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몹 통해 메시지 전달하고 '제로댄스' 등 광고 효과 톡톡

서울종합예술학교 플래시몹
축구스타 박지성이 '봉산탈춤'으로 인터넷을 달궜다. 6월 12일 월드컵 그리스와의 조별 예선에서 승리의 쐐기골을 넣으며 두 팔을 벌려 휘젓는 모습을 보고 네티즌들은 '봉산지성'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마치 '봉산탈춤'을 추고 있는 모습 같다는 것이다. 박지성은 춤을 춘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대중은 그의 세레모니를 춤이라고 생각했다. 춤이 무대 밖으로 친근하게 나오고 있다. 광고계도 춤을 이용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춤, 무대를 넓혀 메시지를 전하다

한국과 그리스전을 앞둔 6월 12일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 특설무대에선 2000여 명이 장대비에도 아랑곳없이 흥겹게 춤을 추며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들은 서울종합예술학교의 학생들로, '월드컵 플래시몹-런코리아'라는 이벤트를 한 것이다.

학교측이 최근 월드컵 기념음반으로 출시한 <런코리아>에 맞춰 한국 선수들의 선전과 2022년 월드컵 유치를 기원하기 위한 행사였다. 2000여 명의 군무는 말보다 더 강렬한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 '슈렉 포에버'
13일에도 코엑스 밀레니엄광장에서 150명의 화려한 댄스가 펼쳐졌다. '세계 헌헐자의 날'을 기념해 대한적십자사 주최로 비보이(B-Boy) 그룹 고릴라 크루 멤버들과 댄서, 일반인들이 모여 진행한 플래시몹 행사였다. '세계 헌혈자의 날'을 알리는 홍보와 동시에 헌혈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걸그룹 원더걸스의 <투 디퍼런트 티어스(2 Different Tears)> 등 4곡에 맞춰 흥겨운 댄스를 선보였다. 일반인들도 참여해 춤을 더욱 가깝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선 유니버설발레단이 플래시몹을 가졌다. 무대 위에서 우아한 몸짓을 뽐내던 발레단 단원들이 거리에서 검은색 정장에 중절모를 쓰고 <디스 이즈 모던(This is Modern)>의 세 작품 중 '마이너스 7'을 추었다.

유니버설발레단 측은 "거리 플래시몹은 처음이다. 발레가 대중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했다"며 "다음 달 무대에 올려질 작품들이 어렵게 느껴지는 클래식 발레와 달리 즉흥적 무대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먼저 선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보이 고릴라 크루 측은 "춤은 더 이상 무대 위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서는 무대 밖으로, 넓게는 거리로 나와야 한다"며 "플래시몹을 통해 대중이 알기 쉬운, 따라하기 쉬운 안무로 이벤트를 가졌다. 춤이 홍보와 더불어 대중 속에 자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춤이 무대를 벗어난 건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각종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대중 속에 스며들었다. 7월 1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슈렉 포에버>는 <슈렉>의 네 번째 이야기로 역시 춤이 빠지지 않는다. 이번 영화에선 한국의 부채춤과 비보이 댄스가 나온다. 슈렉과 피오나 공주, 괴물들이 춤추는 군무가 그것이다.

김연아가 출연한 제로 시즌2 CF
극중 설정된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 선율에 맞춰 다 같이 춤을 추는 장면에서 부채가 방패로 바뀌기는 했지만 우리 전통춤의 멋이 그대로 살아나 있다. 또한 비보이팀 T.I.P의 댄스도 빼놓을 수 없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연주를 듣고 마녀들이 펼치는 힙합 댄스 장면에 눈을 떼기 쉽지 않을 정도다. 특히 3D 영상으로 관객을 집중하게 한다. <슈렉>은 지난 10년 동안 상영된 세 편의 영화에서도 화려한 군무를 등장시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

<슈렉 포에버>의 한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들을 삽입해야 한다. 그 중심에 춤이 이들을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 이번에는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춤사위를 통해 영화에 흥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TV, 춤으로 어필하다

'제로댄스', '신상뽐춤', '펭귄댄스', '쿨샷댄스', '부비부비댄스', '오감만족 춤'. 춤 동작이나 메시지를 이용한, TV 광고 속 춤의 이름들이다. 광고계는 춤을 이용해 대중에게 어필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피겨여왕'김연아다. 김연아는 TV 속에서 춤으로 대중을 유혹한다.

삼성전자 하우젠 에어컨 제로 시즌2의 CF에서 김연아는 일명 '제로댄스'로 시원하면서도 화사한 춤 솜씨를 발휘했다. 두 팔을 위로 뻗어 바람을 가르는 듯한 우아한 손동작이 일품이다. 김연아는 이미 양쪽 어깨를 이용한 '씽씽댄스'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그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동작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제품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옥션 CF 속 f(x)
이 CF를 제작한 제일기획 안재범 프로듀서는 "김연아의 댄스를 통해 '제로'의 동그라미 형상을 시각적으로 부각해 에어컨의 시원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전하고자 했다"며 "제로댄스는 남녀노소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중독성 있는 동작으로, 전국민적 응원 캠페인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댄스는 요즘 각종 CF에서 단골 콘셉트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걸그룹 f(x)는 옥션의 CF에서 '신상뽐춤'을 춰 화제가 됐다. 각 멤버들은 각기 다른 버전으로 반복적인 춤 동작을 선보였다. 그들은 입고 있는 신상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만지는 춤동작을 한다.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유이는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쿨의 CF에서 손끝에서 어깨, 무릎, 허벅지, 엉덩이 등 온 몸을 손으로 톡톡 치며 발랄하고 섹시한 춤 동작을 보여줬다. 일명 '쿨샷댄스'로 불린다.

LG전자 휘센 에어콘도 모델 송승헌과 한예슬이 '펭귄댄스'를 선보여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김연아에 맞불작전을 놓았다. 송승헌과 한예슬은 펭귄들과 함께 두 팔을 내리고 어깨를 들썩이는 춤을 추었다. 춤이 광고 효과를 주는 것은 중독성 있는 리듬과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 때문이다. 그래서 10대로까지 소비자를 넓히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옥션 브랜드 마케팅실은 "반복되는 멜로디와 중독성 있는 댄스는 광고의 콘셉트를 쉽게 전달할 수 있다. 동시에 재미와 트렌드를 추구하는 젊은 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