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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록의 살아 있는 신화, 혼성듀엣 변신

[우리시대의 명반ㆍ명곡] 허클베리핀 5집 <까만타이거> 上 (2011년)
슬픈 가사, 탁원한 멜로디, 신명 나는 리듬
발표하는 앨범마다 평단과 팬들 모두로부터 찬사를 이끌어낸 모던 록의 살아있는 신화 허클베리핀이 5집 <까만 타이거>로 돌아왔다. 4년 만이다. 이번 앨범의 화두는 변화다.

우선 멤버 구조부터 3인조에서 혼성듀엣으로 변화했다. 지난 2001년 2집부터 10년 동안 함께 밴드활동을 해온 드럼 김윤태가 일신상의 이유로 빠졌기 때문. 멤버 구성에 큰 변화가 생겼으니 음악에도 변화는 필연적이다.

어둡고 강력한 독창적인 사운드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온 허클베리핀에게 튼실한 노래의 뼈대(멜로디)와 진지한 음악적 태도 그리고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은 전매특허 같았다.

이번 앨범이 흥미로운 것은 멤버 구성의 변화에 불구하고 탁월한 멜로디와 슬프고 어두운 가사 그리고 음악을 대하는 진정성은 여전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수록곡 상당수가 댄스 본능을 자극하는 리듬감이 넘쳐난다는 점에 있다.

리드보컬 이소영은 변화된 음악에 대해 "5집 공연을 할 때 확실히 재미있다. 이전에는 슬픈 가사를 음미하면서 그 정서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잘해야지 하는 각오가 컸는데 이제는 가사에 신경 쓰지 않고 후련하게 놀아보자는 마음이 생길 정도"라고 말한다.

그동안 허클베리핀의 앨범들은 작품성에 대한 극찬에도 불구하고 폭넓은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이번 앨범은 그 한계점을 한층 환상적이고 매력적인 사운드로 극복하려는 욕망이 꿈틀거린다. 그래서 가사는 더욱 내밀하고 은유적인 향내로 무장하되 형식은 신명나는 리듬을 택했다.

이에 대해 리더 이기용은 "4집 마스터링을 끝내고 음악을 죽도록 들으면서 겨울나무처럼 강한 줄기와 가지만 느껴지는 뭔가 크게 부족한 정서가 있음을 깨달았다. 지적인 흥분과 만족은 안겨주는데 그게 다는 아니라는 그러니까 육체적인 면에서 청자들을 신나게 뛰어놀 수 있도록 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 고귀한 것에 대한 일종의 반성을 통해 5집의 음악적 방향을 잡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5집은 기존 정서는 보존하고 사운드를 더 매력적으로 찾아보려 노력한 앨범으로 이해하면 된다. 라이브앨범을 통해 이미 발표된 이번 앨범의 7번 트랙 '빗소리'는 그 출발점이 된 근사한 곡이다. 누구나 음악적인 변화는 마음만 먹으면 시도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장담하기 힘들다.

창작자에게 음악적 성취를 위한 변화와 진보에 대한 끊임없이 고민은 기본적 자세이고 음악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은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 될 기본 덕목이자 태도일 것이다. 허클베리핀의 정규앨범들은 1집 이후 앨범 타이틀은 한글, 수록곡은 11곡, 재킷은 노란색만 사용하는 몇 가지 통일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5집을 보면 한글 타이틀, 수록곡은 원칙이 지켜졌지만 앨범재킷은 하얀 구름과 물속에 잠긴 몽상적이고 실험적인 블루 톤 이미지로 변화를 시도했다.

또한 이전의 라이브 앨범에 처음으로 멤버들 사진을 넣기는 했지만 정규앨범을 멤버들의 사진으로 사용한 적도 이번이 처음이다. 대중을 의식한 타협이 일체 없었던 고집스런 허클베리핀에게 이 같은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기용은 "우선 노란색으로 색을 한정하니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들이 애로를 느낀다. 노란색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상적이고 매력적이고 독창적이면서도 다층적인 이미지를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앨범 타이틀을 한글로 고집하는 이유는 현학적인 어려운 말 보다는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타이틀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에 의미가 은유적이고 모호한 <까만 타이거>다. 처음 타이틀을 '까만 호랑이'라 정했는데 음악적인 느낌이 약해 '까만 타이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기용은 "우리 음악은 마치 하얗게 눈이 덮인 설원을 고독하게 걸어가는 까만 호랑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호랑이는 외롭지만 자신의 영토 안에서는 그 누구도 건들지 못하는 백수의 제왕 아닌가. 허클베리핀의 음악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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