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탄생의 등용문'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모방이름뿐인 미인대회 우후죽순…활동도 지원도 나몰라라심사공정성·입상 비리 등 끊임없는 논란만 야기

# 사례1

서울에 사는 A씨는 과거 거주한 적이 있던 지역 미인대회에 참가했다. 현주소지가 서울이어도 주민등록상 그 지역에 머문 경력이 있으면 참가할 수 있다는 지역 공무원의 설득 때문이었다. 하지만 A씨는 대회 장소에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 6명의 미인을 선발하는 대회에 자신을 포함해 20여 명만 참가했기 때문이다.

# 사례2

지방의 특산물아가씨 선발대회에 참가한 B씨는 당당하게 대회 최고 미인 자리에 올랐다. B씨는 이 지방을 대표하는 미녀로 활동하며 자신을 알릴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B씨는 1년 중 이 지방의 특산물이 많이 나는 가을에만 몇 차례 활동했다. 일당으로 받은 보수도 너무 적어 행사 참석을 위해 미용에 쓰면 남는 돈이 없었다.

# 사례3

국내에서 열린 한 국제미인대회에 참가한 영국인 에이미 윌러튼은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대회 주최측 인사가 찾아와 "입상하는 방법을 알지 않느냐"며 성상납을 요구한 것. 놀란 윌러튼은 황급히 짐을 챙겨 고국으로 돌아갔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성공을 계기로 오래 전부터 전국 각지에 미인대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1990년대에는 전국적으로 300개가 넘는 미인대회가 있을 정도였다. 거품이 꺼진 현재 남아있는 미인대회는 20여 개. 이마저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스타 탄생의 등용문이었다. 고현정 오현경 이승연 염정아 등은 미스코리아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한성주 장은영 등은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 시대를 열었다. 이에 따라 스타 지망생들은 미인대회를 연예계와 방송가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여겼고, 각종 미인대회에 앞다퉈 참가했다. 하지만 중소규모의 미인대회가 수상자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스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연예인과 아나운서 지망생 등은 더 이상 이름없는 미인대회에 지원하지 않았다.

곧 무명의 소규모 미인대회는 빛을 잃었고 참가자 부족으로 A씨의 경우처럼 타지에서 미인들을 모셔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도 지원자가 부족해 제주도 '억새아가씨' 선발대회의 경우 22명의 지원자 중 6명을 선발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재정이 부족한 미인대회는 그야말로 허울 뿐이다. 애초에 지역 특산물과 회사 홍보를 위한 미인대회들은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작한 경우가 많다. 양질의 지원자가 모이지 않자 지원금도 끊겼고 수상자들에게 제대로 된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

수상한다고 해도 마땅히 활동할 장소도 없다. B씨의 경우가 그렇다. 막상 미인대회에서 '미인'으로 선발됐지만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다. 지역 특산물 아가씨의 경우 특산물이 제철을 맞은 단 몇 달 동안만 활동했고 홍보행사 참여 횟수도 적었다.

지방 미인대회 수상자는 한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활동비가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행사비로 그때마다 수 십 만원씩 받는데 머리, 의상, 화장품 등에 투자하는 미용이 훨씬 많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선발된 후에도 활동을 주저하는 여성들이 생겨났다. 미인대회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사용해도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겠다는 것.

미인대회의 공정성 또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웨일즈 출신의 에이미 윌러튼(19)이 그런 경우다. 그는 지난달 대구와 부산에서 열린 '2011 미스아시아퍼시픽 월드' 대회에 웨일스 대표로 참가했지만 대회를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급히 귀국한 그녀는 BBC, 데일리메일 등 자국 언론을 통해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성 상납을 요구받아 대회를 포기했다고 폭로했다. 윌러튼의 주장에 따르면 대회 주최측 관계자가 입상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그에게 은밀히 성상납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이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미인 선발의 공정성 결여가 비단 이 대회의 문제뿐만은 아니다. 몇 년 전 지방 미인대회에서 탈락했던 모 후보도 "심사위원들에게 로비 하는 것은 관행이다"라고 밝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전통과 권위가 부족한 많은 미인대회들의 문제점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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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기자 wing@sphk.co.kr