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코언, 이선 코언 감독의 코언 형제 표 불협화음이 매력적인, 그들의 첫 서부극

코언 형제가 사랑하는 건 불협화음이다. 형제가 함께 각본을 쓰고, 형 조엘이 감독을, 동생 이선이 제작을 맡은 전설의 데뷔작 <분노의 저격자>(1984)부터 전작 <시리어스 맨>(2009)에 이르는 각양각색의 영화를 꿰는 단 하나의 키워드 역시 '불협화음'으로 정리할 수 있다.

만나선 안 될 사람들이 엉뚱한 장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에 휘말릴 때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돌출 에너지는 '코언 형제' 표 영화의 매력적 인장이다. 언제나 특별한 이야기를 찾아 헤매던 코언 형제가 이번엔 서부에 도착했다.

당돌한 소녀와 노쇠한 현상금 사냥꾼과 혈기 방장한 텍사스 레인저가 벌이는 황야의 복수극. 이번에도 코언 형제의 매력적인 불협화음이 빛을 발한다. 코언 형제가 찰스 포티스의 소설 <트루 그릿>을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더 브레이브>는 한 여인의 내레이션으로 문을 연다. "다들 믿지 않는다. 어린 여자애가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갚겠다고 나섰다는 걸."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갈래머리를 단정하게 땋아내린 열네 살 소녀 매티 로스(헤일리 스테인펠드)의 얼굴. 이 소녀는 불한당 톰 채니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도망가자, 그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그녀는 과거 유명한 연방보안관이었지만, 지금은 주정뱅이 현상금 사냥꾼으로 전락한 카그번(제프 브리지스)을 고용해 복수의 여정을 떠난다. 여기에 오래 전부터 톰 채니의 뒤를 쫓고 있던 텍사스 레인저 라보프(맷 데이먼)가 합류하면서, 한 소녀와 두 카우보이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된다.

보통의 열네 살 소녀였다면, 무참히 살해당한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기절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서부의 거친 모래바람 속에서 자란 매티는 다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고 믿는 소녀는 총과 말을 사고, 근방에서 가장 악명 높은 현상금 사냥꾼을 찾아간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제 손으로 잡아 눈앞에서 목매달기 위해서다. 갈래 머리를 단정히 땋아 내린 소녀와 서부의 복수극. 다소 생경한 조합이지만, 코언 형제 감독이라는 이름이 따라붙는 순간 우려보다는 기대가 높아진다.

전혀 있을법하지 않은 상황 속에 내던져진 인물을 관찰하는 것은 코언 형제 감독의 특기가 아니던가. 이번에 코언 형제 감독을 매료시킨 건, 황야의 무법자들 사이에서 턱을 꼿꼿이 들고 선 한 소녀의 '무모한 배짱'이다.

한국제목은 '용기'로 순화됐지만, 원제 트루 그릿(True Grit)를 직역하면 '진짜 투지'. 코언 형제는 마초 카우보이들이 귀신같은 총질을 뽐내는 일반적인 서부극에서 볼 수 없었던 '진짜 투지'를 한 소녀의 얼굴에서 찾았다.

"<더 브레이브>는 전적으로 열네 살짜리 소녀가 이국적인 환경 속에서 자아를 찾아간다는 점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비슷하다."라는 조엘 코언의 말처럼, 매티는 <더 브레이브>의 처음과 끝이다. 다부지게 땋아 내린 갈래 머리와 종이를 구겨 넣어야 겨우 맞는 커다란 카우보이모자, 소매를 대여섯 번은 접어야 겨우 손이 보일법한 남자 외투를 차려입은 당돌한 서부 소녀. 이 낯선 서부극의 주인공은 두 명의 허풍선이 카우보이와 함께 황야로 모험을 떠난다.

<더 브레이브>의 재미는 이들의 마찰에 있다. 아버지의 시신을 앞에 놓고 야무지게 돈 거래를 마무리하는 당돌한 서부 소녀와 과거 용맹한 연방보안관이었지만, 지금은 주정뱅이 현상금 사냥꾼으로 살아가는 루스터 카그번, 매티의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 톰 채니(조쉬 브롤린)를 몇 달째 쫓아 온 젊은 텍사스 레인저 라보프. 성과 세대, 삶의 역사가 다른 세 인물이 복수와 돈, 명예라는 각기 다른 목적으로 거친 서부에서 만나 벌이는 불협화음이 바로 <더 브레이브>의 재미다.

여기에 무법천지 서부에서 벌어지는 날 것의 폭력과 카우보이들의 유려한 허풍도 '코언 형제' 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을 매료시킬 만하다.

하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기억하며 <더 브레이브>를 보고자 한다면, <더 브레이브>의 목표가 숨 막히는 추격전이 아님을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이 영화는 소녀의 통렬한 복수를 위해 속도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에서 '아버지의 복수'란 일종의 맥거핀에 가깝다.

복수란 결국 '생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이들을 만나게 하는 매파 역할을 한다. 매티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고용한 카그번은 과거 연방보안관으로서의 자긍심을 잃고 무용담을 안주삼아 술독에 빠져 사는 노인이고, 아버지를 죽인 톰 채니를 쫓는 텍사스 레인저 라보프 역시 돈만 아는 허풍선이 카우보이다.

하지만 거친 여정 속에서 어린 소녀의 '진짜 배짱'이 서부의 허풍선이 사내들에게 전이되고, 그들은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진정한 용기'를 발휘할 기회를 얻는다. <더 브레이브>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숨 가쁜 서부의 추격전이 아니라, 무모한 배짱이 진정한 용기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소녀는 어른이 되고, 허풍은 전설이 된다.

이 영화가 코언 형제 영화중에서도 유례없이 수다스러운 것은 <더 브레이브>가 '전설을 만들기'보다 '전설을 전하는' 영화이기 때문인데, 찰스 포티스의 원작 소설 대사에 시적 리듬을 입힌 대화신이 유려하다. 코언 형제의 팬이라면 이야기꾼으로서 그들의 새로운 얼굴에 반색할 듯. 2011년 아카데미도 코언 형제의 첫 서부극에 꽤 반색하는 눈치다.

<더 브레이브>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총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1969년 찰스 포티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해리 해서웨이 감독, 존 웨인의 <트루 그릿>과 코언 형제의 <더 브레이브> 중 아카데미의 더 큰 사랑을 받는 영화는 무엇일까. 흥미진진한 대결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2월27일(현지시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박혜은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