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등 '김길태 사건' 방송… 일회성 문제 제기 아닌 해결에 나설 때

13세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 후 살해한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피의자 김길태에 대한 처벌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한 가운데 경찰은 '성폭력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성폭력 범죄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지난해 KBS <시사기획 쌈-전자발찌 1년, 내 아이는 안전한가>를 통해 일명 '조두순 사건'을 접했다.

'조두순 사건'은 2008년 피의자 조두순이 한 교회의 화장실에서 8세 여아를 강간, 상해한 사건이다. 이 방송은 전국에 경악스러운 충격을 안겨주며 아동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줬다.

그러나 채 1년도 되지 않아 또 한 번의 사건은 우리를 분노케 한다. 이 시점에서 방송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오프라 윈프리도 하는데

'미국을 들끓게 한 유괴사건 주인공&아동납치, 유괴 예방법', '온라인 성범죄에 노출된 아이들', '14세, 섹스를 시작해도 되는 나이?-10대 성교육 가이드', '아동 포르노의 심각성', '폭력 남편&친부의 성폭행, 그녀들이 살인을 저지른 이유', '존 필립스 친딸 메켄지의 충격고백-결혼 전날 친부와의 근친상간', '충격고백-친부와의 성관계 메켄지 그 후', '근친상간의 비밀 폭로 : 멕켄지 사건 그 이후'.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주제가 아니다. 바로 미국의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가 방송한 내용들이다. 최근 국내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에서 방영되고 있는 <오프리 윈프리 쇼>가 다룬 성범죄 주제들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토크쇼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성범죄 사건을 정면에 내세운 셈이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사건의 피해자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사건 당시 생생한 증언과 함께 예방법까지 꼼꼼하게 전달한다.

'미국을 들끓게 한 유괴사건 주인공&아동납치, 유괴 예방법'편은 방에서 자고 있다가 유괴당한 엘리자베스와 집 지하실에서 성폭행당한 후 목이 졸려 살해된 존 베넷 램지의 아버지, 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유괴를 당해 4년 만에 기적적으로 구출된 숀 혼벡 등을 초대하거나 화상으로 연결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이 방송에서는 엘리자베스가 유괴당한 뒤 돌아와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학부모들에게 피해자들이 겪는 학교생활의 현실을 보여 주며 자녀 교육법까지 전했다. 사건 후 피해자들이 경험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역할까지 TV 프로그램, 그것도 토크쇼가 한 셈이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동 포르노의 심각성'편에서는 아동 사이버범죄 전담반과 함께 하루 종일 침실에서 아동 포르노를 다운받고 전송하던 18세짜리 소년의 검거 장면을 전했다. 사이버범죄 전담반의 수사관들과 아동 포르노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범죄를 막을 수 있는지를 짚어 봤다.

이 방송에서는 사건의 실제 주인공인 소녀의 수감 생활과 출소 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를 고민해주며 시청자들에게 열린 시선도 호소했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더 나아가 10대 성교육에도 먼저 다가갔다. 10대 중학생 커플과 성 치료사를 초대해 금기시되고 있는 부분들을 드러내고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우리 방송은 어디까지

19일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는 10대 자매를 살해, 성폭행한 흉악범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또한 부산에서는 '김길태 모방범죄'가 발생했다. 20대 남자가 10대 여학생을 끌고 가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진 것. 경찰이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런 사건들의 재발 방지를 위해 TV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재 지상파 3사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은 KBS <추적60분>, MBC 과 <시사매거진 2580>,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긴급출동 SOS 24> 정도다. '김길태 사건'이 발생한 후 과 <시사매거진 2580>, <추적60분> 등은 앞다투어 이번 사건을 역추적하며 심도 있게 다뤘다.

하지만 그 이후의 사후 관리나 모방범죄에 대한 위험성 등에 대해 모색하는 시선은 아쉬웠다. 이들 중 <긴급출동 SOS 24>는 문제 제기만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솔루션 프로그램'을 두어 방영한 사례에 대해서는 사후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긴급출동 S0S 24>는 지난 2005년 방송을 시작한 이후 5년 동안 가정폭력, 아동성폭력, 노인ㆍ노숙자 문제 등 사회적 약자들을 취재하고 사태 해결에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성범죄 문제들이 심각하게 대두된 적이 있다. '무서운 큰형', '기막힌 동거', '노숙 소녀', '아파트의 무법자 아동 성추행범', '원장 아빠의 위험한 진실' 등 위험 사각지대에 노출된 아동과 가정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긴급출동 SOS 24>는 5년을 이어온 지금까지도 심각한 수위의 폭력과 충격적인 소재로 도마 위에 오르곤 있지만, 피해자들의 사후 관리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고 있어 시청자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시청자 제보로 이뤄지는 만큼 '솔루션 프로그램'은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제작진은 "우리 사회의 각종 폭력은 은밀하게 행해지며,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법적 제재가 어렵다는 이유로 신고조차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동성범죄의 경우 솔루션 지원 프로그램으로 사후 관리까지 병행해 실질적인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 경찰 및 사회복지사 등과도 연계해 지속적인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서운 큰 형'편에서 친오빠가 여동생을 성폭행한 충격적인 사건을 방영했다. 제작진은 지방 경찰청, 해당 지역의 성폭력 상담센터 운영자와 함께 쉼터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해결을 모색했다. 그 이후 30여 평의 이 쉼터는 그 지역의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심적 안정을 주는 공간이 됐다.

제작진은 이외에도 피해자들의 자립기금인 '행복자립기금'을 마련하는 코너를 만들어 시청자들의 참여율도 높이고 있다. '행복자립기금'은 온라인을 통해 핸드폰으로 결제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프라 윈프리 쇼>가 피해자들이 삶에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담는다면, <긴급출동 SOS 24>는 한 발 앞서서 피해자들의 정서적 치유와 자립까지 모색하고 있다.

2년 전 폐지됐던 KBS <특명 공개수배>는 1년여의 방송 기간 동안 총 74명을 공개 수배해 27명을 검거하고, 11명을 자수시키는 쾌거를 올렸던 프로그램이다. 검거율만 51%였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 모방범죄의 발생과 가족 시간대 방송의 부적절함을 이유로 폐지됐다. 또한 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인권문제까지 겹쳐 폐지의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최근 KBS 시청자게시판에는 이 프로그램을 부활시켜달라는 시청자들 요구가 눈에 띈다. 사회적으로 범죄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시청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셈이다. 이제 TV는 일회성 문제 제기가 아닌 그 해결에 나설 때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