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서바이벌은 여자를 싫어해?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이하 위대한 탄생) 무대에는 현재 여자 출연자가 없다. 유일한 여자 후보였던 정희주가 4월 29일 방송에서 탈락했다. 심사위원 평가점수에서 최고점을 기록했는데도 떨어졌다. 시청자 투표에 밀려 탈락한 것이다. 가수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멋있게 소화해내고도 말이다.

최근 막을 내린 tvN <오페라스타 2011>은 가수 테이와 JK김동욱이 막판 결선에 올랐다. 결국 테이가 우승을 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세미 파이널'에선 가수 임정희와 문희옥이 최종 4명에 이름을 올렸으나, 시청자 문자투표에 밀려 동반 탈락했다.

Mnet <슈퍼스타 K>의 여성 출연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시즌 1, 2에서 최종 결선에 남자 두 명이 올랐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남자 전성시대를 맞은 것인가.

지난 2004년과 2006년 KBS가 연이어 방영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은 ARS 실시간 전화투표를 통해 남자 출연자 경동호가 우승을, 전제향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SBS '영웅호걸'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에서도 시청자 ARS투표와 심사위원 점수, 인터넷 투표점수를 합산해 남자 출연자 김태호가 우승, 한여운이 준우승을 했다.

앞으로 방영될 KBS <휴먼서바이벌 도전자>나 <톱 밴드>, SBS <기적의 오디션>, MBC <위대한 탄생 시즌2>, tvN <코리아 갓 탤런트> 등은 어떨까.

MBC의 한 관계자는 "<위대한 탄생>의 경우 출연자들에 대한 심사는 전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맡겨지는 것이기 때문에 도전자들의 성별 비율을 맞추기 위한 장치는 없다"며 "다만 여성 시청자 층이 많다는 게 남성 출연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여성 리얼 버라이어티가 사라진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여자 출연자들에게 냉혹한 현실은 리얼 버라이어티에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SBS <일요일이 좋다>의 '영웅호걸'은 마지막 방송을 했다. 12명의 여자 스타들이 총출동해 미션을 해결하고 게임을 벌이는 전형적인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10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폐지'라는 쓴 잔을 마신 것이다.

KBS 'MC 서바이벌' 우승자 경동호
전작인 '골드미스가 간다'도 1년 8개월 만에 폐지됐으며, 여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출연한 KBS <청춘불패>도 1년 여간 전파를 탔고, 지난해 케이블 채널 QTV <여자만세>도 6개월 만에 폐지되면서 여성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영웅호걸'은 매회 '잘 나가는 팀'과 '못 나가는 팀'으로 나눠 미션을 수행했다. '골드미스가 간다'는 노처녀 시집보내기 프로젝트라는 포맷으로 게임을 통해 맞선을 보는 사람을 선정했다. <청춘불패>는 평범한 시골생활을 배경으로 농사를 짓고, 수확물로 장사를 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폐지되는 수모를 당했다.

방송 진행과정의 패턴이 단조로웠다는 지적도 있다. '골드미스가 간다'는 게임을 하고 맞선을 보는 순서로, '영웅호걸'은 팀을 나눠 게임하고 벌칙을 수행하며, <청춘불패>는 반복적인 시골생활의 답습이었다. 여기에 패션, 남자, 성격, 음식, 인기도 등 그간 여성 버라이어티에서 봐왔던 소재들이 전개됐다는 식상함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그나마 존재하고 있는 건 MBC 에브리원 <무한걸스>다. <무한걸스>는 시즌 3을 맞아 3년간 장수하고 있는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의 여성 버전으로 매회 새로운 장소에서 다양한 미션을 선보인다.

팀 미션과 개별 미션을 적절히 배합하고, 매회 기발한 아이디어의 게임을 개발해 보인다는 게 장점이다. 일찌감치 가수되기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여행을 다니는 등 트렌드를 앞선 미션들을 수행했다.

또한 최근에는 '너도 가수다', '체험 노동의 현장', '섹션 TV 무한걸스 통신' 등 이슈가 되는 프로그램을 패러디해 주목을 받았다. 단조로운 패턴의 포맷을 버리고 다양한 소재로 접근한 것이 주효했다.

사실 지난 2004년 전파를 탄 KBS <일요일은 101%-여걸 5>는 <해피선데이-여걸 6>를 거쳐 <하이파이브>까지 장장 4년간 방송된 여성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다. 이들 프로그램에는 '랩 배틀 빨리 말해', '아름다운 만남', '잡아라 쥐돌이', '디비디비딥', '3.2.1 합창단' 등 볼거리들이 배치돼 재미를 선사했다.

매회 남자 게스트들이 등장해 미션과 게임을 수행하는 모습이 장안의 화제였다. 여자 버라이어티 쇼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시기다. 하지만 현재는 MBC <무한도전>, KBS <해피선데이-1박2일> 등이 3년 이상의 수명을 이어가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당분간 이에 대적할 만한 프로그램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KBS의 한 예능국 PD는 "여자들로 구성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전무한 상황이다. 역시 시청률 싸움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며 "'여걸 5'나 '여걸 6'때의 전성기를 맞이하기 위해선 공감대를 얻는 게임들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형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는 역시 수다?

1990년대 후반 단독 여자 MC가 진행하는 토크쇼가 유행이었다. SBS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와 <김혜수의 플러스 유> 등이 그랬다. 이들 프로그램은 2~3년씩 전파를 타며 참신한 코너들로 화제가 됐다. 이후 여자 MC는 물론이고 여자 토크쇼도 사라졌다.

그런데 복고바람이 토크쇼 프로그램에도 부는 것일까. 방송인 백지연이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브런치> 등이 상종가를 치자 여성 MC를 메인으로 한 토크쇼들이 10년 여 만에 부활하고 있다.

'여성전용 뮤직토크쇼'라는 수식어를 단 <러브송>은 배우 오현경이 메인 MC다. 와인과 음악을 곁들인 <러브송>은 원탁에 둘러앉아 풀어내는 여자들의 수다가 일품이다.

게스트들의 추억이 담긴 노래는 선물이고, 그 선율에 내뱉는 이야기는 감동이다. 지난 4월 첫 회에 가수 김완선과 김현정, 배우 윤해영, 디바 출신 김진 등이 출연해 음악과 와인에 취해 눈물을 흘리며 나눈 대화는 이슈가 됐다.

여자 연예인들이 대놓고 울면서 대화하는 시간인 셈이다. 재미있는 건 첫 회에서 최고시청률 1.5%(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30대 여성 시청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시 여성들의 관심사는 눈물 쏙 빼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에 몰려있다는 증거이다.

5월 중 방영될 예정인 스토리온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가제)도 토크쇼 프로그램이다. 슈퍼모델 출신 타이라 뱅크스의 쇼와 비슷한 형식인 리얼리티 쇼로 진행될 예정. 여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녹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여성 전용 토크쇼가 하나 둘씩 탄생하면서 여성 리얼 버라이어티보다는 여성 토크쇼에 더 큰 비중이 실리는 형국이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여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으로 토크쇼 만한 것이 없다"며 "케이블 채널을 중심으로 생긴 여성 토크쇼는 조만간 지상파 무대로 그 트렌드가 옮겨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여성 출연자는 역시 여성끼리 둘러앉아 대화하는 '수다 프로그램'에만 유효한 것인가. 시청자들이 보고 직접 투표하는 경쟁 프로그램에서는 왜 하나 같이 남성들에게 밀릴까. 실력이 없어서? 시청자층은 남녀 고루 분포돼 있고 오히려 여성 시청자층이 더 많은데. 그 해답은 결국 시청자들에게 있는 거 같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