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ㆍ명곡] 조덕환 1집 'Long Way Home' 上 (2001년)녹슬지 않은 음악성, 농익은 연주력

최근 MBC '나는 가수다'를 통해 감동적인 노래를 들려준 가수들이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금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도 힙합 남성듀오 '가리온'이 예상을 뒤엎고 3관왕에 등극하면서 다양한 장르음악에 대한 관심이 증폭했었다. 이는 오랜 기간 공중파를 장악해 온 아이돌그룹들의 랩 댄스 일변도 음악이 10대들의 정서를 대변했을 뿐 폭 넓은 세대의 정서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1960년대는 주류를 장악했던 트로트는 물론이고 팝, 록, 포크, 재즈등 다양한 어법의 장르가 공존했던 한국대중음악의 활황기였다. 1980년대도 조용필과 운동가요, 언더그라운드, 록, 댄스음악이 공존하며 생동감 넘쳐났던 최대 전성기였다.

록밴드 '들국화'는 1980년대를 호령했던 한국 록의 전설적인 밴드다. '들국화'의 창단멤버 조덕환이 최근 솔로 앨범 'Long Way Home'으로 귀환했다. 1985년 폭발적 반응을 몰고 왔던 1집 발표 후 음악활동을 중단했다 컴백했으니 무려 25년만의 귀환이다. 명장의 컴백만으로도 반가운데 앨범의 내용과 연주 또한 기대이상이다.

2000년대 들어 7080음악이 부활한 이후 컴백이란 미명하에 활동을 재개한 중견가수들은 대부분 '추억 찾기 일변도'의 퇴행적이고 생계형 음악행태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조덕환의 귀환이 그들과 완벽하게 차별되는 이유는 녹슬지 않은 음악성을 뜨거운 열정과 더욱 농익은 연주력을 담아낸 앨범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의 앨범은 올해 발표된 국내 앨범들은 물론이고 80년대 이후 뮤지션들의 최근작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결과물이다.

조덕환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의 톱을 장식한 기념비적 앨범인 '들국화 1집(1985년)'에 수록된 명곡 '세계로 가는 기차', '아침이 밝아올 때 까지'와 '축복합니다'를 창작한 탁월한 뮤지션이다.

하지만 집안의 음악활동 반대로 1집 발표이후 결혼과 함께 음악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떠났던 특이한 이력의 뮤지션이다. 이번에 발표한 25년 만의 컴백앨범은 자신의 솔로 데뷔앨범인 셈이다.

중학교 3학년 때 독학으로 통기타를 배운 조덕환은 1972년 고려대에 진학한 후 9인조 캠퍼스밴드 '코리언 스톤즈'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이후 명동 내쉬빌, 르시랑스 같은 다운타운 무대를 통해 음악내공을 쌓아갔다. 1973년 1학년 마친 그는 통기타 하나를 들고 가출한 적이 있다.

1년 동안 의정부, 동두천, 문산, 용산 등지의 G.I캠프 클럽에서 음악활동을 했던 그는 군에 다녀와 복학한 이후 1978년 제 2회 대학가요제 본선에서 '날개'라는 노래로 동상을 수상했다.

당시 팀명을 '고인돌'로 바꾼 이유는 군사정권이 외래어 표기를 금지되었기 때문. 후에 이승희, 최성원과 함께 트리오를 결성해 활동했던 이영재는 고려대 캠퍼스밴드 '고인돌'의 리드보컬이었다. 당시 조덕환은 이영재, 한영애와 함께 배우 오미연이 운영했던 연희동 랭커스타에서 혼성트리오 활동도 했었다.

1980년에 대학 졸업 후 프로뮤지션을 꿈꾼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길 원했던 아버지와 충돌을 빚으며 방황기를 겪었다. 그때 집을 나와 삼청동 전인권 집에서 기거했다.

최성원이 당시 유행하던 껌에 비유해서 밴드 이름을 '들국화'로 지어 함께 동숭동 파랑새 소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하며 록밴드 '들국화'를 출범시켰다. '들국화' 1집 발표 후 음악활동을 접은 조덕환은 1987년 봄 뉴욕으로 건너갔다. 음악활동을 하기에는 언어장벽이 높아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며 음악과 멀어졌다.

지난 2009년, 25년 만에 돌아와 발표한 이번 앨범 'Long Way Home'은 록밴드 들국화의 향내가 진동한다. 조덕환은 들국화의 부활을 꿈꿨지만 리드보컬 전인권의 건강문제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옛 동료 최성원, 주찬권을 참여시킨 솔로앨범으로 방향을 바꿨다.

드러머 주찬권도 최근 '사랑과 평화' 최이철, '신촌블루스' 엄인호와 프로젝트 밴드 '슈퍼세션'을 결성해 '들국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