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의 흥행적 요소와 한국적 정서의 결합 영토 확장
<포도대장>은 배우 김성원, 백일섭 등의 배우들이 출연해 포교들의 수사활동을 보여주며 서민들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던 '사회 정의 구현' 드라마였다. <암행어사>도 마찬가지. 당시 멜로 배우였던 이정길이 암행어사로 등장해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주간드라마였던 <암행어사>는 매주 1회씩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스릴, 액션, 멜로 등을 통합한 블록 버스터급 사극이었다. <대장금>, <상도>, <이산>, <동이> 등을 연출한 이병훈PD의 작품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암행어사>는 양반집 하인이 귀신에 홀려 죽음을 당하는 사건, 한 주막의 여주인을 둘러싼 기이한 사건, 마을 사또의 부정부패 사건 등 매회 다른 에피소드로 볼거리를 제공하며 3년 여 동안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암행어사>가 시대극의 범죄 수사물을 이끌었다면 그 이전 흑백TV 시절부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드라마가 있다. 바로 이다. 1971년부터 첫 전파를 탄 이후 18년간 880회를 방영하며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아마 이때부터 우리의 정서에는 범죄 수사물의 재미와 감동이 각인되고 익숙해졌는지 모른다. 최근 그와 유사한 드라마들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우리는 왜 수사물을 좋아하는 걸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범죄 수사물은
지난 2000년 미국 채널 CBS를 통해 첫 방영된
최근
상황이 이쯤 되자 국내 드라마 제작사나 방송사들이 'CSI'급 수사물을 기획하는 데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현재 방영 중인 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최근 <싸인>은 시청률 20%를 넘기며 명실공히 '잘 만들어진 수사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캐릭터 연기가 뒷받침하고 있다. CSI만큼 정밀한 증거 감식은 차지하더라도 법의학자들의 소름 끼치는 연기가 일품이다.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섬뜩할 정도로 진지하다. 이런 진지함이 극 초반에는 반감의 요소로 느껴졌을 정도였다.
OCN의 한 관계자는 "범죄 수사물은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오후 10~12시 프라임 시간대로 편성을 잡는 이유"라며 "국내 일반 드라마들과 달리 매회 색다른 에피소드가 있어, 연이어 시청하지 않으면 미니시리즈나 일일극보다 매력적이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10월 OCN은 '국내 최초 메디컬 범죄 수사극'이라는 이름으로 <신의 퀴즈>를 선보였다. 법의관 사무소의 의사들이 미궁에 빠진 의문의 죽음을 추적하며 사건의 비밀을 밝히는 수사과정은 미드
"미드의 성공코드에 한국적인 스토리를 버무린 작품"이 될 것이라며 제작진의 각오는 대단했다. 국내엔 생소한 법의학팀이 해결하는 사건의 분석력은 신선했고, 10부작으로 완성된 에피소드는 최종회가 2.65%로 마감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시즌 2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26년 전 <암행어사>가 권선징악으로 사건을 해결했다면, 2007년 '조선판 CSI'를 내건 MBC드라마넷 <별순검>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과학수사를 펼치는 수사관들의 활약이 넘쳐났다.
시즌 3까지 방영되면서 조선 최초의 포르노그라피 사전, 테러인질극, 사이코패스 등 화려한 스케일과 동시에 한국적 권선징악 정서를 가미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더욱이 '별순검 마니마'층을 형성해 케이블 수사물의 승률을 높였다.
두 드라마는 현재 방영 중인 <싸인>과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전초전이었다는 게 흥미롭다. 시청자나 관객은 이미 <신의 퀴즈>나 <별순검>에 익숙해져 법의학이나 조선 수사물에 낯설어 하지 않았다.
미드 또한
그 영역이 확장될수록 사건 수사의 본질은 분명하다. 바로 인간을 중시하는, 인간을 위한 결론이다.
국내 범죄 수사물도 이런 점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드라마 속 캐릭터를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캐릭터가 가진 개성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드라마 맛있게 읽기>의 저자인 정수연 교수는
"차가운 기계와 냉철한 이성으로 분석하는 과학수사 안에 담긴 21세기 뜨거운 현대사회의 모습이 CSI 시리즈가 단순간 '볼거리'가 아닌 '인간 중심의 드라마'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드라마 속의 범죄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현실이 녹아 있고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와 무한경쟁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뒤틀린 욕망이 그대로 드러났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