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명곡] 윤태규 4집 '마이웨이' 下 2001년불황에 고통 받던 중년세대 위로 '빅히트'

윤태규의 'MY WAY'는 전국 라이브 클럽의 신청곡 1위이자 무명가수들의 애창 1순위 곡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2001년 처음 발표되었을 땐 아무런 조명을 받지도 못하고 사장되었던 노래였다. 이 노래는 무명 시절 그와 함께 미사리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후배 홍진영이 작곡했다. 이제는 TV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OST로 빅히트한 이승철의 '그 사람'과 '소리쳐'의 작곡가로 유명해진 그의 데뷔작인 셈이다.

당시 홍진영은 3인조 밴드 를 결성해 데뷔 음반 발표를 앞두고 10곡을 녹음해 선배 윤태규에게 모니터링을 부탁했다. 홍진영의 집으로 놀러간 윤태규는 녹음된 10곡을 듣고 난 후 무슨 연유인지 앨범 선곡에서 탈락한 누락된 노래들을 챙겨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버려진 노래들 속에서 마음에 드는 한 곡을 찾아냈다. "취입하고 싶다"고 청해 노래를 받아낸 노래가 바로 'MY WAY'다. 록밴드의 데뷔음반에 수록될 노래였기에 하드록으로 편곡된 오리지널 버전을 자신의 스타일인 성인 포크가요로 수정해 4집에 수록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처음 윤태규의 4집 타이틀은 '애가'였고 'MY WAY'는 일종의 보너스 트랙이었다. 당연 아무런 반응도 없이 노래는 사장되는 예정된 수순을 밟았다.

이후 윤태규는 라디오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며 노래 잘하는 통기타 라이브 가수로 소문나면서 2002년 5집 '너 때문에 살고 싶었죠'를 발표하며 절치부심했다. 5집은 10~20대, 그리고 트로트로 양분된 대중가요계에서 설 자리를 잃은 30~50대 통기타 세대를 겨냥한 성인 포크앨범이었다. 미디 개념으로 조악했던 4집과는 달리 이 앨범에는 아코디언의 대가 심성락, 기타의 달인 함춘호 등 당대 최고의 세션맨들과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로 통기타 바람을 일으킨 절친 가수 추가열이 작사, 작곡, 편곡자로 참여하면서 비로소 윤태규의 감성적인 보컬에 생명력을 부여했다. 뒤늦게 반응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빅히트는 타이틀곡이 아닌 남자들의 절절한 사랑과 인생을 노래한 'MY WAY'가 터뜨렸다. 인터넷을 통해 중년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한 파급력을 발휘했던 것. 중독성 강한 빠른 멜로디에 희망적인 가사는 불황에 고통받던 중년세대의 마음을 후려치며 히트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의 노래로 인해 삶의 희망을 다시 찾은 애틋한 사연은 무수하다. 선거 로고송으로 이 노래를 사용한 민주당 정동영 후보도 예외는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 이제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 내가 가야 할 이 길에 지쳐 쓰러지는 날까지 일어나 한 번 더 부딪혀 보는 거야"라는 가사는 대통령 선거에 실패했던 그에게 인생의 노래가 되었다. 또한 명예퇴직 후, 삶의 희망을 잃고 자살하려했던 한 중년남성은 우연히 버스 안에서 이 노래를 들은 후 다시 희망과 용기를 가졌다는 사연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인터넷 최고의 인기가수로 떠오른 놀라운 반응에 윤태규는 2005년 'MY WAY'를 타이틀로 수정해 5집을 재발매했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일어났다. 데뷔 26년 만에 성인가요 전문 케이블채널 아이넷의 '성인가요 차트 50' 1위에 올랐고 각 라디오 방송사의 방송횟수 1위곡으로 등극했다. 그해 12월부터는 공중파 방송횟수 1위를 접수하며 인지도를 획득했다. 제15회 한국 인기연예대상 시상식 전통가요 10대 가수상은 그 결과물일 것이다.

호사다마랄까. 노래가 유명세를 타자 일본의 나가부치가 노래한 'RUN'을 표절했다는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태규는 "RUN의 드럼비트를 한번 해보고 싶어 느낌을 비슷하게 갔지만 멜로디, 간주, 연주는 완전히 다르다. 가사도 원곡을 조금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동안 TV에 나온 적이 거의 없어 제가 가수인 것도 모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제 노래가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감사한다. 대중가요는 품격 이전에 대중과 호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MY WAY'로 인해 노래의 힘이 대단함을 느꼈다. 앞으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신나고 밝은 노래를 많이 부르려 한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