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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음악 대중화의 음악적 방향 제시

복고 가요 감성에 뛰어난 작품성 공존
[우리시대의 명반·명곡] '9와 숫자들' 1집 上 (2009년 파고뮤직)
5인조 혼성밴드 '사랑' 주제로 한 주옥 같은 트랙들 가득
인디뮤지션 장기하 등장 이후 주류와 인디의 경계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음은 대중음악의 다양성 획득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단발성이 아닌 제2, 제3의 장기하로 불릴 스타 뮤지션이 연속적으로 배출되어야 한다. <9와 숫자들>의 1집은 인디음악의 대중화에 작은 불씨가 될 음악적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1970~80년대 한국 록음악계에는 <신중현과 엽전들>, <김훈과 나그네들>, <강정락과 동생들>, <이명훈과 열기들>, <나미와 머슴아들>처럼 보컬이나 리더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멤버들을 누구누구들이라고 표기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2008년에 등장한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2009년에 등장한 <9와 숫자들>의 팀명과 음악에는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복고의 향기가 그윽하다.

9(송재경·보컬·기타), 1(김석·베이스), 8(이우진·키보드), 7(엄상민·드럼), 0(유정목·기타)으로 구성된 5인조 혼성밴드 <9와 숫자들>은 80~90년대에 즐겨 들었던 복고적인 사운드를 구사한다.

2009년의 끝자락에 발표된 1집은 멜로디나 분위기가 과거의 추억을 되돌려주는 복고 가요적 감성인데 편곡이나 연주는 현재의 인디음악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뛰어난 작품성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리더 9는 2007년, 실험적이고 몽환적인 싸이키델릭한 록 사운드를 구사했던 록밴드 <그림자 궁전>의 리더이자, <흐른>, <로로스> 등 자기 색깔이 분명한 밴드들의 앨범을 제작한 인디 레이블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수장이기도 하다.

<그림자 궁전>이 참신하고 실험적인 아이디어와 중독적인 록 사운드로 청자의 마음을 흔들었다면 <9와 숫자들>은 장르 규정이 불가능한 다채로운 사운드와 담백한 멜로디, 그리고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애절하고 감각적인 가사를 통해 더욱 강력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본명이 아닌 9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한 이유는 이렇다. "가장 큰 숫자인 9는 풍요와 함께 뭔가 부족한 결핍된 느낌이랄까. 9가 제아무리 높아도 나머지 1이 없으면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숫자잖아요. 그게 바로 저고, 제 음악인 것 같아요."

송재경의 음악은 아직 탐구의 과정에 있다. 음악과는 상관없고 공부를 잘했던 소년의 삶은 중1 때, 우연하게 TV에서 본 록밴드 <퀸>이 바꿔놓았다.

이후 음악마니아가 된 소년은 인디음악이 막 태동했던 중2 때, 국내 펑크밴드 크라잉넛의 열정적인 무대에 반해 홍대 앞을 찾게 되었고 음악창작자의 길로 들어섰다.

첫 작품은 지난 2004년 서울대 재학시절 여러 음악친구들과 함께 독립 제작한 '관악청년포크협의회' 음반이다. 훗날 장기하로 인해 유명해진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의 첫 가내 수공업 음반이다. 이후 록밴드 <그림자 궁전>을 결성해 진지하고 실험적인 록 음악에 우쭐했던 그는 <9와 숫자들>을 통해 쉽고 편안한 가요 팝 사운드로 진보하는 다채로운 음악여정을 걷고 있다.

변화무쌍한 그의 음악여정은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타고난 천성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청소년 시절 그를 열광시킨 복고사운드에 대한 무한 존경과 애정일 것이다.

이번 앨범에서 대중가요의 흔한 화두인 사랑을 주제로 삼고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서정적이고 흥겨운 '가요'를 구현한 점은 록밴드 <그림자 궁전>의 실험적 음악에 매료되었던 청자들에겐 음악적 변절로 비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아무런 기대나 목적도 없이 만들었다는 <9와 숫자들>의 1집이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것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주옥 같은 트랙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장르의 아티스트들에게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담보한 창작 결과물은 쉽게 획득할 수 없는 공통적 난제다.

인디음악이 앞으로 어떻게 폭넓은 대중의 공감대를 획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의 가치는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음악만큼이나 중요한 상업적 마케팅이라는 또 다른 복병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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