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ㆍ명곡] 황보령=SMACKSOFT 4집 'MANA WIND'(2010SUS) '꿈'을 노래하는 몽환적ㆍ회화적 분위기

한국에서 대중음악은 오랫동안 '딴따라'로 불리는 대접을 받아왔다. 보존하고 학문적으로 연구할 예술적 대상이란 지위를 획득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황보령은 대중음악을 예술적 경지로 견인하고 있는 진지한 여성 뮤지션이다. 2010년 발표한 4집 'Mana Wind'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음반은 이제껏 그 누구도 구현하지 못한 아트록의 지평을 구현해 평단과 팬 모두에게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번 앨범이 3집을 능가한다고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이전보다 더욱 강화된 예술적인 향내가 진동하고 있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3집이 비상구가 없는 시커먼 어둠 속에서 희미한 구원의 빛줄기를 갈망하는 절절함을 담았다면, 이번 4집은 '꿈'을 노래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꿈'은 삶의 원동력일 것이다.

뮤지션들에게 '꿈'은 음악을 통해 보다 많은 대중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이다. 그녀는 "꿈은 시작도 끝도 없는 최초의 상태인 것 같아요. 삶은 죽음 이후나 태어나기도 전부터 나선형처럼 돌고 도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외모나 돈 말고 아름다움이 뭔지 묻고 싶어요. 도대체 우리들은 뭘 추구하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영혼은 바닥을 칠 것이기에 음악하는 사람들이 다른 부분을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펑크록밴드 '황보령=SMACKSOFT'는 이번 앨범에서 기존의 펑크질감을 유지하면서 신디사이저를 통한 환상적인 미디 사운드는 물론이고 사이키델릭, 일렉트로니카로 확장된 음악을 선보였다. 첫 트랙을 장식한 연주곡 'Winter Night 겨울밤'은 쓸쓸하면서 따뜻한 질감의 소품이다.

창작자인 베이시스트 정현서는 "작업을 하다 새벽 4시쯤 창문을 열었는데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작업할 때 외로웠는데 눈을 보니 갑자기 감사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슬픈 마음을 더 펼치면 불쌍해질 것 같아 곡을 짧게 가는 대신 언니에게 눈 내리는 느낌을 넣으면 좋겠다고 상의했어요. 그래서 언니가 신디사이저로 눈이 내리는 느낌을 만들어준 곡"이라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황보령 특유의 원초적 펑크질감이 살아있는 'I'll Always'와 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 아름다운 곡 'Dream Up'은 이 음반이 환상적인 음악여행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바드의 박혜리가 연주하는 아일랜드휘슬이 날라 다니는 'DO U 두 유'도 새로운 시도고 'Passing'은 멜로디가 귀에 감겨오는 탁월한 트랙이다.

선문답 같은 8분 34초 연주대곡 'Laconic Phrase (V Room)'도 압권이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친구를 위한 진혼곡 'Horizon'까지 수록된 전 곡은 시종 귀에 꽂히는 비트와 몽롱함 분위기로 청자들에게 꿈과 현실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는 '한숨'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3번째 동명이곡이다. 'Solid Bubbles'어원은그리스어로 '회심'을말한다. 원하는길이아니면돌아서서후회가들지않도록다시시작하라는의미다.

곡'WIND'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소통을 이야기한다. 바람이 윙윙 불면 말이 잘 안들리는 느낌을 표현하기위해 의도적으로 트레이드였던 자신의 똑똑 떨어지게 발음하는 창법을 버리고 가사 전달이 모호한 창법으로시도했다. 4방향성에 대해 제작 초기 멤버간에 이견이 있었지만 앨범이 나온 후 황보령의 음악적 선택이 옳았음은 증명되었다.

황보령 음악에는 회회적인 요소가 강하다. 이번 앨범에도 미지의 공간을 몽환적인 이미지로 가득 채웠다. 수록된 13곡은 다채롭고 이질적인 장르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자칫 산만해지기 시운 다양한 질감의 노래들은 놀랍게도 통일성을 구현하고 있다. 앨범 전반을 지배하는 몽롱하고 나른한 분위기가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더 간결하고 반복적인 가사도 강한 중독성을 담보하며 한국에도 고급스런 아트 사운드를 들려주는 아티스트가 존재함을 이 앨범은 증명하고 있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