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통해 이미지 메이킹과 판매 보증수표 '윈윈' 효과 기대

김연아 배용준 김희선 김현주 서정희 송선미 유진 현영 임상아 이혜영 조혜련 빅뱅 이현우 타블로 구혜선 신이 이적 차인표.

이들은 유명 스타이면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이들이 낸 책은 자전적 고백을 담은 에세이에서부터 실용서,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스타들의 다재다능한 면모들이 책을 통해 또 한번 드러나면서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는 중이다. 배용준이 지난해 출간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10만 부 가깝게 팔렸고 책으로는 드물게 일본에 8억 원이라는 수출가로 선판매되었다.

많은 스타들이 책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명 스타들의 출판에 숨겨진 비밀을 벗겨봤다.

'북 브로커'를 아시나요

스타들이 책을 낼 때 가장 우선시 하는 부분은? 바로 이미지다. 스타들이 이미지 메이킹의 하나로 책을 출판하는 일은 흔해졌다. 최근에는 이런 스타들의 이미지를 따로 관리해주는 출판기획자들의 임무도 막중해졌다. 출판기획자를 뛰어넘어 출판사와 스타를 연결해주는 중간 에이전시 개념으로 일명 '북 브로커'들도 부각되고 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출판사와 스타들을 연계해 주는 중개인이다. '북 브로커'는 주로 스타와 장시간 동안 출판에 대한 기획과 콘셉트를 결정한다. 특히 스타의 이미지 등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들을 체계적으로 잡아준다. 이 출판기획 단계가 가장 중요한 수순으로, 길게는 한 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스타의 이미지와 잘 맞는 콘셉트를 잡아야 완성도 높은 책이 출판되기 때문이다.

출판기획자 박세경씨는 "출판사측에서 먼저 스타에게 출판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스타가 직접 제의를 해오는 추세가 늘고 있다. 이들의 경우 모두 출판기획자가 먼저 나서서 연예인과 출판 콘셉트, 가격, 계약의 성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진행한다. 아니면 외주에서 제작해 출판사에 납품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화보가 많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북 브로커'들이 직접 포토그래퍼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예닐곱 명의 추가 인원까지 가동하며 진행한다. 결국 스타와 출판사 간의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며 원활한 진행을 이끌어 간다.

높은 초기비용의 실체

잘 나가는 연예인을 모시는 경쟁은 방송, 영화, 광고업계뿐만 아니라 출판계에서도 이어진다. 인기연예인일수록 책 판매수가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출판계는 유명스타를 잡기 위해 초기비용의 부담도 기꺼이 떠안는다. 이 초기비용에는 출판계약금을 포함해 부수적인 비용들이 추가된다. 최근 두드러지는 경향은 연예인 작가들의 저서가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계약금도 일부는 수 억 원대를 넘긴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연예인들이 실용서에 관심을 보이면서 화보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졌다. 연예인들이 직접 해보는 요리, 손뜨개, 미용, 패션 등의 실용서들이 주를 이루면서 사진 촬영이 책의 5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살림출판사의 최병윤 부장은 "배우 김현주의 <현주의 손으로 짓는 이야기>는 손뜨개와 바느질을 할 수 있는 공간, 즉 작업실을 따로 만들었다. 책 속의 화보가 완성도 있게 담긴 것도 그 이유다"며 "연예인은 화보 촬영에 따른 의상과 메이크업 등의 비용이 추가된다. 모든 초기비용을 출판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작업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판매부수와 '타이밍'의 관계

출판업계는 스타들이 저술한 책이 일반서적보다 상당한 매출을 남긴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들 도서의 판매부수는 상황에 따라 분명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10배 이상의 높은 차이를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발간된 '한류스타' 배용준의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은 발매 열흘 만에 10쇄 인쇄에 돌입했고, 아이돌 그룹 빅뱅의 <세상에 너를 소리쳐>도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30만 부에 육박하는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혜영의 패션 스타일 북 <뷰티바이블>과 <패션바이블>도 총 30만 권 넘게 팔렸다. 김현주의 <현주의 손으로 짓는 이야기>도 출간 한 달여 만에 3만 부 이상의 판매를 올려 10만 부 이상은 넘길 것으로 보인다.

박세경씨는 "빅뱅이 특별한 경우이긴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출판계가 연예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인기 스타는 책의 높은 판매부수를 장담하는 보증수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높은 판매고는 출판계가 말하는 '타이밍'과도 연관관계가 있다. 최병윤 부장은 '타이밍'을 두고 "스타가 현재 뉴스메이커인지, 이슈가 되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아무 연예인이나 출판계의 부름을 받거나'북 브로커'의 타깃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배용준이나 빅뱅, 김연아, 이혜영 등은 현재 각 분야에서 이슈가 되는 인물이기에 출판계에서도 탐을 냈다. '이슈가 있어야 책이 팔린다'는 속설이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최병윤 부장은 "김현주의 경우 평소 꽃꽂이 등으로 손재주가 뛰어난 연예인으로 이슈가 됐다. 김현주와 지난해 여름에 기획단계를 밟으며 겨울 즈음에 출판을 염두에 두고 책의 콘셉트를 잡아갔다. 겨울에 손뜨개와 바느질의 콘셉트가 어울린다고 판단해 최종 결정했다. 시기적으로도 타이밍이 적중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스타들이 자신의 복귀 시점이나 새로운 이미지를 위해 출간 '타이밍'을 맞추는 경우도 있다. 개그우먼 조혜련은 지난해 일본 연예계 진출의 성공을 계기로 일본어 책을 출간한 데 이어 에세이집 <조혜련의 미래일기>를 내놓았다. 배우 임상아는 가방 디자이너로 변신, 귀국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임상아는 이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를 출간해 화제가 됐다. 이런 경우 책의 홍보 효과가 배가되면서 스타와 출판사 양측 모두 '윈윈' 효과를 낸 실례다.

최병윤 부장은 "연예인들은 책 광고를 했을 때 일반서적에 비해 그 효과가 크다. 광고 홍보와 더불어 그 스타가 내놓은 콘텐츠와 파워가 없다면 책이 성공할 수 없다. 최근에 실패한 연예인들의 서적이 시기적으로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 책의 진실 혹은 거짓?

연예인은 초반 기획회의만 하면 끝? No!

불과 몇 년 전, 스타들의 여행서적이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스타들이 직접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출판사측에서 그와의 인터뷰를 옮겨 사진물과 함께 책을 엮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들이 반복되면서 독자들에게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받기 시작했다.

최병윤 부장은 "임상아는 지난해 뉴욕에서 자필로 쓴 원고를 스캔해서 이메일로 보내곤 했다. 우리는 일일이 타이핑을 해서 교정까지 봤다. 임상아는 책 완성 직전까지 표지, 글씨체, 본문, 책의 크기 및 비율 등을 꼼꼼히 따졌다. 특히 인쇄소까지 직접 오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일반 작가들도 인쇄소를 방문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연예인 책은 출판이 쉽고, 기간도 짧다? NO!

스타들은 이미지 관리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출판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남들이 하지 않은 장르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출판기획 단계부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배용준이 1년여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직접 사진을 촬영하고 장인들을 만나 문화를 공부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얼마 전 라이프스타일 북 <쉬 이즈 앳 홈(She is at home)>을 출간한 서정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10년을 준비해 집안 인테리어, 패션, 뷰티 등을 엮었다. 서정희는 직접 기획에서부터 제작, 출판까지 하며 1인 다역을 해냈다.

박세경씨는 "예전 한 방송인의'대리 번역 논란'이후 최근에는 스타들의 참여도가 무척 높아졌다. 이름만 책 표지에 싣던 시대는 지났다.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출판 작업 내내 연예인들의 적극성이 두드러진다. 이제 '가짜'는 독자들이 더 잘 알아본다"고 말했다. 연예인 책의 출간 기간은 5개월~1년으로 보고 있다. 일반 작가들과 비교해도 짧지 않은 기간인 셈. 연예인들도 책 한 권이 나오는데 상당한 공을 들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연예인들의 책 출간이 많아진다는데? YES!

박세경씨는 "출판업계가 장기적 불황으로 이어지면서 인문학이나 소설분야에서도 유명한 작가가 아니면 책이 팔리지 않는다. 연예인들의 책 출판이 어찌 보면 출판업계의 자구책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최근 연예인들은 실용서와 에세이 등에 머물지 않고, 소설이나 시 등 문학적인 소양도 드러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해 이혜영, 임상아, 송선미, 김현주 등과 손잡았던 살림출판사는 올해에도 2건 정도의 연예인 책을 출간할 계획임을 밝혔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