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서태지 데뷔 때와 같은 첫 방송 반응

'별밤' 고정 출연 레게음악 본격 소개
[우리시대의 명반·명곡] 닥터레게 1집 '어려워 정말' (1994년 신세기) 下
오리지널 멤버 중 바비 킴만 힙합 대부로 성공적 음악활동 계속
닥터 레게의 리더 김장윤은 음악 재능이 출중한 인물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캠퍼스 밴드 샌드 페블즈의 <나 어떡해>를 멋들어지게 연주하고 이미 중학생 때부터 창작곡을 썼다.

김장윤과 베이스기타 최은창은 청량고 2학년 때 고교 연합밴드 블랙&화이트를 결성해 안양 새마을교육원에서 첫 공연을 했다. 유니폼까지 맞춰 입고 멤버들이 각자 학교에서 직접 티켓을 팔아 제법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첫 공연 후 이들은 서울 강남 말죽거리에 있는 현 스튜디오에 연습생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당대 최고의 가수인 조용필, 고 김현식의 밴드와 남궁옥분, 피버스의 이명훈, 최호섭, 돌개바람의 연습장이기도 했다.

고교생 신분으로 스튜디오에 들어간 이들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 틈에서 음악을 배우며 공식데뷔의 꿈을 키웠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 이들이 찾았던 이태원 클럽 라이브에서 무명시절의 들국화, 시인과 촌장, 전설적인 백두산의 리드기타로 거듭나기 전의 록밴드 솔로몬의 김도균, 괴짜들의 최구희, 노란잠수함의 손진태 같은 미완의 대가들이 펼치는 연주를 즐겨 들었다. 문제는 클럽 라이브 옆에 위치한 카페 블랙로즈. 1985년쯤 주로 뮤직비디오를 보여준 그 곳에서 레게음악의 대부 밥 말리의 뮤직비디오를 처음 접하고 좋은 느낌을 얻었다고 한다.

고교 졸업 후 시간이 흐른 1991년.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온 김장윤과 댄스가수 김완선, 안혜지의 세션맨으로 활동하던 최창윤이 다시 만나게 되면서부터 이들은 카페 블랙로즈에서 감명을 받았던 레게음악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두 사람이 음악적으로 의기투합한 후 퍼커션 하양인이 들어오고 래퍼 바비킴과 버클리 졸업한 앤디 서가 가세하면서 팀 결성의 모양새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1993년 7인조그룹 닥터 레게를 결성한 이들은 그해 12월 5일 MBC TV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 첫 방송 출연을 했다. 방송이 나가자 관계자들이 '서태지가 나왔을 때랑 반응이 똑같다'고 흥분했다. 데뷔곡 <어려워 정말>은 순식간에 가요 차트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에 당시 라디오 별밤의 DJ 이문세는 이들을 3달 동안 고정출연시키며 국내에는 생소한 음악장르인 레게음악을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이에 이승철, 신승훈, 김원준 등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들이 노 개런티로 이들의 공연에 출연했고 특히 레게 리듬의 곡 <핑계>로 정상에 오른 김건모도 게스트로 출연해 이들의 전문성을 인정했다.

가요계에 레게 트렌드를 몰고 온 이들은 대형사고로 인해 1994년 1집 발표 후 1년이 채 되지 못해 팀이 해체되었다. 이후 리더 김장윤은 전도사로 변신했고 퍼커션 하양인은 홍대 쪽에서 클럽 <흐지부지>를 오픈해 지금은 라이브 클럽 프리버드의 대표로 홍대 클럽문화에 일조하고 있다.

베이스 기타 최은창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IS201의 프로듀서로 변신해 당대 최고의 아이돌인 HOT, UP, 유승준, 구피로부터 곡을 써 달라는 제의가 밀려들 만큼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여성 싱어 2명을 영입해 4인조 록 밴드 결성을 준비하며 재기를 꿈꿨지만 1998년 후반 개인적인 우환으로 또 주저앉고 생계를 위해 치욕적인 밤일까지 했다고 한다. 닥터 레게 오리지널 멤버 중 래퍼 바비킴만이 힙합계의 대부로 평가받으며 성공적으로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밴드 해체 후에도 음악적 갈증이 여전했던 닥터 레게 멤버들은 2004년 오리지널 멤버 3명을 주축으로 닥터 레게를 재결성했지만 또 실패했다. 이번에는 특정 종교를 표방한 것이 문제였다.

우리 대중음악계는 장르적 쏠림 현상이 극심하다. 최근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각광받기 시작한 인디음악씬은 바람직한 대안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취약한 대중음악계의 음악적 구조를 생각하면 레게음악 전문밴드 닥터 레게의 단명은 아쉬운 대목이다. 전문성을 가진 뮤지션들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공존이야말로 우리 대중음악계의 선진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19년 11월 제2802호
  • 이전 보기 배경
    • 2019년 11월 제2802호
    • 2019년 11월 제2801호
    • 2019년 10월 제2800호
    • 2019년 10월 제2799호
    • 2019년 10월 제2798호
    • 2019년 10월 제2797호
    • 2019년 09월 제2796호
    • 2019년 09월 제2795호
    • 2019년 09월 제2794호
    • 2019년 09월 제2793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영주, 산사의 추억 영주, 산사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