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온 '세기의 커플' 촬영 현장에 가다'심층 오디션'서 결혼의 진정성 어필 안간힘… 10주 미션 통해 최후의 승자 가려

연애로는 절대 알 수 없는 내 반쪽의 실체를 미리 알아보는 프로그램. 결혼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들을 미리 경험하고, 그 역경을 잘 극복해내는 커플이 최고의 커플로 선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커플 1]
남자: "사랑에는 절대 어설프지 않은 000입니다."
심사위원: "신부의 어느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까?"
남자: "사귄지 2년 반 됐는데 너무 순수하다는 점입니다."
심사위원: "남자 분이 국제 변호사인데 더 좋은 조건의 신부를 맞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남자: "저는 그런 생각 안 해봤습니다. 조건에 관심이 없습니다."
심사위원: "자녀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여자: "1명입니다. 부모가 되면 배워야 할 점이 많을 것 같은데, 아직 부족합니다."

[커플 2]
남자: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한다)
여자: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좋은 뮤지컬 배우입니다. 이제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싶습니다."
심사위원: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여자: "처음에는 상금에 눈이 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출연해서 각 예비부부들의 모습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결혼의 본질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더 좋아졌습니다."

[커플 3]
심사위원: "현재 최고령 커플인데, 결혼이 늦은 것 아닙니까?"
남자: "평소에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자친구를 만나고 나서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심사위원: "만난 지 얼마나 됐습니까?"
여자: "사귄 지 6개월 됐습니다. 남자친구가 너무나 순수하고 악의가 없습니다."
심사위원: "여자가 35세 이후면 노산이라고 하는 데 자녀 계획은?"
남자: "프러포즈 할 때 아이를 낳지 말자고 했습니다. 여자친구의 몸이 상하는 게 싫었습니다. 또 아이가 생기면 자유분방하지 않을 것 같아서..."

'결혼', 서바이벌 오디션 괜찮습니까?

5월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웨딩(Wedding)'이라고 크게 적힌 유리 조각상이 로비를 가득 채웠다. MC 김성주, 송선미를 비롯해 배우 최란과 의정부지방법원 가사전속 조정위원 최강현 등 네 명이 심사위원석에 앉았다. 이들은 한 커플씩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토리온 채널의 결혼체험 리얼리티. MC 김성주와 송선미가 진행한다.
18쌍의 커플이 테이블에 앉아 심층 인터뷰 순서를 기다린다. 심사위원들은 인터뷰를 마치면 한 커플을 탈락시켜야 한다. 과연 누가 탈락할 것인가?

CJ & M의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 <세기의 커플>(6월 26일 방송)은 일반인 예비부부 커플들을 선정해 결혼체험 서바이벌이라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 15일부터 5월 10일까지 지원자를 모집했다.

5월 14일과 15일 양일간 1차 오디션을 치르고 총 18쌍의 커플이 최종 오디션에 올라온 것. 이날 촬영분이 10주 동안 펼칠 미션 수행 중에 첫 번째 미션이었다. 심사위원들은 각 커플들에게 결혼에 대한 가치관, 부부의 역할, 자녀 계획 등을 질문했다.

그 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 결혼 자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이번 심층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건 남녀의 역할 변화다.

여자를 대신해 리드하고 나서던 남자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모범적인 답변과 몸가짐을 유지했다. '커플 1'의 경우 한국말을 잘 못하는 남자를 대신해 여자가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자녀 계획 등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여자가 인터뷰했다. '커플 2'는 뮤지컬 배우인 여자가 결혼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으며, '커플 3'은 남자가 먼저 자녀계획보다 결혼 생활이 먼저라며 애틋한 신혼생활을 꿈꿨다.

남자들은 기존의 가부장적인 면을 찾아볼 수 없었고, 여자는 소극적이고 순종적인 모습을 벗어버렸다. 한 커플당 10분 이상의 1차 오디션 미션은 남녀의 변화된 성향을 보여줬다. 이런 변화는 '가사를 분담하라', '육아를 함께 하라', '취미를 공유하라' 등의 미션을 통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최고의 커플을 선정할 수 있을까? 아니 최하의 커플을 선정할 수 있단 말인가? 기준도 가이드라인도 없는 심층 인터뷰다.

18쌍의 커플들은 자신들이 결혼해야만 하는 진정성을 드러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 여성은 화를 잘 내지 않는 남자친구의 자상함과 배려심을 강조하며 "남자친구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며 이야기한다"고 말했을 정도. 이 여성은 자신의 남자친구를 완벽한 신랑감으로 치켜세웠다.

동시에 "고로 나는 행복하다"며 환한 미소로 심사위원을 마주했다. 이들은 각각 최고의 신랑감과 신부감이라는 것을 증명해야함과 동시에 최고의 커플이라는 것도 드러내야 한다. 가식과 위선이 없으란 법은 없다.

최란은 "만약 가짜 커플이 결성해 나온다면 그것을 검증할 만한 것이 없다"며 우려를 표하면서도 "프로그램의 모토가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부부가 배출되어야 결혼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김성주도 "명확한 심사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결혼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서바이벌은 하나의 장치일 뿐"이라고 답했다.

Mnet '슈퍼스타 K'나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에선 가수 지망생들이 가창 능력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면 된다. 능력이 출중하거나 잠재력이 있는 후보자들은 본선 무대에 진출해 최고의 자리를 놓고 승자를 가린다.

하지만 '세기의 커플'은 결혼에 대한 바른 가치관과 가정을 꾸리려는 예비부부들의 과정까지 지켜보겠다는 것. 제작진은 이를 위해 10주차 미션 포인트를 공개하며 진정한 커플을 가리겠노라고 밝혔다.

커플들은 각 미션들을 수행하면서 최고의 커플이자 최고의 배우자들임을 드러내야 한다. 쉽지만은 않은 경쟁들이다. 제작진은 각 주마다 한 커플씩 탈락시키며 최후의 승자를 선정한다는 것이다.

의정부지방법원 가사전속 조정위원 겸 부부행복 연구원 최강현 원장도 결혼을 소재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조정위원으로서 500여 쌍의 부부를 이혼 조정했다. 평소 부부관계에 대한 교육과 상담이 공적개념으로 강화된다면 이혼율을 15% 이상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녀 차이에 대한 역할 변화 등에 대해 방송에서 교육하고 홍보한다면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결혼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인식은 저출산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