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극장 쇼 슈퍼스타가 부른 노래[우리시대의 명반ㆍ명곡] 쟈니리 '내일은 해가 뜬다'(1966년)80년대 운동권ㆍ대학생층서 널리 불리다 들국화 전인권 리메이크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자행된 금지문화는 대중음악의 황폐화를 불러왔다. 아직도 무수히 반복되는 오류는 그 결과물일 것이다. 대중음악을 예술장르로 보지 않았던 폄하적인 대중의 인식도 공범이다.

그 결과, 국민가요로 사랑받고 있는 노래들 중에는, 한동안 주인 없는 구전가요로 둔갑되었던 노래와 대중이 기억하는 가수가 아닌 오리지널 가수가 따로 존재하는 황당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는 소위 '한류문화'로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진 한국대중음악이 사실은 뿌리조차 취약하다는 현실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일이다.

쟈니리가 부른 '내일은 해가 뜬다'는 이 방면에 있어 대표적인 노래다. 80년대 이후 구전가요로 운동권 대학생층에 의해 널리 불리다가 들국화의 리드보컬 전인권이 불러 국민적 파급력을 획득했던 '사노라면'은 이 노래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최근까지 '사노라면'은 구전가요로 알려져 있었다.

이 노래는 1966년 작곡가 길옥윤이 작곡하고 김문응이 노래말을 썼고 당대에 최고의 인기몰이를 했던 극장 쇼의 슈퍼스타 쟈니리(본명 이영길)가 부른 노래다. 이를테면 스타시스템에 의해 발표된 노래란 이야기다. 한데 무슨 사연으로 당대 최고의 음악인들이 합작한 노래가 '구전가요'로 둔갑했던 것일까?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60년대는 극장 쇼 전성시대였다. 극장 쇼 무대를 평정했던 쟈니리는 3장의 컴필레이션 음반을 통해 비로소 주목받는 인기가수로 떠올랐다.

이에 당시로서는 드물게 신세기레코드로부터 독집 제작을 제안받았다. 1966년 발표된 쟈니리의 첫 독집 <쟈니리 가요앨범>은 지금껏 중장년 세대들의 애창곡인 '뜨거운 안녕'이 수록된 음반이다. 나오자마자 품절 사태를 빚으며 35만 장이 팔려나간 당대의 베스트셀러였다.

이 앨범엔 당대 최고의 작곡가를 포함 무려 5명의 작곡가가 참여했다. 코미디언 서영춘의 친형 서영은은 '뜨거운 안녕'등을 포함해 5곡, 이봉조는 영화 주제가 '통금5분전', 막 일본에서 돌아와 국내 활동을 시작한 길옥윤은 '내일은 내가 뜬다'와 '예예예' 2곡, 홍현걸은 '말없이 떠나는가', 김성준은 영화 공갈의 주제가 '사랑의 적신호'를 쟈니리에게 건넸다.

후에 패티김이 불러 히트한 오리지널 버전 '예예예'와 문제의 '내일은 해가 뜬다'는 사실 독집에 앞서 길옥윤 작품집 <빛과 그림자>에 먼저 수록된 노래들이다.

'내일은 해가 뜬다'는 '뜨거운 안녕'의 인기에 가려 그다지 조명을 받지 못한 곡이지만 동아방송 라디오를 통해 제법 소개된 준히트급의 노래였다.

발표 후 1년이 지난 1967년, 이 노래는 가사와 상관없이 '내일은 해가 뜬다'는 노래제목이 현실부정적이란 이유로 방송금지조치를 당했다. '왜 해가 오늘 뜨지 않고 내일 뜨냐?'는 황당한 금지 사유였다. 쟈니리는 이에 대해 "당시 유명 작곡가 길옥윤의 고급스런 곡이지만 은유적인 가사 때문에 금지를 당해 큰 인기를 모으지는 못했다.

하지만 빠르고 경쾌한 노래를 주로 불렀던 내게 이 노래는 호소력이 좋다는 평을 듣게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미국에서 돌아오니 작자미상의 구전가요로 둔갑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1966년 발표되어 1년 후에 방송 금지된 노래는 15년 정도가 지난 1980년대 초반, 대학가 운동가요집에 구전가요 '사노라면'으로 기록되어 불려졌다. 우울한 사회현실 속에서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격동의 80년대 대중은 이 노래에 담겨있는 희망의 메시지에 위로를 받았다.

대중으로부터 '유배'된 이 노래를 불멸의 생명력을 지닌 명곡으로 각인시킨 일등 공신은 록밴드 들국화의 전인권이다. 그는 발표 20년이 지난 1987년 연극 '철수와 만수'의 삽입곡으로 사용한 이 노래를 뛰어난 편곡과 발군의 가창력으로 소화해 큰 감동을 안겼었다.

1960년대 극장 쇼의 스타 쟈니리는 지금도 실버세대들의 추억을 어루만지는 가객으로 꾸준하게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그가 노래한 '내일은 해가 뜬다'는 장필순, 김장훈, 크라잉넛, 신화, 레이지본, 체리필터 등 많은 후배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었고 '희망'의 메시지를 대변하는 불후의 명곡으로 각인되었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