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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서 트로트까지 다양한 음악

[우리시대의 명반·명곡]
'신파' 모토 실험성·대중성 담보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1집 <고질적 신파> (2009년 붕가붕가 레코드 上)
과거의 추억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복고 문화의 전형
웃기고 재미난 노래를 생각해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수는 장기하일 것이다.

서태지 이래 오랜만에 신드롬이란 용어를 되살린 그의 노래는 코믹하면서도 비정규직 세대를 대변하는 해학적인 가사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사실 코믹송의 역사는 장구하다.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소위 '만요'라는 장르로 구분될 정도로 노래의 개체수가 많았다. 이 방면에서 김해송, 김정구 그리고 '오빠는 풍각쟁이야'로 지금도 사랑받는 박향림은 선구적 인물들이다.

이들이 구사했던 코믹송 역시 상당히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요소가 넘쳐났기에 장기하의 음악적 뿌리로 봐도 무방하다. 해학은 풍자와는 다르다.

상대방을 조롱하는 것 같지만 고단한 현실을 웃음으로 만들고 교훈까지 안겨주는 미덕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억지웃음을 강요하는 비속어가 넘쳐나는 노래에 비해 해학적인 노래는 차별적이고 긍정적이다.

장기하의 등장에서 느낀 해학적 감흥을 능가하는 놀라운 밴드와 뮤지션이 등장했다. 키치적인 밴드 이름부터가 인상적인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리더 조까를로스다.

장기하와 조까를로스 두 뮤지션은 여러 면에서 공통적이다. 우선 붕가붕가 레이블을 통해 복고문화를 녹여낸 음반을 발표했고 구질구질한 젊은 세대의 궁상을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음악들을 통해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2005년에 결성된 이 밴드의 멤버들은 김간지(드럼, 랩), 홍키퐁키(객원 기타) 까르푸황(베이스) 유미(타악기), 나리수(객원 안무), 조까를로스(보컬), 후르츠김 (건반, 멜로디언)등 하나같이 특이한 예명을 쓴다.

밴드 이름은 쿠바의 노인 보컬그룹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염두에 둔 것인데 음악적 공통점은 없다. 우주를 구성하는 3원소이자 연금술의 주재료인 불나방과 스타, 쏘세지의 조합인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멤버들이 존경하는 밴드는 황신혜밴드이고 즐겨 듣는 밴드는 걸그룹 카라라고 한다. 이처럼 자유분방한 기운이 드센 이들은 '한대수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섰던 것을 최고의 순간으로 여긴다'는 점에선 과거의 빛나는 전통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고 있는 기특한 청년들이기도 하다.

이들의 음악은 '신파'를 모토로 하면서 진지하고 코믹하다. 마치 장기하의 진보되고 발전된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B급 영화나 공상과학 애니메이션, 그리고 신파극이라는 이질적 장르가 혼재되어 있는 이들의 첫 정규앨범 타이틀은 '고질적 신파'다.

실험성과 보편적 대중성을 공히 담보하고 있는 이들은 라틴, 포크, 펑크 록, 트로트에 이르는 실로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펼쳐낸다.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야매 라틴'로 정의했듯 이들의 음악은 마치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익숙한 멜로디이면서 완벽하게 차별적이고 독창적이다. 영화감독으로는 온갖 영화에서 하위 장르를 끌어 모아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어법으로 승화시키는 쿠엔틴 타란티노에 비견할 만하다.

이 음반을 지배하고 있는 정서는 관습의 파괴와 전복이지만 과거의 추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한 복고문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만약 이 음반이 70-80년대에 발표되었다면 앨범자체가 전량 회수되어 파기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처럼 60년대식 신파 악극의 분위기로 꽉 찬 이들의 음악은 70-80년대 불량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시켰던 '빨간책'을 몰래보는 느낌까지 간접경험 시켜준다. 이처럼 이들의 해학적인 가사는 여과 없는 솔직한 표현으로 웃음과 동시에 삶의 어두운 구석을 건드는 불편함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들의 첫 정규 음반 <고질적 신파>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해학적이고 직설적인 트랙들로 가득 차 있다. 키치적 촌스러움이 펄펄 풍기는 리더 조까를로스가 그린 흥미로운 앨범재킷도 눈길을 끈다. 일견 가벼워 보이는 사실 이 밴드의 가사를 자세하게 들어보면 드러내고 거론하기에는 불편한 섬뜩한 진실이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청자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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