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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도 복고시대

<제빵왕 김탁구>, <자이언트> 성공신화와 휴머니즘 절묘한 합주
  • KBS '제빵왕 김탁구'
TV 드라마는 1년에 한 번씩 과거를 회상한다. 1970년대 개발시대를 그리워하듯 이 때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듯하다. 왜 TV는 1970년대를 찾아 드라마로 옮겨 놓는 것일까.

복고 키워드: 성공과 복수

"저 시대에는 누구든지 배고팠고, 성공에 대한 열망이 있었지."

안방극장이 197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장노년층의 눈가를 촉촉이 적시고 있다. '못살아서'혹은'배고파서'라며 당시를 회상하는 이들에게 드라마의 복고적 이미지는 잔잔한 공감대를 형성하곤 한다.

지난해 MBC <에덴의 동쪽> 이후 1년여 만에 1970년대를 그리는 두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KBS <제빵왕 김탁구>와 SBS <자이언트>. 두 드라마는 1970년대 정치경제적으로 혼란스럽던 시기를 배경으로 그 시대를 살던 20대 젊은이들의 삶을 담고 있다.

  • SBS '자이언트'
두 드라마를 모두 시청하는 50대 주부 조인해 씨는 "1970년대 우리들은 열심히 살았고 삶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다.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 그렇게 살았던 우리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당시 20대를 향유했던 사람으로서 복잡한 시기였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여유도 찾곤 했다. 70~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이기에 훨씬 더 깊은 공감을 하며 즐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SBS <자이언트>의 경우 지난 5월 10일 첫 방송에서 성, 연령별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을 보면, 1회는 여자 60세 이상이 16%, 2회는 여자 40대 이상에서 18%를 나타냈다. 1, 2회 평균 시청률도 여자 40대 이상에서 18%로 가장 높은 시청점유율을 기록했다. 40~60대의 여성 시청자들에게 1970년대를 그린 <자이언트>는 복고적 소재들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자이언트>는 부모를 잃은 3남매의 성공과 복수를 박진감 있게 그린다. 특히 권력이 개발을 주도한 강남을 중심으로, 강남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적 싸움도 세밀하게 묘사된다.

<제빵왕 김탁구>도 196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를 배경으로 주인공 김탁구(윤시윤 분)가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인생을 설계하는 휴먼 드라마다. 김탁구는 제빵회사인 거성식품의 아들로 태어나지만 집안의 음모로 가문에서 쫓겨난 뒤 온갖 역경과 시련을 이겨내며 제빵왕으로 성장한다.

두 드라마는 '성공 신화'라는 큰 주제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한다. 그 속에는 사랑도 있고, 배신과 복수가 난무하는 다이나믹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자이언트>의 이강모(이범수 분)는 아버지의 원수인 황태섭(이덕화 분)과 조필연(정보석 분)에 맞서 고군분투하며 복수를 꿈꾼다.

  • MBC '에덴의 동쪽'
이강모가 한강건설의 창업주가 된다는 설정은 시청자에게 묘한 성취감마저 느끼게 해줄 것이다. 김탁구도 자신을 음모로 내친 아버지의 비서실장 한승재(정성모 분)와 서인숙(전인화 분)에 대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눈도 꿈쩍 하지 않는 당신들 때문에 더 미치겠다!"며 절규한다.

<제빵왕 김탁구>의 제작진은 "과거를 드라마로 옮기는 작업은 제작진 입장에서도 흥미로운 일이다. 특히 1970년대의 사회적 변혁기를 꼬집는 것을 배제하고라도 한 인간이 성공하는 스토리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며"하지만 복고적 영상을 위해 복수라는 소재를 당연시하는 건 아니다. 가족애라는 따뜻한 감성이 더 큰 폭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왜 복고 드라마인가?

지난해 종영한 <에덴의 동쪽>은 제작비만 18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었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과 함께 실감 나는 추격신이나 액션신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자이언트>도 이에 뒤지지 않는 블록버스터급 복고 드라마다. <자이언트>는 제작비만 150억 원이 투자되며 제작 초기부터 '초호화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자이언트>는 강남 지역의 재개발 장면이나 호화 카지노와 룸살롱 등 다양한 볼거리로 무장했다. 방대한 스케일이다 보니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건 당연하다. 또한 총 50부작으로 꾸며질 스토리라인은 시청자에게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이 시기를 투영했던 드라마들은 대부분 '대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TV 전파를 탔다. 70년대 학생운동, 사회운동이 그려짐과 동시에 변화무쌍한 사람들의 모습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드라마 속 다양한 캐릭터는 복잡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했던 70~80년대의 풍경을 절묘하게 표현해주는 도구다.

<자이언트>의 배우 이덕화, 정보석, 손병호 등은 사회적 주도권을 잡은 사람들로, 파국으로 치닫는 갈등의 구조를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제빵왕 김탁구>도 정성모와 전인화를 중심으로 장항선, 전광렬 등이 명암이 뚜렷한 성격을 드러내며 드라마의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다.

<자이언트>의 유인식PD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를 기획하면서 포스터부터 2~3개월에 걸쳐 작업했다"며 "등장인물 개개인의 특성을 생생하게 살리기 위해 일러스트레이트 기법을 사용했을 정도다"고 캐릭터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한 외주제작사 PD는 복고 드라마의 강점을 휴머니즘으로 꼽았다. 성공과 복수 모두 결국은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휴머니즘의 회복이라는 것이다. 우리 한국 고유의 뿌리 깊은 정서이면서 척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희망적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복고 드라마에서 휴머니즘을 찾아내며 감동과 희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라는 점에서 사극의 확장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과거라는 장벽을 뛰어 넘어 비극을 이겨낸 성장 드라마야 말로 시청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일 것"이라며 "그 속의 가족애와 인간애 등은 복고 드라마의 강력한 무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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