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비영리조직, 지자체 등 위촉, 넘쳐나는 얼굴마담연예인·유명인 앞세워 관심… 그러나 효과는?

홍보대사로 위촉된 정준호, 태진아, 한은정(왼쪽부터)
음식, 건강, 다문화, 병원, 올림픽, 환경운동, 전자담배, 주얼리, 경호무술, 인체조직, 대학, 병무청, 복지, 교통, 게임, 전기, 로봇, 영화, 패션, 경찰, 헌혈, 코레일, 지자체···.

이들의 공통점을 알고 있는가? 만약 알고 있다면 당신은 놀라울 정도의 센스를 지닌 사람이다. 정답은? 열거한 단어들은 모두 '홍보대사'라는 인물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홍보대사는 말 그대로 어떤 조직이나 단체, 상품 등과 계층(대중)을 연결해 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곳에서도 홍보대사 위촉식이 거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이나 저명인사 등이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게 아니라 일반인들도 홍보대사로 선정되고 있다. 왜 이렇게 홍보대사 천국이 됐을까.

대한민국은 홍보대사 공화국

"현재 48군데의 홍보대사로 재임 중이다. 내년에 40개를 추가해 3년 안에 150개를 돌파해서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겠다!"

서울 G20 정상회의 홍보대사에 위촉된 김연아 선수와 배우 한효주
이게 무슨 말인가. 지난해 배우 정준호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랑하듯 쏟아낸 멘트다. 그냥 웃고 넘어갔을 법한 이 말이 어쩌면 현실화될지도 모르겠다. 그는 2월 22일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의 홍보대사로도 위촉됐기 때문이다.

올 1월과 2월 사이 홍보대사를 위촉했다고 알려온 영리, 비영리조직은 80여 개다. 그렇다면 그 단체들의 홍보대사만 합산해도 80명이 넘는다는 소리다. 두 달 사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2.6명의 홍보대사가 선발된 셈. 홍보대사가 너무 남발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그 중에는 '겹치기 홍보대사'도 있다. 야구선수 양준혁은 1월 중순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운데 2월에는 대구시의 홍보대사 감투까지 썼다. 중국출신 귀화가수 헤라는 2월 한 달 동안 다문화예술제와 세계액션영화제 홍보대사로 선정됐다. 두 사람이 앞으로 다른 단체의 홍보대사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홍보대사는 언제든지 '겹치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속모델은 활동 횟수나 기간을 명시하는 계약을 통해 유료로 한시적 활동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이에 비해 홍보대사는 고정적 보수나 계약에 의한 유료 활동이 아닌, 조직을 위한 봉사자의 입장에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유명인사가 여러 개의 홍보대사 타이틀을 갖고 있다면, 한 단체가 여러 명의 홍보대사를 거느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시다. 서울시는 얼마 전 서울시 홍보대사들과 자리를 마련했다. 최불암, 박상원, 김미화, 이상봉, 김현철, 김병찬, 박정숙, 이정진 등 13명의 홍보대사가 한 자리에 모였다. 사실 서울시 홍보대사는 각 전문 분야를 대표하는 인사로 34명이 구성돼 있다.

이동건, 김지석 병무홍보대사로 위촉
제주도도 빠지지 않았다. 제주도는 이 지역 출신 배우 고두심을 필두로 김태희, 박지성, 이충성, 추성훈, 양방언 등을 제주도의 '얼굴'로 내세웠다. 스위스 비영리재단 '뉴 세븐 원더스'의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등재하기 위해서다.

제주시는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제주추진위)를 발족하고 홍보대사들을 찾기 시작했다. 일본에도 사무실을 개소해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제주추진위는 더 많은 홍보대사를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결선투표가 11월 10일까지니 말이다. 홍보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 등 유명 스포츠 스타와 예술인들을 전면 배치했기 때문이다.

주최측은 "홍보대사의 위촉은 제주를 세계에 알리고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등재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국인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자체는 홍보대사 선정에 열심이다. 최근 두 달 동안 대전 홍성보훈지청(개그맨 조현민), 경기도 광명시(배우 선우재덕), 충남 논산시(가수 조성모), 대구시(전 야구선수 양준혁), 원주시(배우 유진), 서울 강남구(배우 장나라), 경북 상주시(소설가 성석제, 화가 최석운) 등이 홍보대사를 내세웠다. 아마 홍보대사가 없는 지자체는 없을 정도이다.

홍보대사의 역할은 PR(Public Relations)이다. 유명인사들을 앞장세우는 건 정책이나 사업효과를 높이고, 대중적인 참여와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 효과적이다. 이 때문에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영리조직들은 관심을 유발시키기 위해 유명인을 대동하고 있고, 그 메시지도 함께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다.

한국광고홍보학보에 을 기고한 중앙대 이명천 교수는 '정부기관이나 NGO 등을 비롯한 비영리조직들도 대중과의 관계를 호의적으로 유지해 가기 위해서 PR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홍보대사란 특정 조직의 대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PR효과를 증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PR기제이다. 이 때문에 공신력과 매력성, 영향력 같은 기본적 요건을 갖춘 유명인을 홍보대사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정부기관도 홍보대사라는 '얼굴 마담'을 통해 홍보비용을 줄일 수가 있다. 홍보예산은 국회에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1~2년의 예측이 필요하다. 이때 홍보대사를 활용하면 일석이조인 셈이 된다.

국가기관의 경직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홍보대사를 통해 극복할 수 있고, 비용절감 면에서도 유용하다. 홍보대사의 기용이 과연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는지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은 홍보대사의 위촉이나 활동은 오히려 그 조직과 개인에게도 부작용이 될 수도 있다.

너무 많다 보니 신선함의 효과도 떨어지고 대중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는 지난해와 올해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고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 농림수산식품부의 한식, 서울시 글로벌, 한국방문의 해, G20정상회의, 경기도, 유니세프,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홍보대사로 위촉돼 활약 중이다. 그러나 바쁜 훈련 일정을 소화하면서 이 많은 곳을 위해 제대로 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참고자료 : (이명천·한국광고홍보학보), <아름다운 인재혁명>(정부효·무한)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