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프로야구 결산뒷심 막강한 삼성 우승… 통산 5회… KIA 이어 2위 윤석민 20년만에 투수 4관… 1~3위 모두 초보감독 돌풍
안 좋은 소식도 있었다. 시즌 도중 '명장' 김경문(두산), 김성근(SK) 감독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조범현 전 KIA 감독, 박종훈 전 LG 감독 등도 부진한 성적을 책임지고 자진 사퇴했다. 야구팬을 울고 웃긴 올시즌 프로야구를 되짚어 봤다.
시즌 전 "4강 정도" 평가
시즌 전 삼성을 우승후보로 꼽은 전문가는 별로 없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KIA SK 두산 등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지난해 2위팀 삼성은 무난히 4강에 들 것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약한 타선, '초보' 류중일 감독의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우승 후보로 분류되지 않았다.
삼성은 그러나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 듯 후반기부터 페넌트레이스 1위를 질주했다.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막강 마운드를 앞세워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2006년 이후 5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최형우, 이대호에 판정승
KIA 에이스 (25)은 올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다승(17승), 평균자책점(2.45), 탈삼진(178개), 승률(0.773)에서 1위를 달리며 1991년 선동열(현 KIA 감독) 이후 20년 만에 투수 4관왕을 달성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력한 직구와 140㎞대의 고속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뿌리며 데뷔 7년 만에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지난 2년 동안 팔꿈치 수술로 부진했던 '끝판왕' 삼성 오승환(29)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올해 54경기에 등판해 1승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이라는 빼어난 기록을 남기고 삼성의 뒷문을 잠근 오승환은 한국시리즈에서도 3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거두며 개인 통산 두 번째 MVP에 올랐다.
타자 중에는 삼성 최형우(28)의 성장이 눈부셨다. 최형우는 지난해 타격 7관왕을 차지한 롯데 이대호를 제치고 홈런(30개), 타점(118개), 장타율(0.617) 타이틀을 가져갔다. 특히 8개 구단 타자 중 가장 많은 18개의 결승타를 때려내며 찬스에 강한 '해결사'로 입지를 굳혔다.
올시즌 1~3위팀 감독은 모두 '초보'였다. 삼성을 우승으로 이끈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까지 24년간 삼성에만 몸 담았다. 1987년 선수로 데뷔한 류 감독은 13년 간 선수로, 은퇴 후 11년 간은 코치로 지내다 전격 사령탑에 오른 순수 파란 혈통의 삼성맨이다. 류 감독은 올해 우승으로 김응용(1983년 해태), 선동열(2005년 삼성)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데뷔 첫 해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사령탑이 됐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으로선 사상 첫 데뷔 해 우승이다.
지난 8월 감독 대행으로 SK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만수 감독은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추스려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3일 공식 취임식에서 그는 "SK라는 명문 구단의 4대 감독이 됐다"며 "최고의 명문 뉴욕 양키스 같은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일본 프로야구 하면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떠오르듯 SK가 한국 최고의 명문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배당금 28억원
아쉽게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양승호(51) 롯데 감독은 시즌 초반 팬들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기도 했지만 '믿음의 야구'로 팀을 정규시즌 2위로 이끌었다. "부임 초반 어린 선수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아 휴대폰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했다"는 그는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는 지론을 바탕으로 한 시즌을 훌륭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야구가 출범 30년 만에 처음으로 6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정규시즌에서 680만 9,965명의 관중이 입장해 지난해 관중 592만 8,626명을 넘어선 것은 물론 당초 목표(663만명)도 초과 달성했다. 관중수입 역시 551억 6,202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4%나 증가했다.
흥행 열풍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다.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올해 포스트시즌 14경기의 누적 수입은 78억5,890만3,000원. 삼성은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 배당금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약 28억4,000만원을 가져갔다.
▶ [스포츠 요지경] 이토록 웃지 못할 사태까지
함태수기자 hts7@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