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윈윈… 홍천 '아이돌 촌', 충남 '외암민속마을' 농촌체험 마을로 각광

KBS '청춘불패'
인기 예능프로그램에는 농촌이 있다. KBS <해피선데이>의 '1박2일'과 <청춘불패>,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 등의 배경은 농촌이다.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는 격주로 전국방방곡곡을 돌며 안방의 시청자들에게 시골의 정취와 훈훈한 정을 보여준다.

이제 TV는 단순히 보여주는 농촌이 아닌, 체험할 수 있는 농촌을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며 지역 발전이라는 효과를 낳고 있다.

농촌에 부는 희망의 불씨

<청춘불패>는 지난해 10월 강원도 홍천의 유치리 농촌마을에 '아이돌 촌(村)'을 만들었다. 여성 아이돌 그룹의 각 멤버 7명이 모여 자급자족 형태의 농촌 생활을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BS '패밀리가 떴다'
<청춘불패>의 출연진은 7개월간 유치리에 집을 짓고, 농작물을 심고 거두며, 가축도 길렀다. 이 과정에서 농촌 생활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끌었고, 중년층에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청춘불패>는 단순히 아이돌 그룹 멤버 7명의 농촌체험을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에게 직접 유치리 마을을 공개하고 있다. 제작진은 농촌체험 코스를 소개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산 체험으로 '고로쇠 수액 채취'를 했고, 강 체험인'래프팅&월척낚시'는 홍천강의 절경을 보여주었다.

유기농 딸기를 재배하는 과정도 소개했다. 제작진은 '워낭소리를 꿈꾼다', '공부하는 전문 농업인이 되겠다', '친환경 농작물 수확 및 판매', '기른 농작물로 경연대회 출전', '유치리 아이돌 촌을 자급자족 체험 학습장으로 개방' 등 다섯 개의 약속을 내걸었다. 제작진은 최근 아이돌 촌의 자급자족 체험 학습장을 개방하는 것을 계획했다. 얼마 전에는 그 동안 출연진이 작업했던 공간에 푯말을 만들어 설치했다.

<청춘불패> 제작진은 "방송 이후 유치리에는 주말마다 300여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마을의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적극적으로 체험학습장을 홍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조만간 '자연 학습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말농장을 만들 계획이다. 주말마다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유치리 마을 주민들과 제작진이 궁리한 끝에 얻어낸 결과다. 제작진은 최근 홈페이지에 자급자족 체험 학습장 개방의 일환으로 농사 체험을 할 '아이돌 촌 체험단'을 모집했다. 5월 17일에는 여기에 뽑힌 100여 명의 일반인들과 <청춘불패>의 전 출연진이 농촌체험 행사를 가졌다.

외암민속마을 체험장
강원도는 현재 '그린 투어리즘'을 추진하며 농촌관광체험마을을 지원하고 있다. 강원도의 청정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농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강원도형'그린 투어리즘'을 전개하는 것이다. 2007년에는 112억 원을 투자해 56개 마을을 육성했으며, 2008년에는 15개 녹색농촌체험마을과 농촌관광체험 2개 마을 등 16개 마을을 지원했다. 지난해는 26억 원을 투자해 13개 마을을 육성했다. 그 결과는 농외소득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도 30억 원을 투자해 15개 마을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 농촌 컨설팅 관계자는 "각 지역 및 마을마다 그만의 독특한 환경과 문화 등을 상품화해야 경쟁력이 있다. 비슷한 색깔의 농촌체험마을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마을 주민들이 어떤 자세로 관광객 유치에 힘쓰느냐다. 최대의 서비스와 함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촌의 획기적인 변신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의 외암민속마을(이하 외암마을)에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외암마을 홈페이지만 방문해도 '민박 예약 완료'라는 글귀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외암마을은 지난 2003년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돼 민속마을이라는 인프라를 바탕으로 연간 방문객 10만 명이 다녀갈 정도의 '국민적 관광지'로 변신했다. 외암마을의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선 몇 달 전에 예약을 해두어야 한다.

외암마을은 조선후기 문신, 학자인 외암 이간 선생이 태어난 곳으로 지난 1998년에는 중요민속자료(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선생의 생가인 건재고택, 영암댁, 참판댁, 송화댁 등 양반주택과 50여 가구의 초가 등 옛집들이 보존돼 남아 있다.

외암마을이 유명해진 것은 1990년대 초부터 TV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다. 드라마 <옥이이모>, <임꺽정>, <덕이>, <야인시대>, <찬란한 여명>, <꼭지> 등 10여 편에 배경화면으로 등장했으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클래식>, <취화선>에서도 민속마을 고유의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패밀리가 떴다'가 외암마을의 건재고택서 촬영돼 청소년들에게도 알려진 관광명소가 됐다. <청춘불패>의 유치리가 프로그램과 자매결연을 맺고 지역경제까지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면, 외암마을은 드라마와 영화 등 미디어에 자주 노출하며 아름다운 절경을 홍보했다.

특히 외암마을은 농촌체험으로 떡메치기, 두부 만들기, 탁본 뜨기, 솟대 만들기, 다듬이질 등 체험학습을 통해 마을을 알리고 있다. 농사일뿐만 아니라 널뛰기, 팽이치기 등 민속체험과 전통이 살아 숨쉬는 한옥(기와, 초가)에서의 민박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장승제, 짚풀문화제 등 연중 아기자기한 프로그램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4월에는 현대자동차가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300명을 자사의 아산, 울산 공장에 초청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외암마을을 방문한 중국인들은 떡메치기, 전통혼례 등 다양한 전통민속문화를 경험했다.

외암마을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청춘불패>의 유치리가 체험마을로의 시작 단계라면, 외암마을은 성공적인 농촌체험마을로 가는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외암민속마을 주말농장
외암마을 측은 "TV를 통해 알려진 마을의 이미지를 보다 높이기 위해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해 왔다"며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외부강사를 초청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