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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뒷면과 대면하는 용기

[시네마]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어둠의 아이들>
불법 장기매매, 아동성매매 등 잔혹한 현실의 자기반성을 요구
누구나 밤하늘의 달을 "보았다"고 말한다. 과연 진실일까.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은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달의 앞 얼굴뿐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달의 어두운 뒷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 뒷면이 존재하고 있다는 진실 자체를 망각하고 만다. 실도 비슷하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을 크게 뜨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뒷면이 있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어둠의 아이들>은 관객을 세상의 뒷면으로 인도하려는 영화다.

그 뒷면은 우리가 파편적으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둡고 참혹하다. 차마 눈을 돌리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봐야 한다. 그 암흑은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본 신문사의 방콕 주재기자 난부 히로유키(에구치 요스케)는 어느 날 본국 사회부로부터 놀라운 제보를 받는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일본 소년이 태국에서 심장이식수술을 받을 예정인데, 불법 장기매매와 관련이 있다는 것.

태국에서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일하는 요다 히로아키(츠마부키 사토시)와 함께 취재에 나선 난부가 알아낸 사실은 처참하다. 불법 장기이식의 제공자는 헐값에 팔려온 아이들로 산 채로 마취되어 수술대에 오른다는 것이다.

난부는 이 사건을 집중 취재하기 위해 아동인권센터 '사랑이 넘치는 집'을 찾는다. 한편 아시아 아동의 권익을 지기키 위해 직접 태국에서 활동하기로 결심한 신참내기 인권운동가 오토와 게이코(미야자키 아오이)는 참혹한 현실을 경험하며 충격에 휩싸인다.

예닐곱 살의 어린 소년소녀들은 매음굴에서 지독한 학대를 당하고, 그 중 건강한 아이들은 장기매매의 희생양이 되어 산 채로 장기가 도려내지거나, 에이즈에 걸리면 쓰레기봉투에 담겨 쓰레기하치장에 내동댕이쳐지는 현실. 소위 '가해자의 나라'에서 온 그녀를 향한 센터 직원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그때 인권센터에서 수업을 받던 한 소녀에게서 다급한 구조요청이 온다. 치앙마이의 어떤 장소에서 강제로 매춘을 당하고 있다는 것. 오토와는 필사적으로 소녀를 찾으려 애쓰고, 동시에 난부가 말한 불법 심장이식 수술을 막기 위해 나선다.

<어둠의 아이들>의 목적은 '목격'이 아닌 '대면'이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관객에게 감옥 같은 숙소에서 상처투성이로 널부러진 한 소녀의 텅 빈 눈과 마주하게 한다. 아무런 설명 없이도 관객은 그 소녀가 겪었을 지옥을 어렴풋이 감지할 수 있다.

그 뒤 곧바로 영화는 충격적인 현실 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산 채로 마취되어 수술대에 올려지는 아이들이 '존재'하고, 소위 '잘 사는 나라'에서 온 관광객의 성노리개가 되는 아이들이 '존재'하는 끔찍한 현실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재생된다.

차마 눈을 피할 구석도 없이 땀에 절은 아동성학대자들의 육중한 몸이 커다란 스크린 위를 덮쳐온다. 감독은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가. 이토록 끔찍한 어둠의 존재를." <어둠의 아이들>를 보는 내내, 귓가에 감독의 단호한 메시지가 맴돈다.

<피와 뼈>의 원작자인 재일교포 작가 양석일이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동성매매와 장기밀매의 현실을 세밀하게 묘사한 원작을 영화로 옮긴 <어둠의 아이들>은 글이 채 보여주지 못한 고통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가난에 지친 부모로부터, 혹은 납치되어 팔려온 소년과 소녀들은 동물우리 같은 공간에 갇혀 매질을 당하고, 성적 학대를 받는 '일상'을 산다.

<어둠의 아이들>은 그 학대의 순간을 영화적으로 구성하지 않는다. 카메라를 좋은 위치에 놓기 위해 만든 세트나 세련된 편집 같은 건 없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는 이 영화를 찍으며 '미학적 영상'에 대한 감독의 욕구를 거의 내팽개친 것 같다. 몽타주가 등장하는 장면은 아이들을 성노리개로 삼는 역겨운 어른의 육체를 보여주는 때 정도다. 그저 학대의 순간에 전달되는 아이들의 고통을 직시한다.

<어둠의 아이들>의 묘사는 잔인하리만치 세밀하다. 분명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영화의 표현방식이 선정주의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분명 있었다"고 말한다. 선정주의로 오해받을지언정, 실재하는 현실을 숨기거나 부드럽게 가공하지 않겠다는 감독의 의지 때문에 <어둠의 아이들>은 종종 영화가 아닌 사회고발 르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혹시 이 영화 때문에 출연하는 태국의 아역배우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아동성학대나 인신매매의 장면에 출연하는 아이들은 이 상황이 영화를 위해 연출된 장면임을 인지하는 전문배우를 기용했고, 그럼에도 혹시나 생길지 모를 정서적 충격에 대비해 성학대자 성인 배우들의 몸이 등장하는 신은 절대 직접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어둠의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여타의 사회고발 영화처럼 소영웅이 등장해 문제를 해결하는 영화적 설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웅의 부재는 감독이 아시아 아동의 인권문제에 관한 감독의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는 아동 성매매와 인신매매 등이 개인적인 악행, 그리하여 그 악인을 처단하면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썩어있는 시스템 때문에 벌어진다고 본다. 직접적으로 아이들을 팔아 넘기는 악인인 동시에 스스로도 아동학대의 피해자였던 태국인 브로커를 묘사하는 방식에서 감독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얻고자 했던 건, 썩어있는 시스템을 묵인하고 사는 모든 이들의 반성이다.

영화는 "보고, 본 것을 쓴다"는 기자 난부의 타자적 시선과 양심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다소 충격적인 결말을 통해 자학에 가까운 반성으로 이어진다. 처절한 반성과 함께 영화는 관객에게 똑똑히 묻는다. "자, 이제 보았으니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뒤통수에 내리꽂히는 질문에 심장 한 구석이 뜨끔하다.

개인적으로 태국을 '실속 있는' 관광지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물가는 싸고, 날씨는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으며, 여유롭게 관광을 즐기기 좋은 휴양지. 그곳에서 언뜻 눈에 들어오는 구걸하는 아이들, 화려한 유흥가 뒷골목에 숨겨진 빈민가는 애써 외면했다. 그리고 마치 그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태국은 "또 가고 싶은 관광지"라고 떠들어댔다.

나는 의도적으로 달의 빛나는 앞면만을 보고 싶어 했다. 과연 나는 이 영화가 요구하는 반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변명하지 말라"는 영화의 외침이 오래도록 가슴에서 메아리치는 걸 보면 자유롭지 않다. 직설적인 메시지의 전달은 <어둠의 아이들>의 단점이라기 보단 장점에 가깝다. 이 고통스런 반성의 과정에 많은 이들이 동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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