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러브 FM 대대적 개편 평일 주말 구분 추억과 음악 전달

"사랑함에 세심했던 나의 마음이/ 그렇게도 그대에겐 구속이었소/ 믿지 못해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헤어지는 이유가 됐소..."

3월 30일 서울 홍대 앞의 한 라이브 클럽에서 가수 구창모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그마한 무대에서 조명을 받으며 노래를 부르는 그를 보니, 80년대 과거로 돌아가 당시의 청년문화를 엿보는 기분이다.

어두침침한 라이브 클럽은 변진섭의 <희망사항>, 개그맨 장두석의 <세월이 가면>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만들었다. 이날의 미니콘서트는 'SBS 2011 봄 개편 설명회' 자리였다. 이름하여 '별들의 귀환'. SBS라디오가 7080세대 가수들을 앞세워 선보인 것이다.

080세대를 위한 감성채널

"7080세대의 소외된 감성을 위하여"

SBS라디오가 4월 4일부터 대대적으로 개편을 했다. SBS 파워FM(107.7MHz)는 20, 30대의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러브FM(103.5MHz)은 7080세대를 위한 음악으로 채워진다. '세시봉 열풍'이 라디오 환경까지도 바꾼 것처럼 보인다.

60대 가수들이 부른 팝송과 포크송이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게도 어필한 점을 보면 그냥 지나가는 열풍은 아닌 듯하다. 음악전문가들은 "보는 음악에서 다시 듣는 음악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SBS라디오는 러브FM을 7080세대를 위한 채널로 바꾸고 재정비에 나섰다. 평일과 주말을 나눠 코너의 변화에도 힘을 줬다. 평일에는 개그우먼 이성미의 <이야기쇼>(낮 12시 20분~2시), 가수 변진섭의 <희망사항 변진섭입니다>(오후 2시 20분~4시), 가수 구창모의 <브라보 라디오 구창모입니다>(오후 6시 5분~8시)가 새롭게 편성됐다.

주말에는 개그맨 장두석의 <유쾌한 주말 장두석입니다>(오전 9시 5분~11시), <특별기획 라디오-시크릿 가든>, 배우 박해미의 <행복한 주말 박해미입니다>(낮 12시 5분~2시), DJ 김기덕의 <2시의 뮤직쇼 김기덕입니다>(오후 2시 5분~4시)가 전파를 탄다. 말 그대로 7080세대를 위한 '맞춤형' 라디오가 된 셈이다. "추억과 음악을 전한다"는 SBS 라디오국의 변화이다.

SBS 배철호 제작본부장은 "7080세대 열풍에 편승했다기보다는 이들이 너무 소외됐던 것 같다"며 "앞으로 러브FM을 주력 성인채널로 삼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구창모, 변진섭, 장두석 등은 청취자들을 위해 직접 통기타를 연주하며 라이브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7080세대의 감성에 다가가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장두석은 "가요계도 그렇지만 코미디계도 젊은 층과 중장년층으로 나뉜 것 같다"며 "아이돌 위주의 곡들이 방송을 장악하고 있어서, 정작 40~50대를 위한 곡을 틀 데도 없고 들을 데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생긴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힘을 기울인다면, 나이든 분들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포섭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박해미도 각오를 다졌다.

구창모는 그룹 송골매 시절 배철수와 함께 했던 보컬인데 이번에 친구에서 라이벌로 돌아선다. 같은 시간대에 MBC라디오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방송되기 때문. 사실 배철호 본부장과 배철수는 형제지간이다. 구창모는 두 사람의 권유로 생애 처음으로 DJ로서 마이크 앞에 앉는다.

"고릴라(인터넷과 앱 상의 SBS실시간 라디오 플레이어)가 뭐에요?"라고 묻는 그의 7080세대적 멘트가 친근하기까지 하다. 그는 저니(Journey)의 나 스티비 원더의 주옥 같은 곡 등 중장년층의 추억이 담긴 음악들을 들려줄 계획이다.

변진섭은 '세시봉 열풍'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이번 7080세대를 위한 라디오 DJ에 적극 동참했다. 이성미 역시 개그맨 전유성과 이홍렬, 가수 양희은 등 게스트들과 함께 그 시절의 추억과 향수 어린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SBS 전문수 라디오 기획CP는 "두 라디오의 성격을 달리해 중장년층과 젊은 층에 어필하는 감성 어린 라디오로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KBSㆍMBC 라디오는…

KBS라디오 지난 1월붜 개편을 실시했다. 채널별 특성화를 통해 구체적이고 확실한 공영방송 구현을 목표로 삼았다. 총 8개의 채널을 갖고 있는 KBS라디오는 각 채널 별로 다른 색깔을 내려는 기획의도가 엿보인다.

KBS 1라디오는 지역 청취자 참여 확대 및 지역국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내난 정보 프로그램을 신설, 공적 책무수행을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해피 FM KBS 2라디오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음악과 정보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역시 7080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이 주류. 쿨 FM KBS 2FM은 상업방송과 차별화된 클린 FM 및 문화 다양성의 구현을 외쳤다. 1FM은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담는 등 청취자 중심의 맞춤 방송을 강화했다.

MBC라디오 2011년 라디오 개편 시기가 4월에서 5월 중순으로 미뤄졌다. 최근 교양국과 예능국에 이어 라디오국도 총체적 난국에 처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노조)는 3월 29일 비대위 특보를 통해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등의 PD교체를 두고 '구체화되고 있는 시사프로그램 손보기'로 규정했다.

MBC 노조는 인사발령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비난했다. 특히 라디오 PD들은 3월 28일 긴급 총회를 열고 '라디오본부 평PD협의회'를 결성한 뒤 이와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