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아우를 MC부재 속 토크+버라이어티 변형이 주류

토크쇼 '황금어장'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내년 9월을 끝으로 자신의 대표적인 방송 프로그램 <오프라 윈프리 쇼>의 막을 내린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지난 1986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24년 동안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지금까지도 하루 시청자가 700만 명, 평균 시청률 7%대를 유지하며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윈프리는 25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2011년, 그동안의 업적을 뒤로하고 TV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오프라 윈프리 쇼>를 비롯해 <래리 킹 라이브> <투나잇 쇼> 등 미국의 정통 토크쇼들은 장기간 사랑받으며 명성을 이어갔다. 그러나 국내 토크쇼는 정통 토크쇼라는 이름으로 그 맥이 끊긴지 십 수년이 흘렀다. TV속 토크쇼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올해 국내 방송가에는 때 아닌 토크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들은 앞다퉈 토크쇼를 준비 중이다. KBS는 이미 <김승우의 승승장구>를 내보내며 승부수를 띄웠다. SBS도 조만간 봄 개편에 맞춰 여성MC를 앞세운 '요리 토크쇼'를 구상 중이다.

케이블 채널 SBS ETV는 '여성전용 토크쇼'인 <이경실 정선희의 철퍼덕 하우스>에 이어 배우 조형기, 박준규가 가세한 '음주 토크쇼' <형님식당>을 내놓는다. 가히 '토크쇼 천국'이라고 할 만하다. 토크쇼가 갑자기 우후죽순으로 생긴 이유가 궁금하다.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경기 회복과 함께 토크쇼의 트렌드가 왔다"라고 말한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대중이 남의 말을 들어줄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다.

각 방송사는 이런 대중의 입맛에 맞는 토크쇼를 다양한 장르와 콘셉트로 무장해 전장에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막상 전장에 들어선 우리의 토크쇼들은 그 생명줄이 얼마나 될까. <오프라 윈프리 쇼>나 <래리 킹 라이브>처럼 20년 이상 열렬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지난해 방송 4개월 만에 막을 내린 <박중훈 쇼>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박중훈 쇼'
방송 전문가들은 토크쇼의 '전문성 부재'를 지적한다. 웃음 코드에도 전문화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SBS플러스 채널사업실 제작2팀 김경남 차장은 "<오프라 윈프리 쇼>의 경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작가진과 함께 자문위원까지 완벽하게 구성해 조크(joke)에도 차별화를 둔다. 철저한 준비가 완벽한 토크쇼를 만드는 비결인 셈이다"고 말했다.

이런 전문 인력들이 동원돼 <오프라 윈프리 쇼>와 같은 최고의 토크쇼가 만들어진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1990년대 초반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쟈니윤 쇼>와 <주병진 쇼>, <서세원 쇼> 등이 같은 제작진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면 이해가 빠르다. 이들 토크쇼들은 당시 원(ONE) MC체제로 보조 MC를 두고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눴다. 비슷한 구조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지만, 갈수록 노하우가 쌓이며 색깔있는 토크쇼로 진화했다. <서세원 쇼>의 경우 '토크박스' 코너를 안보고는 대화가 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1990년대 후반에 방송된 <김혜수의 플러스 유>와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 <이홍렬 쇼> 등도 같은 프로덕션 제작진에 의해 만들어져 세련된 토크쇼를 창조했다. '참참참' 코너를 통해 요리를 하면서 토크쇼를 진행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다양한 시도가 참신한 토크쇼를 완성한 셈이다.

국내 토크쇼가 변화를 거듭하면서 미국식의 정통 토크쇼보다는 토크와 버라이어티적 요소가 가미된 변형된 토크쇼도 만들어냈다. <무릎팍도사>는 정통 토크쇼라고 할 수 없지만, 게스트가 대답하기 꺼려하는 부분을 세련되게 질문하며 고급스러운 토크로 승화시켰다. <무릎팍도사>는 2007년 포문을 연 이후 3년 여 동안 톱스타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의 화제 인물들을 초대해 감동과 눈물을 전하는데 여념이 없다. <무릎팍도사>는 정통 토크쇼를 지향했던 <박중훈 쇼>보다 높은 수명을 연명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김 차장은 국내에서 정통 토크쇼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세대를 아우르는 MC의 부재를 첫 번째로 꼽았다. 김 차장은 "10대부터 6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없다. 웃음과 슬픔을 연결해 이야기할 수 있는 MC가 없다는 의미다. 예능에서 그런 인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인터넷 등의 발달로 개인이 너무 오픈돼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평했다.

조형기 박준규의 '형님식당'
<김승우의 승승장구> 윤현준PD

"다면화된 토크쇼를 만들겠다."

지난 2일 <김승우의 승승장구>가 첫 전파를 탔다. MC가 5명으로, 정통 토크쇼가 아닌 버라이어티의 성격이 강한 토크쇼다. 4일 서울 여의도동 KBS신관 공개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승우의 승승장구>를 연출한 KBS 예능국 윤현준PD를 만났다.

토크쇼에 MC가 5명이다. 이유가 있나.

한 명의 MC체제는 고루하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질문과 생각을 듣고 싶었다. 김승우를 비롯해 최화정, 김신영, 태연, 우영 등 20대~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게스트에게 질문할 수 있을 듯하다. 신선한 조합을 만들어봤다.

폭로성이 짙은 토크쇼들이 많다.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나.

'김승우의 승승장구'
스타를 비롯한 화제의 인물들을 초대해 진중하고 진실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한 사람을 해부하는 등 인생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건 아니다. '몰래 온 손님'이라는 설정으로 게스트의 말을 들어보고, 그가 하기 힘든 얘기는 친구 등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듣는 컨셉트도 고민 중이다. 특히 게스트가 말하기 꺼려하는 부분을 굳이 꺼내 들어보이지는 않겠다.

다른 토크쇼와 차별점이 있다면.

시청자와 교감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게스트가 말하고 시청자는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소통하는 형식이다. '우리 지금 만나'는 시청자들에게 서비스하는 코너다. MC들이 불시에 한 장소에 찾아가 시청자들과 직접 만난다는 설정이다. 또한 우리는 방청객이 아닌 시청자들을 추첨해 녹화장 관람객으로 초대한다. 시청자가 프로그램의 처음과 마지막에 질문을 할 수 있는 퍼포먼스가 있다. 의미라는 측면에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는 왜 정통 토크쇼가 안 된다고 보나.

문화적인 차이에서 볼 수 있다. 외국 토크쇼의 경우 마음자세부터 다른 듯하다. (게스트가) 어떤 얘기를 하든지 시청자들이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다고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MC를 기용해 같이 만드는 토크쇼를 지향했다. 여러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고, MC들이 팀워크를 발휘해 더 큰 역량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본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