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신문, 잡지, 인터넷 등 도배… 흥행 보증수표 남발 너무해

여성그룹 카라(아랫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승연, 구하라, 박규리, 강지영, 정니콜)
"해도 해도 너무하는군. 대체 뭘 보란 거야!"

당신의 가정에는 이런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이 없는가. TV, 신문, 잡지, 인터넷 등이 온통 아이돌 그룹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 현실. 그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이들의 불만과 울분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말이다.

지난 19일은 걸그룹 카라의 이야기로 많은 대중매체들이 끓어올랐다. 카라의 멤버 한승연, 니콜, 강지영 등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 아침부터 터져 나온 '카라 사건'은 그칠 줄을 모르고 각 방송사의 저녁 메인 뉴스시간의 주요 아이템으로도 보도됐다.

일본에서의 위상이 한 몫 했겠지만, 국내의 아이돌 위상을 또 한 번 실감케 했다. 각 방송사의 자정 뉴스까지 이 사건은 중요한 '뉴스감'이었다.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아이돌 그룹들의 눈부신 활약상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아이돌 그룹의 성공신화, 인기 등을 두고 "하나의 문화코드"로 해석하는 평론가들도 많다. 하지만 과해도 너무 과하다. 지상파 3사 예능 프로그램에는 아이돌이 MC를 맡지 않으면게스트로 초대되든가, 아예 호스트로 앞장선 아이돌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KBS2 TV 월화드라마 <드림하이> 제작보고회에서 가수 우영, 배우 엄기준, 가수 택연, 수지, 배우 김수현, 가수 은정, 배우 이윤진, 가수 아이유, 배우 윤영아(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MBC는 마지막 개그의 희망으로 불리며 편성한 <개그쇼 난생처음>에 1회부터 9회까지 방송하며 샤이니, FT아일랜드, 레인보우, 2AM, 비스트 등을 출연시켰다. 출연한 아이돌은 매 콩트에 얼굴을 비치며 개그 퍼레이드를 펼쳐놓았다. <개그쇼 난생처음>은 아이돌이 없으면 꾸려지지 못할 것 같다.

아이돌 드라마도 등장했다. KBS 드라마 <드림하이>는 2PM, 미쓰에이, 티아라 등 아이돌이 총출동해 연기 경합을 벌인다. 뿐만 아니라 올 상반기에 제작되는 드라마에도 아이돌이 한 자리씩 꿰차고 있을 정도다.

SBS <파라다이스 목장>은 동방신기의 최강창민, <아테나: 전쟁의 여신>은 슈퍼주니어 최시원이, KBS <프레지던트>엔 슈퍼주니어의 성민, MBC <마이 프린세스>는 비스트의 이기광, <몽땅 내 사랑>은 2AM의 조권과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 비스트의 윤두준이, <포세이돈>엔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출연한다. 그야말로 아이돌 천국이다.

얼마 전 KBS <1대 100>과 SBS <나이트라인>에는 아이유가 출연했다. 퀴즈프로그램과 뉴스에까지 직접 행차한 것. 최근 급격하게 인기가 상승한 아이유는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인기 검색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니 방송계가 아이돌을 출연시키지 못해 안달인 난 게 아닌가.

"어떤 아이돌이 출연할 수 있는지 가장 먼저 사전 조사한다"는 예능국 PD들의 말이 슬프게 들리기도 하다. 달리 표현하면 아이돌이 시청률 보증수표로 부각하면서 프로그램에 없어서는 안 될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사정은 이해하지만 취향이 다른 시청자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고문'이 아닐 수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중장년도 자연스레 아이돌의 근황과 얼굴을 알게 되고 또 알아야만 아이들과 대화가 통한다.

20대 초반의 아이돌이 나와 눈물바람으로 하는 '인생의 쓴 맛' 경험을 들어줘야 하고, 풀어놓는 '개인기'에 웃어줘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자리잡은 '아이돌 시스템'에 박자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마치 버릇처럼 말이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