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김진욱 이만수 (사진 왼쪽부터)
팬들에 재창단 느낌 부여
선수·스태프 소통 긍정적
프런트와 갈등도 적어


코치층 얇아질까 우려
팀 재건 실패시 치명타

“인생은 실망의 연속이죠.”

미국프로야구의 더스티 베이커 신시내티 감독이 기자들을 만나면 버릇처럼 내 뱉는 말이다. 1993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첫 지휘봉을 잡은 베이커는 시카고 컵스와 신시내티를 거치며 흑인 감독으로서는 최초로 세 번이나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가운데 한 명. 그래도 그는 “매 경기 결과에 따라 피가 마른다. 내 자리가 온전치 못하다는 걸 항상 느끼고 있다”고 했다.

최근 1년 새 국내 프로야구는 유난히 감독 교체가 많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삼성 선동열, 롯데 로이스터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시즌 중에는 두산 김경문, SK 김성근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지난해 4강팀 감독이 모두 옷을 벗은 것이다.

류중일 양승호 조범현 김시진 김경문 (사진 왼쪽부터)
중도 사퇴설이 나돌았던 박종훈 LG 감독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패배의 책임을 지고 시즌 최종일인 지난 5일 결국 지휘봉을 놓았다. 조범현(KIA), 한대화(한화), 김시진(넥센) 감독을 빼면 모두 새로운 얼굴로 교체됐다. ‘대한민국에 딱 8명만 있는’ 프로야구 감독이 하루 아침에 ‘1~2년 계약직’으로 전락한 셈이다.

내년 3년차 이하 수두룩

‘서울 라이벌’ LG와 두산은 지난주 새 사령탑을 맞았다. LG는 5년 장기 계약을 했던 박종훈 감독을 사실상 경질했고, 두산도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김광수 감독대행 대신 김진욱 투수코치를 선택했다.

1969년생인 김기태 코치는 2군 감독 시절부터 차기 감독감으로 구단의 신망을 얻었다. 나이답지 않게 카리스마와 선수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현역시절 ‘선동열 킬러’로 이름을 날렸던 김진욱(51) 두산 신임감독은 ‘형님 리더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내년 시즌 프로야구는 이만수 SK 감독대행만 ‘대행’ 꼬리표를 뗀다면 ‘초보감독’ 천하다. 김기태, 김진욱 신임 감독을 비롯해 이만수 감독 그리고 2년차에 접어드는 류중일(삼성) 양승호(롯데) 감독까지. 3년차 한대화 한화 감독을 더하면 6명의 감독이 모두 지휘봉을 잡은 지 채 3년이 되지 않는다. 8개 구단 감독의 평균연령은 50세로, 메이저리그 감독 평균 나이보다 3살 가량 어리다.

왜 초보 감독인가

김기태, 김진욱 감독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역시 ‘경험’이다. 이들은 아직 1군 감독 경험이 없는 초보 사령탑이다. 그러나 올시즌 류중일 감독과 양승호 감독이 삼성과 롯데를 정규시즌 1, 2위로 이끈 게 이들이 지휘봉을 잡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일성 KBS N 해설위원은 “감독 선임도 속된 말로 유행을 탄다”며 “새롭고 신선한 얼굴을 감독으로 뽑으면 재창단의 느낌을 팬들에게 준다. 시선을 끌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다”고 분석했다. 초보 감독일수록 코칭스태프, 선수단과의 소통에 더욱 의욕적이라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하 위원은 말했다.

‘다루기 쉽다’라는 공공연한 사실도 초보 감독 선임을 부추긴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구단 고위층에서 영입 지시를 내렸던 한 감독은 구단이 프런트와의 갈등을 우려해 도중에 계약을 포기했다. 신임 감독을 내부 승격으로 뽑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젊은 초보 감독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야구계 전반적으로 코치층이 얇아지고 나이 든 코치들이 설 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감독이 재임 초기에 팀 재건에 실패했을 경우 야구 인생에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다.

젊은 초보 감독이 살아남는 길은 딱 하나다. 바로 좋은 성적을 거둬 팬들과 구단에 신임을 얻는 일뿐이다. 자명하지만 이게 프로스포츠 감독의 현실이다.

김종석기자

●프로야구 9개 구단 감독 현황

구단

감독

나이 포지션

데뷔연도 계약기간

계약조건

삼성 류중일

48 유격수

2011년

2013년

계약금 2억, 연봉 2억

롯데 양승호

51 2루수 2011년

2013년

계약금 2억, 연봉 2억

SK 이만수 대행 53

포수

포스트시즌 후 결정

KIA 조범현

51

포수 2003년

2012년

계약금 5억5,000 연봉 3억5,000

두산 김진욱

51

투수

2012년 2014년

계약금 2억, 연봉 2억

한화 한대화

51

3루수 2010년

2012년

계약금 2억, 연봉 2억

LG 김기태

42

1루수

2012년

2014년

추후 결정

넥센 김시진

53

투수

2007년 2014년

계약금 3억, 연봉 3억(2012~)

NC 김경문

53

포수 2004년

2014년

총 14억원



김종석기자 lef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