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음악, 왕년의 스타들… 복고풍 프로그램 새바람

SBS 추석특집 <스토리쇼 부탁해요>
"부탁해요!~"
20여 년 전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울러퍼지던 이 말이 다시 안방을 찾았다. 9월 9일 오후 5시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는 SBS 추석특집 <스토리쇼 부탁해요>의 MC 이덕화가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올랐다. "부탁해요!"라는 또렷한 멘트와 함께.

객석을 가득 메운 300명이 넘는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무대를 응시했다. 20년 만에 부활한 말 그대로 '쇼'의 무대를 보기 위해서다. 가수 주현미와 아이유가 부르는 노래 뒤에 개그맨 이수근과 신봉선의 콩트가 '쇼'와 '버라이어티'의 재회를 알렸다.

"예전부터 너무나 하고 싶었고 그리웠다. 10년 동안 라이브 생방송으로 쇼를 진행했던 시절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 당시에는 수십만 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공연을 펼쳤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그런 쇼의 개념이 많이 달라졌다. <스토리쇼 부탁해요>는 최근 유행하는 토크쇼에 음악을 더한 버라이어티쇼가 될 것이다"

긴 세월을 지나 다시 예능프로그램의 MC로 돌아온 이덕화의 목소리는 설?다. 옛 것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전해졌다. 향수에 젖었기 때문일까. 이덕화는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출연료 전액을 제작비에 보탰다. 20년 전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진행했을 때처럼 대본도 손수 작성하고 연습했다. 지난날의 그리움이 현재 열정으로 변해 있음은 과언이 아니다.

<스토리쇼 부탁해요>는 출연진들이 프로그램을 제작해 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아내면서 쇼를 펼치는 결과물까지 방영하는 새로운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특히 관객들 앞에서 공연도 하고 입담도 펼치는 무대는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KBS <7080콘서트>
이덕화도 "KBS <가요무대>와 각 방송사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의 중간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며 "어르신들과 젊은 세대들이 같이 볼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한다"며 추억의 프로그램이 주는 묘미를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동 KBS 별관 공개홀은 매주 화요일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과거의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40~60대 중장년층의 자리 경쟁이 벌어진다. 이들은 앞자리에 앉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수고쯤은 감수한다. 과거의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에 중장년층의 참여는 매우 적극적이다.

방송 녹화를 시작할 즈음이면 객석은 물론 오르내리는 계단에까지 관객들로 꽉 찬다. <7080 콘서트>는 2004년 어니언스, 샌드 페블즈, 이범용, 한명훈 등의 가수들이 대거 등장한 이후 6년 동안 주말 심야 시간대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7080 콘서트> 제작진은 "시청률은 비록 10% 미만으로 저조하지만 시청자들의 참여도가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70~80년대 20대를 보낸 세대를 겨냥해 만든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인 만큼 그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객석과 무대, 출연자가 꾸미는 삼박자 공연은 과거 '리사이틀'로 불리던 우리네 정서가 그대로 담겨 있다. 음악과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이들 프로그램은 과거를 회상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왕년의 스타가 등장할 때는 마치 그 시대를 대변하는 듯하며, 이에 공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을 TV 앞에 불러 모은다.

MBC <버라이어티쇼 꽃다발>
최근 새롭게 시도되는 예능 프로그램들도 옛 추억을 되짚는다. MBC 청춘버라이어티 <꽃다발>은 10대 아이돌 그룹을 내세워 노래와 춤, 입담을 동시에 펼쳐놓는다. 여기에 '쿨룰라'라는 9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이 함께 등장해 추억을 되살린다. 그룹 쿨의 멤버였던 유채영과 유리, 그룹 룰라의 멤버였던 김지현과 채리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과 댄스 실력, 체력 테스트, 입담 등을 대결한다.

자칫 젊은 층에게만 어필할 수도 있을 타깃이 30~40대로 넓혀지게 됐다. 신구(新舊)의 조화가 주는 환상의 버무림은 10대에서부터 60대까지 전 세대를 움켜질 수 있는 장점이 됐다. 결국 추억의 프로그램은 전 연령층을 공략할 수 있는 무기가 된 셈이다.

추억을 건드리며 성공한 프로그램이 바로 MBC <세바퀴>다. <세바퀴>는 초반 조형기, 선우용여, 양희은 등 내세워 중장년층을 겨냥한 입담을 늘어놓더니,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을 게스트로 앉혀 10~20대 시청자도 끌어들였다. 아이돌 그룹이 무대 중앙에 서서 노래를 하고, 중견 배우들이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을 재연하며, 과거의 문제를 객관식 퀴즈로 푸는 모습은 예전의 '버라이어티 쇼'를 새롭게 답습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탄생시키며 풍미했던 예능 시장이 이제 '버라이어티 쇼'라는 장르로 새롭게 진화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복고풍의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도 어필되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쇼 부탁해요>의

이덕화, 주현미, 이용식, 최병서, 이수근, 신봉선, 아이유 등 10대부터 60대까지 출연진을 내세운 SBS <스토리쇼 부탁해요>는 스토리가 핵심이다. 이야기를 가진 버라이어티 쇼라는 개념이 생소하지만, 과거를 추억하기엔 딱 좋다. 특히 중장년층의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쥐고 있는 만큼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게 중요해 보인다. <스토리쇼 부탁해요>의 고양 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윤대중 PD를 만났다.

윤대중PD
복고적인 콘셉트로 프로그램에 접근한 것 같다. 기획 의도는?

이덕화, 주현미 씨를 먼저 섭외 한 뒤 프로그램의 가닥을 잡아갔다. '스토리+쇼'의 콘셉트라고 볼 수 있다. 과거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가 모델이다. 그간 무대에서 퍼포먼스가 보여지는 게 전부였다면, 왜 무대에서 그 노래가 불려지고, 그 춤을 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달될 것이다. 특히 추석 때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되기 때문에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장르를 구상했다.

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가?

각 출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회의부터가 시작이다. 카메라는 마치 VJ처럼 출연자들의 아이디어를 따라가고 그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이덕화, 주현미 씨 등의 전성기 때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출연자들의 섭외 기준이 있나?

연령별로 각 연령을 대표할 수 있는 출연자를 섭외했다. 10대 아이돌에서 올해 60대가 된 이덕화까지. 쇼를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출연자들을 먼저 꼽았다. 또한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쇼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출연진과 시청자 간의 세대 공감이 잘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