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명곡] 원더걸스 1집 'TELL ME' (2007년 JYP 엔터테인먼트)5인조 걸그룹, 2007 최고 가수 등극'군인 텔미', '경찰 텔미' 등 다양한 버전의 UCC 전국 강타

요즘 대중음악은 가사나 춤이 쉽고 '단순', '반복'적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후렴구가 반복되는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단순한 안무는 거역할 수 없는 히트의 기본적 조건이 되었다.

'쏘리쏘리쏘리쏘리', '보핍보핍보핍보핍' 등 특정 단어나 감탄사가 후렴구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요즘의 노래들은 어김없이 가요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기에 단순반복은 거역할 수 없는 트렌드로 장기집권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전국을 강타했던 5인조 걸 그룹 원더걸스의 1집 'The Wonder Years'의 타이틀 곡 'Tell Me' 열풍은 이 트렌드의 시작이었다. 단 한번만 들어도 헤어나기 힘든 중독성을 발휘했던 이 노래는 미국 팝가수 스테이시 큐의 'Two of hearts'를 샘플링한 곡이다.

실제로 "텔미 텔미 테테테테테 텔미~"로 시작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후렴구와 '팔찌춤' '살랑살랑춤' '애교춤' '감수분열춤' '찌르기춤' 등을 유행시킨 원더걸스는 전국을 텔미 열풍으로 후끈 달구며 2007년 최고의 가수로 등극했다.

원더걸스의 '텔 미'는 JYP엔터테인의 대표이자 가수인 박진영의 작품이다. 자신이 열광했던 80년대 팝송을 재현하려는 즉흥적 발상에서 레트로 즉 복고로 원더걸스와 '텔미'를 무장시켜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패션 춤'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신나는 디스코풍의 레트로 댄스는 남녀노소를 초월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시켰고 뽀글이 파마, 레깅스, 원색 화장 등 감각적인 레트로 패션 또한 10대에서부터 50대에 걸쳐 광범위하게 어필되었다.

그 결과, 원더걸스는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각종 음악 차트 1위에 오른 후 평균 7주 이상 정상에 지키는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그해 골든디스크 본상과 인기상, KBS 2TV '뮤직뱅크'의 '올해의 노래'등 3관왕에 오르며 가요계를 평정했었다.

소위 이들의 '텔미춤'은 가수 선후배는 물론 배우, 아나운서 등 연예인을 넘어 국회의원과 일반인들에게까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막 알려지기 시작한 신인이었던 이들의 홍대 앞 게릴라 콘서트에는 무려 2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고 초, 중, 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직장인 심지어 군인들도 '텔미'춤을 따라 하는 진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군인 텔미', '경찰 텔미', '농촌 텔미', '발레 텔미', '스튜어디스 텔미', '교실 텔미' , '꼬마 텔미' 등 다양한 버전의 텔미 UCC가 쉴 새 없이 올라오며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해 한국갤럽에서 전국 13~59세 남녀 37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7년 가수 선호도 베스트 10' 온라인 조사결과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원더걸스가 28.2%를 얻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한 가수로 선정되었다. '2007년 가요 선호도 베스트 10'에서도 이들의 '텔미'가 33.9%를 독식하며 그해 최고 인기 노래로 등극했다.

중독성 강한 춤과 노래, 패션의 3박자로 신드롬을 몰고 온 원더걸스는 이후 대중가요계에 텔 미 학습효과를 불러왔다. 모든 아이돌그룹들이 원더걸스의 성공에 자극받아 '게다리춤', '엉덩이춤' 등 대중적 반응이 확실한 손이나 엉덩이, 다리 등 특정 부위가 유난히 강조된 일명 포인트 춤 만들기에 사활을 걸게 되었던 것.

한국 걸 그룹은 공식적으로 최초라 평가받는 김시스터즈 이래 늘 대중적 관심의 중심이었다. 1990년대 후반 SES, 핑클, 베이비복스 역시 열풍을 몰고 온 걸 그룹들이다. 그룹의 공통 이미지와 함께 멤버 각자의 캐릭터가 분명했던 그들과는 달리 데뷔 초기의 원더걸스는 멤버들의 캐릭터가 조화롭지는 못했다. 그래서 메이저 기획사인 JYP의 설립 10년 만의 첫 걸 그룹이라는 기대감과는 달리 이들의 싱글 데뷔음반 성적표는 저조했다.

악재도 끊이지 않았다. 영화 촬영 중 멤버 안소희가 사고를 당하고 잠적설에 휩싸였던 멤버 김현아가 탈퇴하고 교통사고까지 일어나는 우환 속에 아무도 이들의 성공을 예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았기에 이들의 성공신화는 극심한 불황에 고통받는 대중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주는 미덕을 발휘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