각인되었음을 증명한다. 중요한 대목은 복고문화는 과거의 단순 복제가 아닌 현대적 감각으로 진보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빛나는 우리 국악의 전통 장단을 현대 클래식과 재즈를 섞어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발표한다면 그 음악적 가치는 어떨까?

2008년 발매된 미연& 박재천 부부의 연주앨범 는 전통 장단에 현대 클래식과 재즈를 접목한 즉흥연주를 시도한 실험적 음반이다. 이 음반을 단순히 크로스오버, 프리재즈 장르로 규정하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이제까지 들을 수 없었던 독특하고 독창적인 새로운 음악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귀에 익숙한 대중음악만을 탐닉하는 청자라면 이쯤에서 음악을 들어보기도 전에 머리가 아파올지도 모르겠다. 국악에 현대 클래식과 재즈를 접목했다니 분명 난해하고 생소한 음악으로 단정할 것이기에. 그만큼 국악이나 전통 장단은 한국인의 정서적 뿌리이지만 외국의 팝이나 대중가요보다 생소한 음악이 되어 버린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선조들이 즐겼던 국악은 낯설고 케케묵은 낡은 음악으로만 치부하기엔 찬란한 전통과 외국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긴 장단을 지닌 놀라운 음악이다. 하지만 미연&박재천 듀오가 시도한 국악의 현대화 작업이 국악과 친하지 않은 우리 대중에게 작은 존재가치라도 획득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오직 경제적 성과가 최고의 미덕이기 때문이다. 사실 외국의 고전 가수와 배우 이름은 좔좔 외우면서 우리의 원로 배우와 가수의 이름은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 대중문화의 참담한 현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는가!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박재천은 록그룹 '신중현과 뮤직파워'와 '동방의 빛' 드러머로 음악여정을 시작했다. 그는 1991년 '사주팔자'란 국악밴드를 만들어 판소리를 록에 접목한 독특한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세상의 음악을 전복하려는 야심을 품었었다. 당시 일부 젊은 음악애호가들을 열광시키긴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랩 댄스에 밀려 순식간에 대중가요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비운의 뮤지션이기도 하다.

과거의 유산을 존중하고 새롭게 진보시키는 실험정신으로 가득한 그의 음악적 태도는 그때부터 지금껏 한결같다. 프리 재즈뮤지션으로 변신한 후, 아내 미연과 함께 듀오를 구성해 현대음악과 클래식, 재즈 등을 뒤섞어 '구성즉흥'이란 실험적 연주 방식을 제시했다.

그 결과, 2005년 한국재즈사에 기록될 즉흥연주 앨범 으로 호평을 이끌어냈고 2007년에는 재즈와 사물놀이를 접목한 <예산족>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연주상'을 수상했다. 이번 음반은 2009년 한국대중음악상 크로스오버와 최우수 연주부문 2관왕의 영예와 재즈 전문지 MMJAZZ로부터 만점의 평점을 받는 음악적 성과를 일궈냈다.

아쉬운 대목은 국악을 음악모토로 삼고 있기에 국내에서는 박대받고 유럽과 일본 등 외국에서 더욱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의 아스트로 피아졸라가 탱고를 전 세계에 전파했지만 자국에서는 탱고를 망친 사람으로 박대를 받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미연 & 박재천의 앨범은 어려운 음악이 아니다. 편안하고 대중친화적인 측면도 있다. 또한 천편일률적인 한국대중음악계에 다양성이라는 기름진 토양구축에 일조하는 하나의 모범 정답을 제시한 소중한 명반이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