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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의 쓸쓸함과 연인에 대한 그리움 담아

[우리시대의 명반·명곡] V.A 은방울자매 '마포종점' (1968년 지구레코드)
변두리 서민 마음 어루만져준 위로의 노래
부산 KBS 전속가수 큰방울 박애경 작은방울 김향미 1956년 팀 결성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은 60년대 전차의 종점인 변두리 마포의 쓸쓸한 밤 풍경과 강 건너 영등포로 떠난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 대중가요다.

대표적인 서울노래인 이 노래가 발표된 1968년은 서울의 전차가 운행이 중단된 해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제는 서울도심에서 사라진 추억의 교통수단인 전차에 대한 향수를 전하는 애틋한 노래인 셈이다. 전차뿐만이 아니다.

2절에 등장하는 당시의 여의도는 비행기가 뜨고 지는 비행장이 있는 공간으로 묘사되어 있다. 1963년에 개장한 김포공항으로 인해 군사비행장으로만 사용되다 1971년 폐장 후 사라진 국내 최초의 비행장이었다.

큰 방울과 작은방울이란 애칭으로 불렸던 은방울자매의 오리지널 멤버는 박애경과 김향미다. 1955년 부산 KBS전속가수로 활동하며 데뷔한 큰 방울 박애경(본명 박세말)과 작은방울 김향미는 1956년 팀을 결성해 이후 '쌍고동 우는 항구', '삼천포 아가씨' 등으로 사랑받았다.

1989년 작은 방울은 오숙남으로 교체되었고 큰 방울 박애경은 2005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박춘석이 작곡하고, 정두수가 작사한 <마포종점>은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난 봄날에 찍은 은방울자매 사진으로 장식된 컴필레이션 음반의 타이틀곡으로 발표되었다. 노래가 발표된 지 30년이 지난 1997년 12월 마포대교 옆 한강변의 작은 공원에 서울의 두 번째 노래비로 거듭났고 지금은 공원 확장공사로 부활을 위한 긴 동면에 들어가 있다.

1960년대는 경제와 국가재건이 중요 키워드였다. 산업화, 도시화에 가속이 붙었던 이 시기의 분위기는 밝고 희망찼다. 그 결과, 도시의 구체적 인물들을 묘사한 노래들이 양산되었다. 실제로 전쟁으로 온 나라가 잿빛으로 칙칙했던 당시에 이전의 대중가요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색채감이 뚜렷한 팝 계열의 노래들이 속속 등장했다. 한명숙의 '노란 사쓰의 사나이'와 남일해의 '빨간 구두 아가씨'는 남성들에게는 노란 사쓰를 여성들에게는 빨간 구두를 대유행시키며 우울한 사회분위기를 뒤엎고 온 나라를 원색으로 화사하게 채색시켰다.

당시 서울에 대한 로망이 극심했던 시골 처녀 총각들의 이농현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가난을 탈출하고자 대거 상경러시를 이뤘던 결과, 60년대 이후 서울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급팽창했다. 고향을 떠나온 이들이 거주했던 곳은 서울의 도심에서 떨어진 변두리, 그러니까 공장들이 밀집해 있었던 마포와 한강 넘어 영등포였다.

영등포지역에 위치한 공장에서 일하면서 몸과 마음이 고단하고 지칠 때 그들은 고향에 두고 온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으로 몸살을 앓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가 떠난 강 건너 영등포의 불빛은 아련한데 돌아오지 않는 슬픈 정서를 노래하고 있는 마포종점은 그 같은 당대 변두리거주 서민들의 애틋한 삶의 정서를 가득 담아낸 명곡이다.

담담하고 정갈한 은방울 자매의 '마포종점'은 역동적인 시대적 분위기에 반하는 복고적 분위기의 트로트 장르 노래이긴 하다. 하지만 이 노래의 가치는 성장일로의 밝은 사회분위기가 팽배한 도심에서 소외된 변두리 서민들의 그 같은 슬픈 마음을 어루만져준 위로의 노래였다는 점에서 빛을 발한다. 지금은 차를 타고 마포대교를 통해 여의도를 지나 영등포로 건너지만 당시는 배를 타야 했다. 또한 그때는 서울도심을 누비던 서울의 전차가 갈 수 있는 마지막 종착역이었다.

60년대 서울의 변두리에서 지금의 마포는 땅값이 비싼 서울의 중요 도심으로 환골탈태했다. 가사에 등장하는 강북강변로에 위치해 지금도 가동 중인 당인리 발전소는 그 시절 마포의 정겹고 애틋한 풍경을 추억하게 한다.

1930년에 문을 열어 열병합 발전소로 82년간 서울을 밝히고 데웠던 당인리 발전소는 2012년 발전 수명을 마치고 이전될 예정이다. 그 자리엔 야구공원 건립 논의가 활발한데 이전 계획지로 예정된 고양시의 반발로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은방울 자매가 불렀던 마포종점의 '당인리 발전소의 밤' 구절은 그래서 아직도 구슬프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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