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명곡] 윤태규 4집 '마이웨이' 下 2001년불황에 고통 받던 중년세대 위로 '빅히트'
당시 홍진영은 3인조 밴드
이후 윤태규는 라디오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며 노래 잘하는 통기타 라이브 가수로 소문나면서 2002년 5집 '너 때문에 살고 싶었죠'를 발표하며 절치부심했다. 5집은 10~20대, 그리고 트로트로 양분된 대중가요계에서 설 자리를 잃은 30~50대 통기타 세대를 겨냥한 성인 포크앨범이었다. 미디 개념으로 조악했던 4집과는 달리 이 앨범에는 아코디언의 대가 심성락, 기타의 달인 함춘호 등 당대 최고의 세션맨들과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로 통기타 바람을 일으킨 절친 가수 추가열이 작사, 작곡, 편곡자로 참여하면서 비로소 윤태규의 감성적인 보컬에 생명력을 부여했다. 뒤늦게 반응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빅히트는 타이틀곡이 아닌 남자들의 절절한 사랑과 인생을 노래한 'MY WAY'가 터뜨렸다. 인터넷을 통해 중년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한 파급력을 발휘했던 것. 중독성 강한 빠른 멜로디에 희망적인 가사는 불황에 고통받던 중년세대의 마음을 후려치며 히트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의 노래로 인해 삶의 희망을 다시 찾은 애틋한 사연은 무수하다. 선거 로고송으로 이 노래를 사용한 민주당 정동영 후보도 예외는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 이제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 내가 가야 할 이 길에 지쳐 쓰러지는 날까지 일어나 한 번 더 부딪혀 보는 거야"라는 가사는 대통령 선거에 실패했던 그에게 인생의 노래가 되었다. 또한 명예퇴직 후, 삶의 희망을 잃고 자살하려했던 한 중년남성은 우연히 버스 안에서 이 노래를 들은 후 다시 희망과 용기를 가졌다는 사연도 널리 알려져 있다.
호사다마랄까. 노래가 유명세를 타자 일본의 나가부치가 노래한 'RUN'을 표절했다는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태규는 "RUN의 드럼비트를 한번 해보고 싶어 느낌을 비슷하게 갔지만 멜로디, 간주, 연주는 완전히 다르다. 가사도 원곡을 조금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동안 TV에 나온 적이 거의 없어 제가 가수인 것도 모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제 노래가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감사한다. 대중가요는 품격 이전에 대중과 호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MY WAY'로 인해 노래의 힘이 대단함을 느꼈다. 앞으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신나고 밝은 노래를 많이 부르려 한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